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그러나 반 전 총장은 2월 1일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충청권 대망론’은 충남 아이돌로 불린 안희정 충남지사 품에 안겼다. 다만 안 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대세론’을 뚫지 못한다면, ‘충청권 대망론’은 도로 무주공산이 된다.
영호남으로 분할된 대선 구도에서 충청권이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는 얘기다. 충청권 의원들 행보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도 이런 까닭과 무관치 않다. 특히 ‘제3지대 키맨’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3월 7일 탈당한 직후 여의도 안팎에선 충청권 인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바른정당 입당을 눈앞에 뒀던 충청권 인사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독자 세력화를 포함한 제3지대로 방향을 틀었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에게 사실상의 합의 추대 의사를 전했던 정 이사장 측은 유승민 의원 측의 강한 반발에 막히면서 입당 뜻을 접었다.
이와 맞물려 한국당 내 충청권 인사들도 3월 중순께 김종인발 정계개편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대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대표가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등에 맞서는 제3지대를 구축할 경우 한국당 내 충청권 인사들이 거취를 고심하겠다고 전했다. 민주당 비문(비문재인)계 의원 1∼2명도 탈당에 나설 뜻을 밝혔다고 한다. 사실상 대선 캐스팅보트를 쥐려는 사전포석이다.
때마침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수직을 수락한 반 전 총장이 출국 전 모습을 드러냈다. 반 전 총장이 다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홍문표 의원이 3월 16일 나눴던 문자 사건이 터진 다음 날이다. 이들은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반에게 출마 설득을 해보세요” 등의 문자대화를 나눴다.
반 전 총장은 3월 17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충청권 명사 모임인 백소회 조찬에 참석한 뒤 비공개 회동에서 “이전투구 정치에 (대선을) 중도 하차했다”고 기성 정치권을 비토했다. 이 자리에는 한국당 대선 경선에 나섰던 안상수 의원과 정 이사장 등이 참석, 반 전 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반 전 총장은 오는 7월 귀국한다. 또한 정 이사장은 22일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를 예방, 지지를 당부했다.
그러나 충청권 세력화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구심점 부재’ 때문이다. 김종인발 정계개편의 속도는 한풀 꺾였다. 충청권 의원들의 구심점도 없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불출마 이후 홍준표 경남지사의 지지도가 치솟으면서 한국당 내 충청권 인사들의 입지도 좁아진 상황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마땅한 대선 후보가 없는 충청권 인사들의 독자 세력화가 가능하겠느냐”라고 회의론을 폈다. 충청권 의원들이 ‘캐스팅보트냐, 핫바지냐’의 갈림길에 선 셈이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