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금융권에는 다소 놀라운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러시앤캐시’와 ‘OK저축은행’ 등으로 이름이 알려진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이베스트투자증권 인수에 나섰다는 것.
최윤 회장이 그동안 ‘일본계 대부업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제도권 금융사 인수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고, 저축은행을 통해 숙원을 이뤘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바지만, 그가 증권업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이 이베스트증권과 현대자산운용 등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연합뉴스
최 회장은 이미 이베스트투자증권 예비입찰에 참가했으며, 인수가로 5000억 원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베스트증권 예비입찰에는 최근 현대라이프 지분을 인수한 대만 푸본그룹을 비롯해 국내외 금융사 5~6곳이 참여했는데, 이 가운데 최 회장이 최고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진다.
일단 이베스트증권 대주주인 LS네트웍스가 원하는 가격대가 ‘5000억 원 이상’이니만큼 최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하지만 그가 이베스트증권 인수에 최종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본계 대부업체라는 주홍글씨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 회장은 2015년 LIG투자증권, 2016년 리딩투자증권 등 증권사 인수를 몇 차례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인수에 참여할 때마다 높은 가격을 제시했음에도 한결같이 ‘대부업체에 인수된 국내 1호 증권사’라는 타이틀을 부담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최 회장이 인수에 참여했던 한국씨티캐피탈이나 현대저축은행 등도 노조가 “일본계 대부자본에 매각된다”며 강력히 반대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금융당국 역시 2014년 최 회장이 예주저축은행과 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했을 당시 5년 안에 대부자산의 40% 이상을 줄이라는 조건을 내거는 등 ‘대부업’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최윤 회장은 재일교포 3세로 2002년 대부업체인 ‘원캐싱’으로 사업을 시작, 2004년 일본계 대부업체인 A&O그룹의 계열사 7개를 인수해 러시앤캐시를 론칭시켰다. 이후 대부업을 기반으로 무섭게 사세를 확장해 오늘날의 아프로서비스그룹을 일궜다.
이 같은 꼬리표 때문에 제도권 금융 진출에도 난항을 빚었다. 2014년 저축은행 인수는 ‘9전 10기’의 도전 끝에 성공했다. 이후 OK저축은행 출범을 계기로 이미지 쇄신과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을 보였지만 아직까지 부정적인 인식을 벗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하지만 최 회장의 M&A 시도는 멈추지 않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 회장은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 인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정KPMG가 지난 22일 KB증권 계열사인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 예비입찰 접수를 각각 마감한 결과, 아프로서비스그룹이 두 곳에 모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정 매각 가격은 현대저축은행의 경우 2000억 원 안팎, 현대자산운용은 300억~4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두 회사의 주인인 KB증권은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덤’으로 편입된 이들 계열사를 고액을 받고 매각하기보다 적정 수준에 파는 방안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은 아프로서비스그룹이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 예비입찰에 모두 참여한 만큼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저축은행은 이미 보유하고 있어, 이번에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더 큰 관심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이 국내에 지주회사 역할을 맡을 법인을 새로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대부업체의 이미지를 완전히 없애고 일본계 자본이라는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아프로서비스그룹의 중심축을 아예 국내 제도권 금융으로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 회장은 여러 금융회사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일본계 대부업체라는 인식 때문에 실패한 사례가 많았던 만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인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다만 최 회장이 해외 금융사들을 인수하는 데 성공한 만큼 금융권과 당국의 시각도 상당 부분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