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전북 정읍경찰서에 따르면 사고는 19일 오후 10시경 정읍시 시기동의 한 목욕탕에서 발생했습니다.
이날 목욕탕을 찾은 이 아무개 군(8)은 마감을 앞두고 청소를 위해 열여 놓은 냉탕 배수구에 발이 빨려 들어갔습니다.
이 군의 아버지를 비롯해 종업원 등 세 명은 이군의 발을 배수구에서 빼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수압이 센 바람에 구조에 실패했습니다.
119구조대원이 출동해 수중펌프로 40여 분간 물을 퍼올린 끝에 이 군은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허나 이 군은 이미 숨을 거둔 뒤였습니다.
경찰은 현재 목욕탕 업주와 관리자를 대상으로 과시치사 등의 혐의로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이 군이 참사를 당한 냉탕의 배수구엔 그 흔한 안전망 하나가 없었습니다. 이를 관리하는 목욕탕 업주와 관리자는 어린 이 군을 주의깊게 살피지 못했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미 오래 전 우리는 비슷한 사고로 아이들을 잃었다는 것입니다.
2007년 한국소비자원은 전국 목욕탕을 대상으로 배수구 사고에 대한 안전점검 실태조사에 나선바 있습니다.
2006년 초 두 명의 초등학생이 배수구에 몸이 끼어 질식사한 사고가 당시 조사의 계기가 됐습니다.
이 때 조사에 따르면 목욕탕 배수구의 평균 수압은 초등학생 저학년이 미는 힘의 무려 다섯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당시 사고에도 불구하고 목욕탕을 관리감독하는 공중보건법에는 여전히 배수구의 표준규격 안전망 설치에 대한 그 어떤 의무조항이 마련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정은 의미 없다지만 만약 ‘한 장의 안전망’이 제대로 배수구에 설치됐더라면, 이 군은 무사했을 지 모릅니다.
미국은 이미 지난 2007년 전국의 수영장을 대상으로 배수구 안전망을 의무설치하도록 법망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미국 역시 1999년부터 2007년 사이 아홉 명의 소중한 생명을 잃은 뒤, 안전망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다시 이 군의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배수구 안전망 설치 의무화는 시급해 보입니다.
기획_취재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