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청 전경.
[일요신문] ‘뜨거운 감자’인 서울~제주 해저터널 건설 문제가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핫이슈로 재부상할 전망이다. 전남도는 올 대선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서울~제주 고속철도 건설을 선정했다. 제주도를 찾는 대규모 관광객을 유인해 전남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게 전남도의 복안이다.
특히 전남도는 최근 ‘서울∼제주 고속철도 건설’ 사업에 경제성이 있다는 자체 용역 진단이 나오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하지만 한쪽 당사자인 제주특별자치도가 여전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얼마나 현실화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목포~제주 해저터널을 둘러싼 논의는 2007년 시작됐다. 당시 김태환 제주도지사와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공동으로 “해저터널을 국책사업에 포함해 달라”고 정부에 제안했다. 목포~해남 간 89㎞의 고속철도를 신설하고 해남에서 보길도~추자도~화도~제주로 이어지는 89㎞의 해저터널을 뚫어 서울~제주를 2시간 28분 만에 주파하는 고속철도(JTX)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건설 기간 16년에 16조 8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그저 논의로만 그쳤을 뿐 지난 12대 대선을 앞두고 2011년 국토교통부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용역결과를 내놓으면서 흐지부지됐다. 그럼에도 민선 6기 이낙연 지사의 해저터널 의지는 꺾이질 않았다. 이 지사는 2014년 7월 청와대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해저터널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그는 토건사업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해저 KTX로 관광객을 전남권에 유인할 수 있어 국가 균형발전이 이룩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나온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는 전남도의 사업 추진 논리에 날개를 달아줬다. 전남도가 의뢰한 타당성 조사 용역을 진행 중인 서울대 산학협력단 고승영 교수는 22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중간보고회에서 “5월이면 사업비와 수요 예상 작업을 마쳐 경제성 분석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국토교통부에서 2011년 시행한 타당성 조사 용역보다 경제성이 높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제주 지역 반대 여론과 관련해 “호남고속철도가 무안국제공항을 경유하기로 확정되고 제주 제2공항 건설이 우선 추진된다면 부정적인 제주 도민과 정치권에서도 인식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남도는 올 5월 대선에서 주요 정당에 목포-제주 해저터널 건설을 공약으로 채택해달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가사업으로 추진되기까지는 제2공항 건설에 치중하는 제주 지역 여론 등 극복할 과제가 많다. 제주도는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에 들어서는 ‘제2공항’ 건설이 시급한 현안이어서 여기에 올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저터널이 건설되면 제주도가 갖고 있는 ‘섬 정체성’을 잃게 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당일치기 관광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태도도 단호하다. 원 지사는 지난해 전남도의 제안에 “시기상조다. 섬이라는 특성도 고려해야 하고 포화 상태인 공항 확충이 먼저”라며 단칼에 거절했다. 정치권에서도 지역 간 이해관계, 대규모 토목사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 등을 의식해 사업 추진에 선뜻 동의하기가 난망한 분위기가 읽힌다.
2010년 타당성 조사를 벌여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는 국토교통부의 입장 변화가 없는 점도 걸림돌이다. 지역 환경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사업비, 제주도·환경단체의 반대, 중앙정부의 정책적 결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