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 포토존에 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 멘트를 남기고 조사실로 향했다. 박 전 대통령이 무언가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던 취재진들, 그리고 국민들은 허탈해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검찰 출두에 즈음해 박 전 대통령이 입장을 밝힐 것이다. 준비한 메시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밤샘 조사를 마친 후 차량에 탑승해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국민의당 중진 의원은 “대국민 담화는 애초에 기대도 안 했다. 다만, 아직도 자신을 응원하고 있는 지지자들을 향해선 뭔가 메시지를 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은 “검찰 조사를 앞두고 괜한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 것 같다. 지금은 전직 대통령이 아닌 피의자 신분이라는 걸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일요신문>이 접촉한 핵심 친박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소환 전날까지 알려진 것처럼 모종의 메시지를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은 몇몇 참모 및 원로 인사들과 통화하며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검찰 수사를 앞두고 변호인과 만났던 것과는 별도로 정치적 입장 발표를 준비했던 것이다.
한 친박 원로 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집으로 돌아온 날 밝힌 것과 크게 다른 내용은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 국민들에 대한 미안함과 지지자들에 대한 감사함을 표하고자 했다. 또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소회도 밝히려 했다”면서 “이를 미리 기록해뒀다고 한다. 지난번엔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민경욱 의원을 통했지만 이번엔 종이를 꺼내 직접 읽으려 했던 것으로 안다. 장소는 중앙지검이 아닌 삼성동 자택 앞이라고 들었다”라고 귀띔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검찰 소환 통보를 받은 후 연희동 자택 앞에서 입장을 발표했었다. 이른바 ‘골목 성명’이다. 전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불응한다는 메시지를 밝힌 후 고향으로 내려갔다가 다음 날 체포됐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검찰 소환에는 응하되, 자신의 집 앞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밝히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소환 당일 자택에서 나와 아무런 말없이 차에 올라탔다. 중앙지검 포토존에서도 앞서의 29자만을 말했을 뿐이었다. 왜 준비한 메시지를 전하지 않았을까.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또 박 전 대통령 메시지가 어떤 것이었는지도 그렇다. 앞서의 원로급 인사는 “박 전 대통령 본인만이 알 일”이라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