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 사진제공=해양수산부
지난 22일 시험인양을 시작으로 세월호 본 인양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했지만 다음날인 23일 밤 10시께 해수부는 뜻밖의 소식을 전하며 한 차례 변수에 직면했다. 선박 좌측 램프가 열린 채 발견됐다는 것. 세월호는 왼쪽으로 누운 상태로 인양돼 반잠수식 선박에 실려 목포신항으로 이동하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램프가 아래로 열려 있는 상태라 반잠수식 선박에 올라갈 수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를 지켜보던 유족들은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충격을 겪었지만 밤새 작업이 이어져 24일 오전에는 램프를 제거하고 다시 인양에 박차를 가했다.
유족들은 세월호 내부에 미수습자가 남아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당시 427명의 승객이 탑승하고 있었는데 사고로 30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 9명이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단원고등학교 고창석, 양승진 교사와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학생, 그리고 제주도로 이사를 가던 중이었던 권재근 씨와 아들 혁규 군, 아내 이영숙 씨 등의 시신이 아직 수습되지 못했다.
세월호를 인양하는 과정에서 그물형 가림막이 설치됐다. 미수습 시신의 유실을 막기 위해서다. 세월호 인양이 마무리되면 사고 해역 주변에 잠수부가 직접 들어가 수색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세월호 선체 내 시신 수습은 객실만 따로 분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눕혀 있는 상태의 세월호에서 객실만 따로 떼어 세우는 ‘객실 직립방식’이다. 특히 바다 밑바닥에 닿으며 찌그러져 그동안 수색이 어려웠던 선미 객실 부분부터 차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시신수습 작업기간은 몇 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 화물과적 실체 볼 수 있나
세월호 인양이 단순히 미수습자 수습으로만 끝나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아직 풀리지 않은 사고 원인을 규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인양으로 세월호에 아직 남아있는 적재물을 통해 더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경찰조사 당시 장부에 적혀있지 않았던 화물이 CCTV를 통해 확인됐다.
이번 인양으로 장부에 없는 화물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돈이 되는 화물 일부가 비자금 조성 용도였을 것이라는 의혹 역시 규명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당시 해경은 화물목록에 없었던 트레일러 등 중장비가 세월호의 균형을 잃게 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사고 이후 세월호 과적이 문제로 제기되면서 세월호 화물목록이 공개됐다. 차량적재 화물을 제외하고도 당시 세월호에는 2142톤에 상당하는 화물이 실렸다. 검경합동수사본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는 선박검사기관으로부터 화물을 최대 약 987톤 적재하고 운항하도록 승인받았으나 실제로는 약 2142톤의 화물이 실린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항 출항 당시 세월호에는 1톤 트럭 23대, 5톤 트럭 27대, 승용차 84대, 승합차 40대 등 차량 185대를 비롯하여 8피트 컨테이너 60개, 10피트 컨테이너 45개 등이 적재됐다. 화물목록에 따르면 차량적재화물을 제외하고도 69가지의 화물이 선수갑판, D갑판, E갑판에 나뉘어 적재됐다. 화물 종류는 수입대리석, 소파, 생강, 기름보일러 등이 있었다. 또 배의 복원성을 유지하기 위한 평형수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761톤을 실었고 화물들을 제대로 고박하지 않았다는 것이 침몰 원인으로 꼽혔다.
화물목록 일부.
세월호가 침몰해 있는 동안 많은 의혹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세월호에 제주 해군기지로 가던 철근 270여 톤이 실렸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또 세월호에 있던 노트북에서 국정원 지적사항 파일이 발견되기도 했다. 또 세월호 직원이 ‘국정원과 선사대표 회의’라고 적어 놓은 메모도 발견되며 ‘국정원 개입설’도 떠올랐다.
외부 충격설도 제기됐다. 네티즌 수사대로 유명한 ‘자로’는 지난해 12월말 유튜브에 9시간에 달하는 영상인 <세월X>를 올렸다. 그는 세월호 항적 등을 보면 조타 실수나 과적을 이유로 침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군 잠수함과의 충돌 가능성을 제기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과도한 적재와 급격한 방향 선회라고 결론 내린 검찰과 다른 의견을 낸 것이다.
이에 해군은 “세월호 침몰 당시 맹골 수로를 항해하거나 인근 해역에서 훈련을 한 잠수함은 명백히 없었다”며 “이는 수많은 잠수함 승조원의 명예를 명백하고 심대하게 훼손하는 것으로써 묵과할 수 없으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 등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인양을 통해 관련 부품을 정밀히 조사하면 사고 원인이나 기계 고장 여부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었다.
수면 위로 나타난 세월호에는 100여 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특히 일부는 1m가 넘는 큰 구멍으로, 이후 사고 원인 검증 등의 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런 구멍들에 대해 해양수산부 측은 “배를 띄우고 물을 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화물칸 위주로 잠수를 실시하면서도 한국인 잠수사는 절대 잠수를 못하게 해 화물칸의 화물을 몰래 버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됐던 바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세월호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날이 얼마 안 남았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
왜 이제서야 인양하나? 박근혜 내려가니, 박근혜 치부 올라와 세월호 인양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가운데 인양 시점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2일 오전 10시께 세월호 선체 시험 인양을 시작했고, 본 인양을 거쳐 목포신항으로의 거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오히려 속도가 붙은 인양 작업은 지난 3년간 지지부진했던 인양계획과 대비를 이뤄 왜 빠르게 진행하지 못했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앞서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단은 지난 15일 소조기가 시작되는 19일 전후로 세월호 인양 준비를 위한 점검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가 난 지 5일 만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몰린 사회적 관심을 세월호로 돌리기 위해서라는 추측도 난무하다. 오는 5월 장미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를 예측해 서둘러 인양에 돌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올해 초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조직 개편론 논의가 시작되면서 해수부는 존폐론에 휩싸였다. 세월호 사고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토교통부 산하의 해양청과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의 수산청으로 분할해야 한다는 식의 해체론이 대두된 까닭이다. 이에 해수부 관계자는 “대선에 맞춰 일부러 인양을 늦췄다는 것은 낭설”이라며 “기술적인 문제는 수용할 수 있지만 인양 시점에 대해 다른 요인과 연결하는 건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수부는 인양 작업이 어려워 인양 방식을 바꾸는 등의 시행착오가 있어 3년이 걸렸다는 해명을 내놨다. 세월호 1주기인 지난 2015년 4월 정부는 선체 인양방침을 발표했고, 이때 상하이샐비지가 인양업체로 선정돼 같은해 8월부터 인양 작업을 시작한다. 이때 크레인으로 끌어올리는 플로팅독 방식을 선택했지만 기술적 어려움으로 1년 3개월이 흘렀다. 지난해 11월에야 바지선 방식으로 변경해 인양에 진전을 보이게 된 것이다. [최] |
‘상하이샐비지’ 싼 게 비지떡? 세월호 인양을 맡고 있는 상하이샐비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선체 인양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2015년 7월 국제 입찰을 진행한다. 이때 미국 타이탄, 네덜란드 스미트를 포함한 국제기업들이 입찰에 참여하지만 최종 낙찰된 곳은 국내 해저케이블업체인 오션씨엔아이와 컨소시엄을 형성한 중국의 상하이샐비지였다. 해수부가 상하이샐비지를 인양 업체로 선정한 이유는 저렴한 사업 비용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인양이 늦어진 이유로 처음 상하이샐비지가 고수했던 플로팅독 방식이 난항을 겪었던 것이 지적됐다. 입찰 당시 반잠수함을 이용하는 것을 제안했던 업체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세월호 인양 관련 예산은 총 1020억 원이다. 상하이샐비지가 해수부와 계약한 금액은 851억 원이었다. 해수부는 잔존유 제거, 인양·지정장소 접안, 육상 거치와 보고서 작성 등 단계별로 작업이 성공할 때마다 세 차례에 나눠 지급하기로 했고, 지금 계약금액은 916억 원으로 늘어났다. 중국국영기업인 상하이샐비지는 1951년 설립된 해양 구난 전문 업체다. 상하이샐비지 연간 매출은 3000억 원 규모이며 1400여 명 상당의 구난 분야 전문인력이 있다. 1900건 이상의 선박 구조 작업과 1000건 넘는 잔해 제거 작업 등의 실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7월에는 중국 양쯔강에서 침몰한 유람선 둥팡즈싱호 인양 작업에 참여했던 것도 유명하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