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2014)` 영화 포스터와 타로카드 1번.
[일요신문=최정임 타로마스터] 다른 사람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작가 테오도르. 그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웃기며 감동을 주는 일을 하지만 정작 자신은 따분하고 공허한 삶을 살고 있다. 아내 루니마라도 사랑하고 있지만 별거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인공지능 운영체계인 사만다(OS1)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타로카드 1번의 마법사는 마법을 부리는 사람이다. 한 손에는 마법지팡이를 쥐고 있으며 이것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마법을 부린다. 머리에는 뫼비우스띠가 있는데 이것은 지혜로움을 의미한다. OS1이 접속될 때 뫼비우스 표시가 나온다. 빨간 겉옷을 입고 있는 테오도르의 모습도 마법사와 비슷하다.
책상에는 나무봉, 동전, 칼, 컵 등이 놓여 있다. 이것은 화(火), 토(土), 공(空), 수(水)의 상징적 사물로 세상을 만드는 4가지 요소를 나타낸다. 타로 그림 속에는 컵을 제외한 동전, 칼, 나무봉, 책상이 잘려 있으며 마법사의 다리도 꽃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마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실체일 수 도 실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테오도르가 사랑한 사만다가 실제인 듯 아니면 마법인 것처럼.
다른 사람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테오도르는 정작 자신의 감정은 잘 모른채 살아왔다. 사만다를 만나면서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었고 아내도 완전히 놓아줄 수 있게 되었다.
2014년 이 영화가 처음 상영될 당시 필자에게는 문화적 충격이었다. 운영체계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 자체가 놀라웠다. 하지만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테오도르의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불편하고 슬펐다.
시간이 흘러 이 영화를 다시 감상한 느낌은 `운영체계와의 사랑이 이상한 것만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정상적인 것을 사랑하고 있다는 우리는 어떠한 사랑을 하고 있는지, 사랑을 테오도르처럼 하고 있기는 하는지 실로 궁금하다.
필자가 좋아하는 한 정신분석 전문가의 말이 떠오른다. “사람은 사랑이 있어야만 제대로 태어나서 자랄 수 있는 운명을 지녔다. 그리고 사랑은 인간과 동물을 구분지어 주는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사람은 사랑을 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남자든, 여자든, 가족이든, 혹은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든, 아니면 예술이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든. 결국 어떤 형태로든 모두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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