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40년 지기인 관계다.”
내일 구속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힌, 검찰의 판단.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관계를 ‘40년 지기’로 표현했는데, A4 용지 92쪽 분량의 청구서에는 최 씨의 이름이 무려 143회나 거론된다.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이 받는 모든 혐의에 최 씨가 등장하는 셈이다.
검찰은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의 선거 전략에도 깊숙이 관여했다고 봤다.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구체적인 선거 전략을 세우는 것을 비롯해 이듬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부터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10월까지다.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의 의상 비용 3억여 원을 대납하는 등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정치, 경제적으로 한몸이라는 게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한 요지.
하지만 법원의 영장 결과를 놓고는 전망이 나뉜다. “법원도 어쩔 수 없이 영장을 발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좀 더 많지만, “직접 주머니에 챙긴 게 없기 때문에 법원도 쉽게 영장을 내줄 수는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대법원 관계자는 “구속 여부는 철저히 영장전담 재판부가 판단하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관여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재판부는 단순히 판사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법원이 처한 상황과 법원 전체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들을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의 70%는 결국 영장 발부를, 구속 수사를 원하는 것 아니냐”며 “향후 대선이 있은 뒤, 법원이 사법개혁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위해서는 박 전 대통령 구속이 더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법원 내에서도 영장 발부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점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는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특검의 판단을 토대로 영장을 청구했지만, 사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돈을 챙긴 게 없고 무엇보다 구체적이지만, 도와주라는 지시를 했다는 증거 밖에 없지 않느냐”며 “안종범 전 수석 등 측근들 역시 증거 자료만 제출했을 뿐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챙기려 했다는 내용으로 진술한 적이 없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법원에서 억울함을 호소할 부분이 상당하고 법원도 박 전 대통령 입장에 공감하는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변수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사회적 위치, 그리고 이에 따른 경호 문제, 또 박 전 대통령이 나왔을 때 법원이 가질 부담감과 정치적 파장 등을 감안하면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하고 자택에 있다가 영장 결과를 받는 게 가장 이상적이었다”며 “박 전 대통령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나올 정도로 억울함이 많다면, 박 전 대통령의 변론은 상당히 길어질 것이고, 그만큼 법원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9일부터 법원은 경호 준비로 바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 심사에 참석하겠다고 변호인단을 통해 뜻을 밝혀오면서 당장 30일 오전 5시부터 법원 정문(법원 삼거리쪽 입구)을 통제하기로 결정했다. 법원 직원들의 출입도 불허하겠다는 방침인데, 직원과 취재진 모두 별관 정문으로 받겠다는 계획이다. 또 법원 동문 역시 들어오는 것은 불허하고, 나가는 것만 허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때처럼 박 전 대통령을 위해 법원을 비우지는 않는다. 법원 관계자는 “법원은 검찰과 달리 민사재판도 있어서 워낙 드나드는 사람이 많다”며 “경호 문제가 중요한 것은 알지만, 법원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을 감안할 때 박 전 대통령 경호를 위해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효정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