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맞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 사진=FA photos
[일요신문] ‘슈틸리케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3월 28일 열린 시리아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전에서 고전 끝에 1-0 승리를 거뒀다. 대표팀은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이란전, 우즈베키스탄전과 직전에 열린 3월 23일 중국전까지 보는 이를 답답하게 만드는 경기력으로 일관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이후 2015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거두고 월드컵 2차 예선을 무실점으로 통과하며 한때 국민적 지지를 받기도 했지만 연이은 졸전으로 이젠 엄청난 비난에 직면했다.
경기력을 놓고 많은 질타를 받고 있는 대표팀. 사진=FA photos
일부에서는 ‘플랜B’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감독 교체도 거론하고 있다. 즉각적인 감독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을 뿐더러 3경기가 남은 최종예선을 잘 치러 대표팀이 러시아 월드컵에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본선만큼은 다른 감독이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일요신문>은 차기 대한민국 국가대표 감독 후보로 오를 만한 국내외 인물들을 꼽아봤다. 조건은 현재 어느 팀의 지휘봉도 잡고 있지 않거나 곧 임기가 종료되는 감독 들이다.
# 해외 감독 후보 히딩크, 자케로니, 라니에리
2002년 한일 월드컵서 대한민국의 4강 진출을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전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감독이다. 한국에서 주가를 올린 히딩크는 이후로 호주, 러시아 등에서 업적을 내며 다시 한 번 세계 최고 감독 반열에 올랐다.
지난 2014년 국내를 찾은 히딩크 감독. 사진=FA photos
히딩크는 다른 곳에서 감독직을 수행하는 와중에도 한국 축구와 좋은 인연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유럽무대에서 활약하는 유망주를 추천하고 다른 나라와의 친선전을 돕는 등 여전히 한국 축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히딩크가 한국 축구의 위기 상황에 ‘구원 등판’ 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팬들이 있겠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히딩크가 여전히 많은 팀들에 매력적인 감독이기 때문이다. 잉글랜드의 레스터시티, 미들즈브러 등의 감독 물망에 올랐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현재 휴식중인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도 좋은 후보 중 한 명이다. 그는 AC 밀란, 인터밀란, 유벤투스 등 이탈리아 명문구단 다수를 거친 유명 감독이다. 아시아 무대에선 2010년부터 일본 감독을 맡으며 경험을 쌓았다.
자케로니는 2011년 아시안컵 우승,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1위로 통과하는 등 ‘자케로니 재팬’이라는 별칭 얻으며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엔 베이징 궈안 감독으로 부임했으나 충분한 시간을 부여받지 못하고 경질됐다. 일본과 중국에서 최근까지 감독직을 수행해 아시아 축구 경험이 풍부하다는 강점이 있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는 팬들 사이에서 많이 언급되는 감독이다. 2015-2016 시즌 잉글랜드 무대에서 약체로 평가되던 레스터시티를 이끌고 동화 같은 우승을 이끌어내 주목받았다. 하지만 우승 이후 한 시즌 만에 경질되며 현재 무직인 상태다. 과거 그리스 국가대표팀을 맡아 유로 예선에서 부진해 경질된 경험은 흠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최근 역사에 남을 우승 기록으로 다른 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거 일본 대표팀 제의를 고사한 경우도 있어 한국 대표팀을 맡을지는 미지수다.
# 국내 감독 후보 김학범, 김호곤, 신태용
유력한 차기 감독 후보로 점쳐지는 신태용 감독. 사진=FA photos
그는 지난 2014년 다시 성남 지휘봉을 잡고 FA컵 우승을 거두며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2015년에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시민구단임에도 아시아 최강으로 군림하던 광저우 헝다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능력만큼은 인정받는 김 감독이지만 축구협회와 큰 인연이 없어 국대 지휘봉을 잡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원활한 관계를 맺어온 국내 감독을 선임했던 전례를 살펴보면 그의 부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것이 그 근거다.
김호곤 감독도 대표팀 위기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감독 후보다. 김 감독은 지난 2012년과 2013년 울산 현대 감독으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K리그 준우승을 달성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철퇴 축구’라는 별칭으로 울산을 K리그 최강 팀으로 조련했다. 현재 대표팀 주축 공격수인 김신욱의 활용법을 잘 아는 감독이라는 장점도 있다.
국가대표와도 인연이 있다. 김 감독은 국가대표팀 코치로 일했던 경험도 있고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맡아 아테네 올림픽에 참가하기도 했다. 현재 대한축구협회에 부회장으로 있어 내부 분위기도 잘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신태용 감독도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2009년 성남 일화 감독 대행으로 지도자 데뷔해 첫해 리그 준우승, 2010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2011년 FA컵 우승을 이뤄내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2014년부터는 A대표팀 코치를 역임해 현재 대표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지도자다. 선수들과 친밀감을 형성하는 특유의 ‘형님 리더십’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16 리우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A대표팀 코치와 겸임해 대회를 치르기도 했다. 대표팀 후보가 될 수 있는 젊은 선수들도 훤히 꿰뚫고 있다. 지난해 말 20세 이하 대표팀을 맡으며 A대표팀 코치 자리에서는 물러났다. 올해 20세 이하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신 감독은 위기 때마다 맡은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급 대표팀을 모두 지도해 축구협회에서 더 이상 맡을 감독 자리가 없을 정도다. 협회가 차기 감독으로 국내 감독 선임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가장 유력한 감독 후보로 보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