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권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하면서 ‘10년 주기 정권 교체설’이 주목받고 있다. 일요신문 DB
보수 정권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하면서 ‘10년 주기 정권 교체설’은 이번 대선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다. 진보 진영이 정권을 잡아야 한다는 기대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뒤 이명박·박근혜의 보수 정권 10년이 이어졌다. 야당 측 한 보좌진은 “이번엔 문재인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정권은 10년 주기로 바뀐다. 벌써부터 기업 대관팀에선 야당 측 보좌진을 영입하기 위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권 징크스’도 시선을 끈다. 1992년 이후 대한민국과 미국 정권의 정치 성향은 계속 엇갈려 왔다. 1997년 한국에서 진보 성향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2년 뒤 미국에선 보수 진영의 공화당 후보 조지 부시 대통령이 당선됐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미국에선 부시 전 대통령이 연임했다. 이후 2007년과 2012년 한국에서 보수 성향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미국에선 버락 오바마 정부가 집권했다.
지난 1월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번 장미 대선에서 진보 성향 정권이 들어설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후보 선출 순서 징크스’도 주목을 받는다. 교섭 단체 가운데 가장 먼저 후보를 선출한 당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것이다. 2002년 16대 대선 당시 새천년민주당은 노무현 후보를 4월 26일 대선 후보자로 확정했고, 뒤이어 5월 9일 한나라당은 이회창 후보를 대통령 후보자로 결정했다. 결과는 노무현 후보의 승.
2007년 17대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한나라당은 8월 20일 이명박 후보를, 대통합민주신당은 10월 14일 정동영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이명박 후보가 정 후보에게 완승을 거뒀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땐 8월 20일 박근혜 후보가, 9월 16일엔 문재인 후보가 대선 후보로 결정됐었다.
이번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 일정은 어떻게 될까. 우선 3월 28일 바른정당에선 유승민 의원이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다. 뒤이어 3월 31일엔 자유한국당이 대통령 후보를 결정 짓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4월 초에 후보 확정이 예정돼 있다. 징크스대로라면 유 후보의 승리가 점쳐지지만 현재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 징크스는 깨질 가능성이 높다.
충북에서 패한 후보는 낙선한다는 ‘충북 징크스’도 있다. 충북은 유권자 비중이 2012년 기준으로 전국의 3%에 불과하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충북에서 43.3%를 얻었고 박 후보는 56.2%를 얻은 바 있다. 이 징크스는 충북이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을 뒷받침한다.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 당선으로 깨진 징크스들도 있다. 먼저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호 2번을 달고 승리했다는 ‘2번 후보 징크스’다. 하지만 2012년 제18대 대선에선 기호 1번인 박 후보가 당선됐다. 앞서의 야당 보좌진은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전 대표가 기호 2번이었기에 당선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고 했다.
‘직전 전국 선거에서 패배하면 승리한다’는 징크스도 깨졌다. 1992년 총선과 2002년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이었던 민주자유당과 새천년민주당은 패했다. 하지만 그해 있었던 대선에선 김영삼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하지만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원내 과반을 차지했을 뿐 아니라 대선에서도 이겼다.
‘투표율이 높으면 보수 후보가 패배한다’는 징크스도 있었다. 1997년 제15대 대선 이후 투표율이 70%를 넘은 대선에선 모두 진보 후보가 승리했다. 15대 땐 투표율이 80.7%였는데 당시 김대중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꺾었다. 16대 대선에선 투표율이 70.8%였고,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눌렀다. 17대 대선에선 투표율이 63.0%에 그쳤는데 이명박 후보가 정동영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하지만 18대 대선에서 75.8%를 기록했지만 박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이 징크스는 깨졌다.
허성무 정치평론가는 “결과를 보고 사후적으로 만들어 낸 이야기일 뿐이다. 과학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수백 수천 가지의 얘기가 있는데 끼워 맞춘 것”이라면서 “재미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