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아모레퍼시픽그룹(대표이사 회장 서경배)이 올해 이사보수한도를 크게 늘렸다. 지난해 이사보수한도 150억 원에서 올해 200억 원으로 3년간 2배가 늘어난 수치다. 보수 한도 상향 조정이 형식적이거나 행정적인 조치라는 설명을 내놨지만, 일각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특히, 지난해 가습기살균제 성분 치약에 이어 올해 사드보복 여파로 매출 적신호까지 겹친 상황에서 이사보수한도를 올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이사들의 총 보수한도를 200억 원으로 33%(50억 원) 증액한다. 이사의 수 역시 9명(사외이사 6명)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사보수한도는 사내, 사외이사에게 지급할 수 있는 보수의 최대 상한선으로 상법상 주주총회에서 결정한다. 실제로 지급하는 보수는 보수한도를 크게 밑도는 곳이 대부분이라 실제 지급액과는 차이가 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2014년 이사보수한도 100억 원 중 실제 집행금액은 약 63억원에서, 2015년 이사보수한도 100억 원 중 실제 집행금액 약 52억 원, 2016년도 이사보수한도 150억 원 중 실제 집행금액 약 44억 원으로 확인됐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2017년 이사보수한도는 200억 원으로 책정되었는데, 이는 2017년은 3년마다 지급되는 임원들 장기 인센티브(0~200%)가 예정되어 있어서 한도를 여유롭게 잡은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또 “이사보수한도에서 실제 이사에게 지급된 보수는 보수 한도의 절반도 미치지 않는 등 보수한도 증액은 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관계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보수한도를 과다 상정한 기업에 대해 문제의식 없이 과다 상정한 뒤 실제 크게 밑도는 보수를 지급하는 경우라며 대부분 상장기업의 문제로 지적되는 사항이라고 꼬집었다.
아모레퍼시픽과 달리 LG생활건강의 경우 보수한도 60억 원 중 실지급률이 78.2%를 나타낸 점은 눈에 띈다. 특히, 아모레G의 경우 의결권 자문회사로부터 영업이익과 배당금 증가폭에 비춰볼 때 이사 보수한도가 과다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난해에 이어 반대 권고를 내렸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 회장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서경배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 씨에 대한 후계 승계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는 미국 코넬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를 거쳐 올 초 아모레퍼시픽에 평사원(경기도 오산 뷰티사업장 생산부문)으로 입사했다. 아버지인 서경배 회장과 같은 수순을 밟고 있어 서씨의 향후 자산승계에 기업가치 상승과 재원마련은 필수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의 꾸준히 급상승한 이사보수한도에 비해 실 지급액의 가파른 하락은 눈여겨봐야 하는 대목이다. 더구나 사드보복여파로 올해 매출이 10% 가까이 떨어질 위험까지 제기된 만큼 보수한도 인상은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