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해수욕장 해변에 101층 복합시설 1개동과 85층 주거시설 2개동으로 구성된 엘시티(LCT)를 건립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 수사에 잠정 합의가 이뤄지자 부산상공회의소 측은 “검찰 수사를 겪으며 위축된 지역 상공계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특검 추진에 가뜩이나 어려운 부산 경제가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부산 시민단체들은 상반된 주장을 내놓았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부산 경제가 위축된 것이 아니라 엘시티 비리와 연루된 상공계 인사들이 위축된 것”이라며 “부산상의 회원도 아닌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의 탄원서를 작성하는 등 지역의 민심과 동떨어지는 행위를 하면서 그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부산 경제 위축이라는 협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엘시티 의혹이 불거진 이후 지역사회 내에 불붙은 갈등은 좀처럼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부산상의가 지역 경제침체를 우려해 조만간 지역 상공계의 의견을 정치권에 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갈등이 고조되기도 했다. 다만 부산상의 측이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고 해명해 조기 봉합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부산상의 회장의 답변인 만큼 건의서 등으로 정치권에 입장을 전달할 가능성은 여전한 상태다.
엘시티 후폭풍은 부산 경남지역 건설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들은 엘시티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대형 사업들이 모두 ‘올 스톱’ 됐다고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엘시티 비리에 지역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연루된 의혹이 제기되자 관련 기관들이 ‘제2의 엘시티’ 사태를 막기 위해 대형 사업 인가에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지역 대표 금융그룹인 BNK금융그룹은 엘시티 특혜대출 의혹에 휘말리며 구설에 올랐다. BNK가 전망이 불투명한 엘시티 사업에 1조 1500억 원 규모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약정을 맺고 엘시티 사업 PF 약정(총 1조 7800억 원 규모)의 64.6%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분양이 미진할 경우 추가 자금을 대출해주기로 이면 약정까지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부산지방검찰청 특수부는 BNK금융지주와 부산은행, BNK증권, BNK캐피탈 사무실과 성세환 BNK금융지주 회장실, 이장호 전 부산은행장 등 경영진 사무실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엘시티 특혜 대출 의혹 이후 BNK의 신규 PF대출이 사실상 중단됐다는 말도 나온다. 한 부산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엘시티 수사 이후 소위 ‘잘나가던’ 사업들이 모두 중단됐다. 목 좋은 곳에 자리 잡은 대형 사업들은 혹여 특혜 시비에 휘말릴까 죄다 다시 검토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라고 업계 현황을 설명했다.
이어 “특히 BNK금융지주가 엘시티 사태로 검찰에 압수수색당하면서 부산 쪽 대형 사업은 PF 대출이 더욱 어려워졌다. 이미 PF 대출을 받은 업체들은 한 시름 놨으나, 대선 이후 특검이 시작되면 PF 받으려는 업체들은 더 난감해진다. 매주 미팅 잡고 임원진 설득해야 하는데, 임원진이 검찰에 조사받으러 가면 회의는 어떻게 하나. 사업이 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부산은행 측은 “PF 관련 정책이 변화된 것은 전혀 없다. 엘시티와 저희 PF 대출 진행을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사업성을 판단해 진행하고 있다. 최근 건설 경기 자체가 좋지 않다 보니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엘시티 사태로 지역 건설업계가 유탄을 맞은 가운데, 최근 엘시티 공사현장 곳곳에서도 ‘앓는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영세 하청업체들이 대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최근 분양률이 둔화된 엘시티에 미분양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의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엘시티 분양률은 아파트 87%, 레지던스 48% 내외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 분양률은 더 낮다. 특히 레지던스의 경우 아직 청약단계이지만 일부 세대 미분양 가능성이 높다. 오션뷰와 작은 평수를 제외하고는 분양률이 최저 약 10%대에 못 미치는 세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시티의 경우 부산 최초의 투자이민제 도입 건축이라 업계에서 주목을 많이 받았다. 중국 부호와 계약했다는 말도 돌았으나 ‘사실 아는 중국집 주방장 이름이라더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돌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월 엘시티 공사 현장에서는 2억 4000여 만 원의 식당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함바식당 주인이 크레인에 올라 3시간여가량 고공농성을 벌인 바 있다. 또한 엘시티 공사 현장에 3개월간 인부를 제공한 인력업체가 4억 2000여 만 원의 대금을 받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는 엘시티 건설을 둘러싼 다중하청 시스템 탓으로 영세 하청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구조에서 원청인 포스코마저 미온적 태도를 보이며 외면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일기도 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정치권, 특검 놓고 득실 계산 분주…‘그도 계속 털면, 먼지 나오지 않을까’ 국회 원내교섭단체 4당의 합의로 대선 후 엘시티 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이 추진되는 가운데, 특검 도입을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엘시티 비리 커넥션이 정관계 전방위로 퍼져있는 만큼 엘시티 특검이 대선 이후 새롭게 출발하는 차기 정권을 뒤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지난해 11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언비어 문자를 들어보이며 유포자에 대한 검찰의 엄정 단속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의 주장은 앞서 지난해 11월경에 제기된 루머와 궤를 같이한다. 당시 엘시티 비리에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가 연루됐다는 내용의 루머가 나돈 바 있다. 이런 와중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엘시티 게이트 사건의 엄정 수사를 지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태가 불거져 진퇴양난에 놓인 박 전 대통령이 국면전환용으로 엘시티 수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의 엘시티 수사 지시가 알려지자 일부 보수단체와 친박단체는 “박 대통령이 칼을 뽑았다”고 반기며 해당 루머를 퍼 나르기도 했다. 이 같은 루머가 온라인상에 확산되자 문 전 대표와 김 전 대표는 허위 사실 유포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서며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특히 문 전 대표는 “당시 나뿐만 아니라 야당 정치인들은 영향을 미칠 만한 위치에 있어 본 적이 없다. 엘시티 의혹의 골자인 인허가 특혜 문제는 모두 새누리당 시절에 벌어졌던 일들인데 여기에 왜 나를 들먹이느냐”며 강하게 항변했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