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와 퀄컴의 소송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퀄컴은 삼성전자와 공정위의 결탁 의혹까지 꺼내들면서 공정위의 제재에 불복하고 있다. 이미지=백소연 디자이너
퀄컴 “삼성전자-공정위 결탁 의혹” 부각, “글로벌 소송 불사” 배수진
공정위 “두고 볼 수 없다” 불복소송 대리인단 선임
[일요신문] “퀄컴-공정위, 고래싸움에 새우등(삼성전자) 터질라?” 세계 최대 對 세계 최고 간의 진흙탕 싸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로 세계 최대 모바일 칩 제조업체인 미국 퀄컴과 세계 최대의 삼성전자 간의 특허권 남용을 둘러싼 공방이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사상 최고액인 1조 원대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제재에 나서면서 자칫 한국-미국 간의 국제분쟁으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더구나 퀄컴이 공정위의 제재에 불복한 것도 모자라 삼성전자와 공정위간의 결탁 의혹까지 꺼내들면서 소송은 진흙탕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1일 퀄컴이 서울고등법원에 시정명령·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신청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대리인단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퀄컴의 이른바 불복소송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과징금 및 시정명령을 담은 본안에 대해서는 법무법인 케이씨엘(변호사 서혜숙 등)과 최신법률사무소(변호사 최승재 등)를, 시정명령에 대한 효력정지와 관련해서는 법무법인 KCL, 최신법률사무소, 향촌법률사무소(변호사 방이엽 등)를 대리인단으로 각각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공정위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1조300억 원과 특허개방 등 시정명령을 퀄컴에 내렸다. 퀄컴이 스마트폰업체들에 불공정계약을 맺어 과도한 라이선스비를 챙기고 통신반도체기술을 독점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공정위는 퀄컴이 칩세트 공급과 특허권을 연계해 확보한 시장지배력으로 정상적인 경쟁을 방해하고 특허권을 독식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퀄컴은 “수십년간 이어져 온 특허 관행을 한국의 공정위가 전례가 없는 결정으로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동의할 수 없다”면서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퀄컴은 지난 달 공정위의 결정에 불복하며 취소를 요청하는 소장과 함께 공정위가 내린 시정명령의 집행을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중지해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도 함께 낸 상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기소로 삼성전자는 퀄컴과 공정위간의 소송전에 긴장하는 눈치다.
이 과정에서 퀄컴은 미국 언론을 통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공정위가 삼성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과 함께 공정위와 삼성그룹의 결탁의혹을 제기했다. 공정위의 결정이 부정확했을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설명한 것이다.
퀄컴은 삼성전자가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통해 퀄컴의 통신반도체기술 특허를 풀어 퀄컴에 지불하는 비용을 크게 줄여 이득을 보려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또 자신의 사건을 감독한 공정위의 전 부위원장이 특검 수사를 받은 정황을 강조하기도 했다.
만약 퀄컴이 불복소송에서 패해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을 경우 스마트업체에 유리한 조건으로 라이선스비에 대한 재협상이 불가피해 재정 타격을 크게 입을 수밖에 없다.
한편, 퀄컴은 국내외에도 지난달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에 이어 애플로부터 반독점범 위반 행위와 관련해 소송을 당했다. 유럽연합(EU)과 대만, 중국 등에서도 경쟁당국의 조사를 받는 상태다. 다만, 중국의 경우, 공정위와 유사한 조치를 받고 라이선스비를 낮추는 데 합의했다.
이를 들어 일부에선 국내 당국을 무시한 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기소 상태에서 국내 정치 상황을 이용하려는 인상마저 비춰진다는 지적까지 나온 상태다.
삼성전자도 공정위와 퀄컴간의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찜찜하다는 눈치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 등 총수부재 난국 속에 자칫 공정위와 불미스런 의혹만 부각되는 등 전혀 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고래싸움에 거대한 새우등이 터질지, 퀄컴과 공정위의 치열한 법적공방이 혼란한 정국만큼 어디 방향으로 흘러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