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문시장 전경(위)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사진. 일요신문 DB
# 박근혜 여론 엇갈리는 대구
3월 30일 대구에서 만난 한 70대 남성은 “박근혜 전 대통령 부모는 전부 흉탄에 맞아 돌아가셨다. 박 전 대통령은 조선시대의 옹주나 다름없다. 주변 사람들이 입혀주며 키워줬고 경호원들이 보살펴왔다. 최순실 씨의 도움 없이 박 전 대통령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저는 이해가 가는데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지난 18대 대선 때 대구 지역은 80.14%의 표 몰아주기로 박 전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파면됐지만 여전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연민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2030세대의 반응은 달랐다. 대구 토박이인 20대 남성(경북대 법학과 졸업)은 “박 전 대통령이 비선실세랑 얽혀 대통령 권력을 남용했다. 많이 밝혀졌다. 어르신들이 두둔하는 것을 보면 왜 저럴까 싶다. 박 전 대통령은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윤상현 씨(경북대 지리학과 2학년)도 “박 전 대통령을 동정하는 사람은 이해가 안 간다. TK 출신 대통령이 집권을 해왔지만 대구는 전혀 발전하지 않았다. 확실히 뒤엎어야 한다. 동성로에서 열린 탄핵 촛불집회에도 계속 참석했다”고 말했다.
# 유승민, TK서 외면
바른정당은 3월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제19대 대통령 후보자 선출대회를 열고 유 의원을 최종 후보로 확정했다. 유 의원은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에서 총 3만 6593표(62.9%)를 얻어 2만 1625표(37.1%)를 얻은 남경필 경기지사를 눌렀다. 유 의원은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오로지 대한민국을 위기로부터 구해내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3월 30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 3월 5주차 주중집계에 따르면 차기 지지율은 문재인 전 대표(35.2%),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17.4%), 안희정 충남지사(12.5%), 이재명 성남시장(9.5%), 홍준표 경남지사(7.7%) 순으로 나타났다. 유 의원(2.6%)은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5.3%)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3.4%)보다도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유 의원의 대권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까닭이다. 특히 TK 지역 지지율은 유 의원에게 더욱 뼈아프다. 문 전 대표(30.5%), 홍 지사(19%), 안 지사(12%), 김 의원(9.5%) 안 전 대표(8.9%) 순이었다. 유 의원(3.2%)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3.3)과 이 시장(7.3)에도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주중집계는 2017년 3월 27일부터 29일(수)까지, 3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만 6002명에 통화를 시도해 최종 1525명이 응답을 완료, 9.5%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였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
유 의원으로서는 집토끼인 TK 지역 공략이 최우선 과제인 셈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TK지역에서 여전히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박 전 대통령 지지층 사이에서 유승민 비토론은 거세다. 대구 서문시장의 상인 최 아무개 씨(69)는 “솔직한 말로 배신이지…옥새 도둑놈(김무성)하고 둘이 짜서 박 전 대통령한테 총질을 해댔다. 유 의원은 끝났다. ‘청와대 얼라들’ 발언을 했을 때부터 이쪽 민심은 완전 돌아섰다. 증세 없는 복지는 거짓말이라는데 원내대표는 그런 소리를 하면 안 된다. 집권당이 대통령이랑 함께 가야 하는데 자기 살자고 깽판 놓으면 되나”라고 울분을 토했다.
# 반문정서 팽배, 홍 아니면 안?
택시 기사 최동열 씨(60)는 홍준표 지사를 향해 무한한 애정을 드러났다. 그는 “대구 사람들은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100명에 99명이 끊는다. 될 놈이 좀 있어야 대답하기 때문이다. 홍 지사가 될 것 같아 이제는 슬슬 대답을 할 것이다. 대통령은 홍 지사처럼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입이 좀 거칠어도 상관없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대표의 이름도 자주 나왔다. 서문시장의 한 상인은 “보수에 인물이 없다. 원래 안 지사를 찍으려고 했는데 안 전 대표로 마음을 정했다. 우리 아들도 안 전 대표를 찍으려고 한다. 문 전 대표는 보복정치를 할 것이 뻔하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했다. 15년째 생선가게를 운영 중인 50대 여성은 “여기는 반문정서가 강하다. 문 전 대표는 믿음이 안 가고 안 전 대표는 믿음이 간다. 우리 나이대는 문 전 대표를 아주 싫어한다”라고 밝혔다.
여의도 일각에서는 “TK 지역 반문정서가 안 전 대표를 대안으로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국회 관계자는 “TK 쪽 반문정서는 상상을 초월한다. ‘죽어도 문 전 대표는 안 된다’는 분위기다. 문 전 대표와 좌파들에게 정권에 내줄 수 없다는 절박함이다. 오히려 문 전 대표보다 확장성이 있는 안 전 대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만약 안 전 대표가 보수 단일후보로 나오면 TK는 몰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 유승민, 안철수와 손 잡을까.
최근 여의도에선 ‘단일화’가 관심거리다. 안 전 대표를 포함 반문진영 대권 잠룡들이 본격적으로 단일화 싸움에 돌입했다. 자유한국당의 대선후보 홍 지사는 최근 보수 단일의 대선후보 자리를 꿰차기 위해 유 의원과 날선 신경전에 돌입했다. 유 의원은 홍 지사를 향해 “아직 대법원 판결이 진행 중인 사람이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후보 자격이 없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홍 지사는 “TK(대구·경북) 정서는 살인범도 용서하지만 배신자는 용서하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유-홍’ 단일화 전쟁의 서막이 오른 모양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 의원의 설 자리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박근혜 탄핵 사태가 정치인 유 의원에게 일격을 가했다. 유 의원이 홍 지사와의 단일화 싸움에서 들고 갈 지분이 없다. 홍 지사는 TK의 지지를 받고 있고 유 의원은 배신자론에 시달리고 있다. 유 의원은 제3지대로 가는 편이 낫다”고 했다. 이 경우 유 의원이 제3지대에서 안철수 전 대표와 단일화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유 의원 주변에서도 “홍 지사와 손을 잡느니 안 전 대표와 함께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