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세론 민주당 최대 패착 될 수도”
“민주당 자만 금물···정권교체보다 적폐청산 기득권교체가 촛불민심”
이재명 성남시장(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대세론은 미국 정치만의 일은 아니다. 국내서도 상당기간 대세론을 유지하다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두번이나 패한 이회창 전 총재에 이어 현재 독보적인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표적인 대세론 사례일 것이다.
보수와 진보 모든 당에서 19대 대통령 후보 선정이 막바지에 놓여있다. 이미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바른정당은 유승민 의원이 대선 후보에 선정됐다. 국민의당도 안철수 의원이 9부능선을 넘은 상태다.
많은 시선은 민주당의 후보에 쏠리고 있다. 박근혜 탄핵과 함께 촛불민심이 민주당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가 줄곧 지지율 1위를 압도적으로 보인 것도 모자라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약진 등 민주당 세 후보의 지지율만 합쳐도 과반이 넘는 지지율을 보였다.
하지만,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은 호남과 충청, 영남권을 휩쓸면서 대세론 입지를 강화시켰다. 이제 남은 수도권과 강원에서 마지막 후보간 마지막 진검승부를 남겨두고 있다.
문재인 후보 측은 이번 경선의 압승으로 민주당의 정권교체를 확정시킨다는 계획이다. 반면, 민주당내 다른 후보 측은 생각이 다르다. 경선에서 질 경우 하나의 팀을 이뤄 정권교체에 총력을 쏟겠다는 입장이면서도, 우려의 목소리도 끊이질 않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이 자칫 민주당의 대선 패착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회창 전 총재처럼 DJ-노무현 전 대통령의 충청권 혹은 연대를 통한 역전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정치권에선 이미 비문연대, 제3지대 연대설이 심심찮게 계속 회자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정치관계자는 “민주당이 대세론을 앞세워 당내 주류 결집이나 줄서기에 연연한 채 정작 민심과 이반될 조짐마저 있다”면서, “예외 없는 분열주의가 경선과정에서 불거지기도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안희정 후보와 문재인 후보
안희정 후보는 이런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를 따 놓은 당상인가라는 고민”이라며 “대세론으로 무조건 이긴다고 볼 수 있나. 민주당을 좀 더 확대시켜서 많은 국민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해야 본선에서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세론은)안방 대세이지 않을까. 셀프 대세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더 많은 국민에게 호감과 안정을 주는 후보로 결정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정권교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후보의 경선 독주가 무서운 기세다.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토론과 후보검증으로 치열할 때마다 불거진 문 후보 측과의 네거티브 논란이 대선에선 오히려 수세에 몰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벌써부터 3당은 문재인 후보의 아들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제2의 정유라 사건이라는 등의 맹공을 퍼붓고 있다. 삼성 관련 의혹으로 문재인 후보와 노무현 정권을 비난하기도 하고 있다.
박근혜 탄핵으로 인한 조기대선으로 모든 일정이 숨 가쁘게 돌아가게 생긴 가운데, 박근혜의 재판 등으로 촛불민심과 보수민심간 갈등양상도 문재인 대세론에게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미 문재인 대세론에 입각한 진영 몸집과 각종 의혹 등은 기존 기득권에서 보였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와 문재인 후보
이재명 후보도 이를 우려했다. 촛불민심은 민주당의 정권교체가 먼저가 아니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우리사회의 민낯인 기득권 세력의 청산, 적폐 청산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특정기업이나 정치세력이 아닌 패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자 세상교체를 열망하는 촛불민심이 자칫 정권교체, 이름만 바뀐 기득권교체를 또다시 응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명 후보는 “대세론은 당리당락으로 뭉친 당의 것이 아닌 국민의 염원임을 명심해야 한다. 특정후보를 위한 대세론이야말로 민심보다는 당심이 우선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다”면서 “(문재인 대세론은)우물안 대세이다”라고 강조했다.
한 국민의당 관계자는 “민주당도 문재인 대세론을 강조하고 있지만 친문패권 등 과거 당분열에 대한 회의가 표심에 반영될 것을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다.
문재인 후보=연합뉴스
한 정치 분석 전문가는 “미국 대선의 경우 민주당의 패인은 오바마의 정책실패로 인한 광범위한 중산층, 노동자의 민심 이반이 승패를 갈랐다. 분노한 백인 중산층, 노동자들이 오바마, 클린턴이 미워서 트럼프를 찍은 것이지 트럼프가 좋아서 찍은 것이 아니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은 자유주의 사상을 표방했지만, 정작 자신이 엘리트이자 특권 기득권의 상징이었다. 공화당-민주당 진영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에 팽배한 기득권과 반기득권간의 문제가 선거에 반영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일 미국 민주당이 버니 샌더스라는 진보 정치인을 후보로 내세웠다면 샌더스는 백인 중산층, 노동자들의 표를 대거 얻어 트럼프를 쉽게 이겼을 가능성이 높았다. 민주당은 트럼프를 만만히 보아 클린턴이 쉽게 이길 것이라 낙관했고, 샌더스는 과격한 이방인이라고 보아 배척했는데, 그게 치명적 실수였다. 결국 민주당의 판단 착오로 트럼프 행정부라는 미국의 불안한 4년이 시작된 것이다”고 덧붙였다.
우리 대선도 미국 대선을 교훈 삼아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보다는 정책적 진정성과 추진성 등을 통해 그간 억압되었던 반기득권 세력을 결집시키고 사회시스템을 재건해야만 한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났듯이 재벌은 권력과 유착하여 사적 이익을 도모한 혐의로 수사 중이며, 기득권 세력은 부패와 계층 간의 갈등을 부추겨왔다. 철저히 서민, 약자 편에서 극심한 불평등을 해소할 개혁적 인물을 요구하는 많은 촛불민심이 민주당 경선을 지켜보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