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연예계는 그동안 ‘가짜’로 판명 난 뉴스가 유독 많이, 자주 터지는 곳이기도 하다. 진위 여부보다 흥미 위주의 뉴스가 많은 분야가 바로 연예계다. 특히 유명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대중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기 마련. 이런 분위기 속에 ‘묻지마’ 식의 보도 역시 계속돼 왔다. 하지만 이 같은 특수성을 감안해도 최근 일어나는 가짜뉴스는 더 악의적이고, 더 교묘하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 이효리부터 김수현·안소희까지
가수 이효리는 최근 가짜뉴스 소동에 휘말렸다. 5년 만의 가요계 컴백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그는 최근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화보가 마치 새로 발매할 음반의 재킷 사진인 양 알려졌다. 사진뿐 아니라 신곡의 제목, 이를 발표할 날짜를 명시한 문구까지 사실처럼 유포됐다. 하지만 이는 전부 이효리와 전혀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시작은 이달 1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이효리의 신보 재킷’이라는 설명과 더불어 사진이 공개되면서부터다. 한 여성의 모습이 보이는 가운데 사진에는 ‘그깟 사랑 17. 4. 22’라는 문구까지 삽입돼 있었다. 이 사진과 문구는 마치 이효리가 정식 음반 발표 직전 서비스 차원에서 ‘그깟 사랑’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4월 22일에 발표하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실제로 사진이 올라온 게시판에는 이런 내용의 설명도 덧붙여져 있었다.
가짜 뉴스에 등장한 이효리의 사진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효리의 사진은 추가로 등장했다. 하반신을 드러낸 채 침대에 앉아있는 모습을 담은 해당 사진은 ‘이효리가 새 음반 작업을 함께하는 작곡가 김도현이 SNS에 올렸다가 곧장 삭제한 사진’이라는 내용으로 알려지면서 삽시간이 퍼졌다. 그러자 여러 인터넷 매체는 이를 곧바로 기사로 작성해 알렸다. 이효리가 신보 발매에 앞서 그 분위기를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는 내용까지 ‘친절하게’ 덧붙였다. 수십 개의 기사가 쏟아졌지만 이는 모두 ‘가짜’로 판명됐다. 해당 사진은 이효리의 개인 팬 카페에 올라온 것으로 누리꾼에 의해 여러 번 수정된 상태. 이를 마치 새 음반 재킷인 양 유포하면서 가짜뉴스가 퍼진 것이다.
이효리는 ‘시작’에 불과하다. 한류스타 김수현과 원더걸스 출신의 연기자 안소희는 가짜뉴스 탓에 뜻하지 않은 ‘결혼설’에도 시달려야 했다. 2년 전 한 차례 열애설에 휘말렸던 두 사람은 당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상태. 하지만 올해 1월 때아닌 ‘4월 결혼설’에 휘말리며 홍역을 치렀다. 그 시작 역시 가짜뉴스다.
중국의 한 매체는 김수현과 안소희가 4월에 결혼한다는 뉴스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는 곧 중국어권에 퍼졌고, 그대로 국내 매체를 통해서도 대대적으로 기사화됐다. 김수현이 중국에서 얻는 높은 인기로 인해 기사의 파급력은 상당했다. 김수현 소속사 키이스트는 부랴부랴 “사실이 아니다”는 해명과 함께 “중국에서 나온 오보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수현과 안소희의 결혼설이 시작된 곳은 SNS다. 한 누리꾼이 기사의 형식으로 두 사람이 4월에 결혼한다는 가짜뉴스를 SNS에 올렸고, 이를 본 중국 매체가 현지에서 기사화하면서 기정사실처럼 알려지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보도가 되자 이번엔 국내 연예 매체가 나섰다. ‘중국 발 뉴스’라면서 김수현의 결혼설을 퍼 날랐다. 가짜뉴스가 SNS에서 시작돼 중국을 거쳐, 다시 국내로 들어오는 확대 재생산된 대표적 피해 사례다.
# 연예계 ‘가십’으로 가짜뉴스 생산 확대
가짜뉴스는 사실 확인이 부족한 상태에서 나오는 ‘오보’와는 차원이 다르다. 처음부터 목적성을 갖고, 여론을 유도하려고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조차 가짜뉴스의 심각성이 거론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후보를 지지했다는 가짜뉴스부터 힐러리 클린턴이 테러 단체에 무기를 팔았다는 내용이 마치 사실인 양 보도됐다. 모두 사실이 아닌 가짜뉴스로 밝혀졌지만 일단 알려지기 시작한 내용은 그대로 대중심리와 여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비슷한 시기 국내에서 일어난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서도 가짜뉴스는 확산됐다.
의도가 확실한 정치권 가짜뉴스와 달리 연예계 가짜뉴스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휘발성 강한 가십으로 발현될 때가 많다. 이제는 특정 연예인을 공격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하려고 마음먹으면 누구나 가짜뉴스를 만들어낼 수도 있는 상황. SNS가 확산의 배경이 되고 있다.
동시에 국내 연예계와 스타들에 관심이 높은 중국어권 매체 역시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지목된다. SNS에 거론된 가짜뉴스를 마치 진짜인 듯 포장해 기사화하는 사례가 더욱 빈번해지고 있고 있다. 개그맨 유재석도 피해자다. 유재석은 올해 2월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 팬미팅에 참석할 것이라는 잘못된 정보가 가짜뉴스로 포장돼 유포되는 피해를 입었다. 처음부터 행사 불참을 결정하고 주최 측에 뜻을 전달했지만 일부에서 이를 악의적으로 포장해 참석한다고 알리면서 논란이 가중된 것. 과거에도 중국어권 나라에서 몇 차례 가짜뉴스 피해를 입은 유재석은 소속사를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업체가 있고, 이에 대한 증거를 수집해 필요하다면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놓기까지 했다.
사태가 심각하지만 안타깝게도 연예 전문가들은 가짜뉴스의 확산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가십으로 소비되는 연예인 관련 가짜뉴스는 더 쉽게 유포될 것이란 전망도 꺼낸다. 한 매니지먼트사 대표는 “연예계에서 가짜뉴스는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SNS의 등장으로 확대, 재생산의 속도가 빨라지고 국경까지 넘나들며 교묘해지고 있다”며 “보고 싶은 정보만 보려고 하는 대중 심리가 반영된 결과이겠지만, 쏟아지는 정보의 진위를 충분히 판단해야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