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뷔페 열풍이 사그라들고 있다. 이랜드 자연별곡 홈페이지 캡처.
국내 외식업계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매장과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중소식당이다. 외식업계는 시장 성장세가 연간 1% 미만으로 크지 않은 데다 진입장벽이 낮아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이 때문에 대규모 자본과 인력을 들여 출점한 기업형 프랜차이즈의 성장세가 주춤해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들의 차별화 모색이 한창이다.
2013년 CJ푸드빌이 론칭한 한식뷔페 ‘계절밥상’을 필두로 이랜드파크가 ‘자연별곡’, 신세계푸드가 ‘올반’을 론칭하며 국내에서 한식뷔페 열풍이 불었다. 패밀리 레스토랑 열풍이 지나간 자리를 한식뷔페가 메우며 기업형 외식업체의 제2 전성기가 오는 듯했다. 하지만 채 4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외식업계는 한식뷔페 사업이 이미 성장 정체기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관련 점포 수를 확장하던 기업들 역시 폐점을 하거나 매장을 더 이상 신규 출점하지 않고 있다.
외식업계에서는 기업형 외식업체가 국내에서는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CJ푸드빌의 빕스·뚜레주르·계절밥상, 이랜드파크의 애슐리·자연별곡·피자몰 등 기업들이 비록 다양한 외식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성장 정체에 부딪혀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찍이 외식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해외 점포를 통해 큰 수익을 거두는 기업은 드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중국·일본·미국·이탈리아 등 해외시장에 진출해 있는 CJ푸드빌은 2015년 7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국내 매장에서는 이익을 봤지만 해외에서 손실을 낸 탓이다. CJ푸드빌에 따르면 2016년 영업실적이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국내와 해외 실적을 합해 영업손실만은 피했다.
이랜드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연별곡’ 흥행으로 한식뷔페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던 이랜드는 최근 관련 매장 3개를 폐점했다. 한식뷔페를 중국에 출점하는 등 해외 시장 개척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초기 단계라 크게 이익이 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 관계자는 “자연별곡 폐점은 동일 상권 내 점포가 중복됐기 때문”이라며 “(국내에서) 한식뷔페의 성장은 안정기에 들어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 신논현역 인근 쉑쉑버거 매장 풍경.
이처럼 기업들이 다양하고 새로운 콘셉트와 메뉴를 갖춘 외식 프랜차이즈를 론칭하고 있지만 대부분 초기에만 반짝 효과를 거둘 뿐 금세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것이 외식업계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외식업에 뛰어드는 기업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제빵기업 SPC는 지난해 ‘쉑쉑버거’를 들여와 흥행한 이후 올해는 ‘피그인더가든’ 등 신규 외식업 브랜드 론칭에 힘쓰고 있다.
경쟁이 심하고 성장세가 눈에 띄지도 않는 외식사업에 기업들이 잇달아 진출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재계에서는 표면적 이유보다 그 이면에 주목한다. 대표적인 것이 식자재와 유통 사업 강화다. 외식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식자재와 유통 사업을 함께 전개할 경우 안정적인 식자재 조달이 가능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식자재·유통 계열사의 매출도 손쉽게 올릴 수 있다. 다시 말해 외식사업을 통해 당장 큰 이익을 내기보다 ‘식자재-유통-외식’으로 이어지는 큰 연결고리를 감안해 외식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SPC의 식자재 전문 유통회사인 ‘SPC GFS’의 경우 2016년 매출액이 9740억 원으로 2015년 5532억 원보다 76.1% 급증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외식사업을 하는 이유는 큰 이익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그 기업이 영위하는 모든 계열사와 사업을 한데 묶어 큰 틀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외식사업이 큰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전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
‘미투’ 전략으로 ‘원조’ 뒤집기…메뉴는 비슷하게, 가격은 저렴하게 미투전략은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이나 사업을 비슷하게 따라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대중의 기호를 거스를 수 없는 외식업계에서도 미투전략이 빈번히 나타난다. 이랜드는 미투전략을 활용해 후발주자면서도 원조 사업체를 뛰어넘는 성공을 거두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것이 샐러드 뷔페 ‘애슐리’다. CJ푸드빌의 빕스가 유행하자 이랜드는 2003년 애슐리를 론칭했다. 샐러드 뷔페라는 콘셉트가 빕스와 비슷하지만 빕스보다 저렴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주 고객층으로 20대 초중반 젊은 층을 겨냥해 큰 인기를 끌었다. 한식뷔페 ‘자연별곡’도 미투전략의 성공사례 중 하나다. 2013년 CJ푸드빌이 한식뷔페 브랜드 ‘계절밥상’을 내놓자 이랜드도 이와 비슷한 자연별곡을 론칭해 큰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 여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과일주스 전문점 ‘쥬씨’도 비슷한 경우다. 저렴한 가격에 공장에서 확보한 신선한 주스를 제공하는 저가 생과일주스가 열풍을 일으키자 비슷한 사업모델과 아이디어를 내세운 쥬씨와 비슷한 소규모 매장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이처럼 외식업계에서는 미투전략을 이용한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들은 외식업계 특성상 일정 부분 이해는 하지만 도가 지나친 경우도 많다고 지적한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아예 안 할 수는 없겠지만 수년간 노력하고 개발한 메뉴를 바로 베껴 출점하니 억울하기도 하다”고 하소연했다. [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