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영상테마파크는 드라마 종영 후 시설 노후화, 콘텐츠 부실 등으로 관광객 발길이 뜸해져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전남도와 여수(드라마 선택)·순천( 빛과 그림자 등)·나주(<주몽>)·완도(장보고)·장흥(신의)은 각 지역에 5개의 드라마 유치하고 모두 300억 원(도·시·군비)을 지원했으나 순천을 제외한 이들 세트장 대부분이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혈세만 축낸 채 방치되고 있다.
나주영상테마파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영상전문 테마공원이다. 나주시는 지난 2006년 총 사업비 80억 원을 들여 공산면 신곡리 일대 47만 964㎡에 나주영상테마파크를 완공했다. 당초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삼한지 세트장으로 기획된 영상테마파크는 MBC 드라마 <주몽>의 주 촬영장으로 이용됐다. 궁궐과 성문 등 드라마 오픈 세트장과 실내 스튜디오, 다야뜰 생태공원, 초가·기와 저자거리, 편의시설 등이 조성됐다.
실제 이곳에서 촬영한 드라마 <주몽>, <바람의 나라>, <태왕사신기>, <전설의 고향>, 영화 <쌍화점> 등이 높은 인기를 끌면서 2년여 동안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나주시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유치한 드라마 세트장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종영 후 시설 노후화, 관광 인프라 시설 부족, 콘텐츠 부실 등의 문제들이 지적돼 애물단지가 됐다.
지난 2008년부터는 이곳을 찾는 관광객 발길도 뜸해져 연 8만 6000명으로 감소했다. 여기다 연간 소요되는 관리비마저도 인건비를 포함해 2억 5000만 원, 연 수입액 2억 원보다 많아 5000만 원의 적자에 허덕이는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반짝 흥행’으로 끝났다. 2015년 3만 248명에 이어 지난해도 3만 2351명 선에 그쳤다.
완도군은 지난 2004년 11월 도비(25억 원)·군비(25억 원) 등 150억 원을 들여 청해진포구세트장을 건립했지만 연간운영비 4000만 원 대비 수입은 3100만 원에 불과해 일부 세트장(신라방)을 철거했다. 2015년 연간방문자 수도 4만 1195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수십억 원을 투입해 드라마 세트장을 유치했던 지자체들은 시설물 뒤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나주시와 위탁운영업체인 나주관광개발은 지난 2009년 30억여 원을 투입해 7개월간 영상 테마파크 리모델링을 했다. 시는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테마파크를 찾는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고구려 시대 건축물과 생활상을 재현했다. 이 같은 후광에 힘입어 한때 연 20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꾸준히 증가했으나 하지만 이 업체도 2년여 만에 두 손을 들었다.
유지관리비 문제로 아예 세트장을 철거한 지자체도 있다. 여수는 지난 2005년 1월 시비 2억 원을 투입, 드라마 세트장을 지었지만 유지관리비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 2014년 12월 철거했다.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드라마 세트장을 조성해놓고도 개장조차 못한 곳도 있다. 장흥은 지난 2010년 10월 도비 24억 원과 군비 24억 원 등 총 72억 원을 투입해 드라마 세트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해당 공무원들이 국고보조금을 부적절하게 집행했던 사실이 확인, 무더기로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3년이 넘도록 개장조차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관광객 발길이 뜸해진 나주영상테마파크.
이같이 드라마 세트장이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한 이유는 각 지자체 등이 구체적인 사후 활용계획 없이 경쟁적으로 세트장 유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세트장 건립은 단체장 치적쌓기 홍보사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에 ‘반전’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순천 드라마세트장이 대표적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어놓고도 관광객들의 외면으로 한때 대표적 예산 낭비 사례였으나 이젠 ‘돈 버는 효자’로 부상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지자체의 관광객 유치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어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순천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순천드라마 세트장을 찾은 관광객은 57만 5064명으로 집계됐다. 입장수입도 8억 6400여만 원에 달한다. 순천 드라마세트장은 지난 2006년 63억 원의 예산을 들여 건립했다. 4만 463㎡ 규모에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시대별로 3개 마을, 200여 채의 건물이 지어져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세트장은 SBS 드라마 <사랑과 야망> 등의 촬영장소로 활용되면서 큰 관심을 끌었지만 영화와 드라마 촬영이 끝난 이후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관광 수입 제고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이 때문에 전국 지자체의 대표적인 예산 낭비사례로 빠짐없이 등장해 왔다. 실제 지난 2006년 33만 5636명(입장수입 4억 800여만 원)에 달하던 관광객은 드라마가 종영된 2007년에는 8만 2097명(입장수입 1억 4900여만 원)으로 급감했다. 이후 2008년 13만 1368명, 2009년 8만 4359명, 2010년에는 7만 7993명이 찾는 등 사실상 폐쇄위기까지 몰렸다. 연간 5억 2000여 만 원의 운영예산이 투입돼 왔지만 자체수입은 1억 4000여 만 원에 그치자 지역에서는 폐쇄 여론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순천 드라마세트장은 2012여수세계박람회,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등의 대형 국제행사에 힘입어 부활의 날갯짓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015년부터 세트장 안에 자리한 주막에서 부침개 등을 맛보고, 옛날 교복과 교련복을 입은 채 고고장에서 댄스를 추는 등의 따뜻한 추억을 만나는 체험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노력으로 2014년보다 22만여 명이 늘어난 57만 5000여 만 명이 다녀갔을 만큼 큰 인기를 모았다.
최근에는 <응답하라 1988>의 영향으로 6080세대뿐만 아니라 젊은 여행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순천시 주요 유료 관광지 16곳에 대해 지난해 1월과 2월 방문객 81만 7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드라마세트장 방문객이 54.1%를 차지할 정도다. 입장 수익만도 지난 2012년 4억 8100여 만 원에서 2014년 5억 5200여 만 원, 2015년 8억 6400여 만 원 등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드라마세트장의 인기는 지역 관광객 증가로 이어져 특산물 판매점과 숙박업소 등이 특수를 누리는 부수적 효과로 지역 경제 활성화의 효자노릇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순천시는 드라마세트장을 전 국민이 찾고 싶은 필수 코스로 만들기 위해 올 상반기부터 세트장 내 순양극장에서의 영화 상영과 장터 매점 운영 확대 등 1970~80년대의 분위기를 직접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키로 했다.
순천시 관계자는 “드라마촬영장은 <사랑과 야망> 세트장으로 조성된 이후 <에덴의 동쪽>, <제빵왕 김탁구>, <자이언트>, <감격시대>, <허삼관> 등 30여 편의 촬영이 이뤄졌을 정도로 전국 세트장 가운데 1960년대부터 80년대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린 곳”이라며 “지난해부터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SNS, 블로그 등 온라인을 통해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더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지역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세트장의 경우 드라마 방영 당시에만 잠깐 관광지로서 수익을 거둘 수 있을 뿐 향후 매년 억대에 이르는 비용을 들여가면서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예산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지역의 역사와 문화, 관광산업 등이 체계적으로 연결된 향후의 활용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