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전국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잠복결핵감염 검진사업 희망자 조사를 다시 하기로 했다. 원래대로라면 지난달 학부모 동의를 거쳐, 이번 달부터 검진을 시행하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학계 등에서 검진을 반대하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미 자녀의 검진을 동의했던 대다수 학부모들이 검진을 원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바꿨다.
지난달 전국 고등학교는 1학년 학부모에게 ‘결핵 예방을 위한 잠복결핵감염 검진사업에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 잠복결핵감염 검진 및 치료는 무상으로 제공된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배포했다.
잠복결핵사업은 전국 고1 학생 대상으로 부모의 동의 아래 혈액검사를 통해 잠복결핵 여부를 확인하고 양성 판정 학생에 대해선 약물치료를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수 학부모들이 동의하고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사업의 문제점이 연속적으로 제기됐다.
각 학교의 보건교사들은 “학부모들이 결핵검진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악용해 무상사업이라고 포장해 참여하게 했다”며 “잠복감염을 진단받더라도 활동성 결핵으로 악화될 확률은 낮으며 수개월 간 복용해야 하는 약물 부작용 위험이 더 크다. 학생들을 상대로 결핵 실험을 하는 것이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교육포럼과 학계 등에서도 반대 의견이 제기됐는데 제주대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의 배종면 교수는 대학역학회지에 ‘잠복결핵 감염 관리대상으로 고등학생 선정에 대한 이견’을 주제로 한 논문을 실었다.
배 교수는 논문을 통해 “이번 논란이 잠복결핵감염 검진 자체를 시행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사업 대상으로 고교 1학년이 포함된 것이라고 판단한다. WHO 지침에는 고교 1학년생 등이 검진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학부모로부터 검진 대상이 될 것을 사전에 수락을 받은 대상만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점은 학부모 및 학생 당사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준다는 것을 전제해야 하는데, 안내문으로는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고등학생 가운데 결핵이 많이 발생해 결핵예방교육 사업으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검진사업이 구상된 것이며 지난 2014년 충청남도에서는 강요없이 희망자를 대상으로 이미 검진사업을 마쳤다”며 “이번에 논란이 많아 4월 동안 수요조사를 다시 진행할 계획이며 아직 진행 중이라 취소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는 집계되지 않았다. 조사 결과에 따라 학교 별로 원하는 일정에 따라 올해 안에 검진을 시행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