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 “핵심은 이재용 피고인과 유착해 부패범죄를 저지른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나왔다. 이 부회장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 장소는 서울법원종합청사 내에서 가장 큰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으며, 이 부회장의 재판을 직접 보기 위해 취재진과 방청객 등이 몰려 법정을 가득 메웠다.
이 부회장은 수의가 아닌 흰색 와이셔츠에 회색 정장을 입고 법정에 들어서자마자 방청석을 둘러보기도 했다. 피고인석에는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됐지만 불구속 상태로 회부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가 먼저 앉아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입니다” 또박또박, 박영수 특검 진술 땐 시선 아래로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직업을 묻자 “삼성전자 부회장입니다”라고 이 부회장은 또렷하게 답변했다. 인정 신문이 끝난 뒤에는 재판 절차에 따라 박영수 특검팀의 공소사실 낭독이 이어졌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직접 법정에 나와 모두진술을 했다.
박영수 특검은 “이 사건은 한마디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질적인 정경유착 범죄”라며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수많은 정치인과 경제인이 수사 받았지만, 이번 수사로 아직도 정경유착의 고리가 이어져왔음을 확인했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국민소득 3만불 시대 경제성장도, 선진국 진입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 특검은 일각에서 지적되는 ‘삼성 죽이기’에 대해 “특검이 수사한 것은 삼성이 아니라 총수인 이재용 피고인과 그와 유착해 부패범죄를 저지른 최순실과 대통령이다. 어떤 예단도 배제했고 증거를 확대해석하거나 왜곡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자제하고 절제했다”고 말했다. 박 특검이 모두진술을 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피고인석에 설치된 컴퓨터 모니터 화면만 응시한 채 시선을 돌렸다.
반면,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 사건의 핵심은 문화융성과 체육발전을 명분으로 하는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대가성 없는 지원”이라며 “사업구조 개편 등 삼성의 여러 사업 활동은 이재용 피고인의 승계 작업을 위한 것이 아니고 이 사건 지원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첫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가 진술하자, 시선을 아래로 두었다. 일요신문DB
#이재용 재판 1심결과는 5월 말까지, 대선결과 영향 있을 수도
이날 재판에서는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의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등 변호인 8명과 박 특검 본인을 비롯해 양재식 특검보, 윤석열 수사팀장 등 모두 7명의 박영수 특검팀이 출석했다.
앞서 특검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는 대가로 박근혜 대통령과 공범인 최순실 씨 측에 433억 원 상당의 뇌물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점을 주된 혐의로 내세웠다. 뇌물공여 금액 중에는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 원도 포함됐다.
이재용 부회장 측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지원했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뇌물혐의’에 대한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사실과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메모에 대해서도 “독대 자리에서 이 부회장이 청탁성 발언을 했다는 것은 추측과 비약으로 구성된 특검의 예단일 뿐”이라며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모두 이와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안 전 수석의 수첩은 증거력을 갖지 못한다”고 전면으로 반박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정경유착의 고리에 대한 해명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당초 특검법은 1심 처리 기간을 기소일(2월 28일)로부터 3개월 이내로 못 박은 상태여서 1심의 결과는 5월 말까지 나올 예정이다. 조기대선이 열리는 5월9일 대선결과에 따라 재판시일과 결과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