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월 3일 서울 구로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수도권·강원·제주’ 선출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로 최종 선출된 후 환호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문재인 후보는 가처분소득 증대와 관련한 공약으로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했다. 문 후보는 지난 3월 16일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단 제2차 경제현안 점검회의’에서 “가처분소득의 40% 이상을 부채상환에 쓰면서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은 한계가구도 150만 가구가 넘는다”며 “가정경제부터 국가경제까지 우리 경제를 잘 흐르게 하려면 가계부채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가계부채 3대 근본대책과 7대 해법을 제시했다. 3대 근본대책의 주요 내용은 ▲일자리와 가계소득을 늘려 상환능력을 높이고 생계형 대출수요를 줄여 국가경제를 살리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으로 전환 ▲도덕적 해이를 막으면서 취약계층의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 마련 ▲금융기관이 아니라 금융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둔 정책 운용이다.
또 7대 해법의 주요 내용은 ▲가계부채 총량관리제 도입 ▲이자율 상한 25%(대부업 27.9%)에서 20%로 단일화 ▲국민행복기금의 회수불능채권 채무 감면 ▲죽은 채권의 시효 연장 및 매각 방지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금융소비자 보호전담기구 설치 ▲주택 안심전환대출 제2 금융권 등으로 확대 ▲비소구주택담보대출 확대다. 문 후보는 “금리인상 한파를 견디기 어려운 취약계층에 특히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7대 해법 중 특히 가계부채 총량관리제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미국이 금리 인상을 발표했고 앞으로 3%까지도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며 “그러면 국내 금리도 상승할 수밖에 없는데 국내 금리를 1% 올리면 연간 9조 원의 이자 폭탄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금 당장 1344조 원의 부채 해결이 시급한데 가계부채 총량관리제를 도입해 가계부채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공약은 방향을 잃은 돛단배와 같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가처분소득을 높이는 다른 공약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는 정규직 고용 법제화 ▲동일기업 내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실현 ▲최저임금 점차적 인상 등이다.
비정규직 관련 공약은 문 후보의 재벌개혁과도 연관된다. 문 후보는 지난 1월 1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제3차 포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거래로 하도급 업체에 종사하는 600만 명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며 “중소기업이 살아나는 경제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삼성·현대자동차·SK·LG 4대 그룹을 우선 개혁 대상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후보는 4대 그룹을 타깃으로 한 이유에 대해 “30대 재벌 자산 대비 비중을 살펴보면 4대 재벌의 비중이 절반, 범 4대 재벌로 넓히면 무려 3분의 2다”라며 “먼저 공공부문에 노동자추천이사제를 도입하고 이를 4대 재벌과 10대 재벌 순으로 확대해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길을 열겠다”고 강조했다.
재벌 개혁의 방안은 ▲총수일가의 횡포를 견제하기 위해 소액주주들의 권리 강화 ▲문어발식 확장 규제 ▲각종 특혜 폐지 및 축소 등이다. 이미 2016년 7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22명의 의원이 문 후보의 공약과 비슷한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 도입, 사외이사 선출 개선, 감사위원회 독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재벌개혁은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23일 참여연대는 여론조사기관 우리리서치㈜와 함께 시민 12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에서 재벌개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85.8%에 달했다.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69%가 찬성(반대 18.1%, 잘 모르겠음 12.9%)했다.
하지만 재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제 5단체와 업종·지역별 단체들로 구성된 경제단체협의회는 지난 3월 8일 결의문을 통해 “상법 개정안은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을 훼손하고 강제적으로 기업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있다”며 “모험투자와 혁신 등 기업가정신 발휘가 어려워지며 장기적인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는 물론 기술·인력개발 투자나 고용 창출 및 유지가 어렵게 될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다.
이외에도 문 후보는 공공일자리 81만 개 창출 공약을 내걸었다. 소방관, 경찰, 복지공무원 등 인력이 부족한 분야의 신규 채용을 적극 이끌어나가겠다는 것. 문 후보는 지난 1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포럼에서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에 쏟아 부은 국가예산 22조 원이면 연봉 2200만 원 일자리를 100만 개 만든다”며 “재정운용의 우선순위 문제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문 후보는 지난 3월 17일 각각 보수와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경제학자 김광두 전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석좌교수)과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을 영입했다. 김광두 전 원장은 지난 3월 16일 원장직을 사임하고 문 후보의 싱크탱크인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그의 소속이었던 국가미래연구원은 2010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거를 돕기 위한 싱크탱크였다. 김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선거를 도우면서 ‘경제 교사’라 불렸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박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며 정부 비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보수 성향의 경제학자로 분류된다. 그는 국가미래연구원 홈페이지에서 “시장경제원리의 기본원칙 아래 지속적 경제발전을 위한 능력중심 및 기회균등, 동반성장, 창조와 혁신, 조세정의를 중시한다”고 자신의 이념을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미래연구원장 재직 시절 4차 산업혁명, 재벌개혁 등을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2월 ‘4차 산업혁명, 세종대왕이여 응답하라’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경제의 큰 축인 재벌기업들은 2세, 3세로 세습되면서 창업자들의 도전정신은 사라지고 보신과 안전을 지향하는 기업 관료주의에 빠져들고 있다”며 “오히려 이들은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하여 중소·벤처기업들의 신규 창업을 저지하기까지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재벌 기업의 순환출자 구조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해 9월 보고서 ‘4차 산업혁명과 우리의 과제’를 통해 “순환출자가 기술혁신에 필요한 전략적 제휴, 기업인수합병을 위한 예비적 투자 활동 등에 필요하다”며 “이를 전면 금지하면 기업들의 창의성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 문 후보는 지난 18대 대선에서 순환출자 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이번 19대 대선에서는 순환출자 규제에 관한 공약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김상조 교수는 진보 경제학자로 평가받는다. 그의 이념은 경제개혁연대 창립선언문의 ‘한국의 기업지배구조와 시장경제질서에 투명성과 책임성의 원칙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할 것’이라는 문구에서 잘 드러난다.
실제 김 교수는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근무하면서 재벌 개혁에 대한 의견을 적극 피력해 왔다. 계류 중인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상법 개정이 국민적 과제로 떠오르게 된 배경과 법 개정 취지를 몰각한 채 정치 논리에 따라 개혁을 변질시킨다면 야당도 자유한국당과 다르지 않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며 “국회가 개혁입법을 통과시켰다는 명분이 아니라 제대로 된 상법 개정을 통해 실질적인 개혁을 이루어낼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재벌개혁 문제와 관련해 큰 그림은 같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문 후보와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도 있다. 문 후보는 대기업이 제2 금융권 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는 금산분리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김 교수는 “금산분리는 사실상 삼성그룹만의 문제”라며 반대 의견을 보였다. 지주회사 요건과 규제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문 후보는 “자회사 지분 의무소유비율을 높이겠다”고 했다. 반면 김 교수는 자회사 지분 소유비율을 의무적으로 높이는 대신 일정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면 법인세 등의 혜택을 주는 정책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비록 김광두 위원장과 김상조 교수는 보수와 진보라는 대척점에 서 있는 경제학자들이지만 두 사람은 2015년부터 거의 매월 ‘보수·진보 합동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교환해 왔다. 지난해 10월에는 공동성명을 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해산을 주장했다.
문 후보의 재벌개혁 정책을 총괄한 사람은 최정표 건국대 교수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공동대표 출신의 진보 성향 학자다. 1980년대부터 경제민주화를 주장한 최 교수의 대부분 논문이 재벌 또는 기업과 관련됐다. 최 교수는 2015년 11월 경실련 경제민주화 강좌에서 “재벌이 있어야 한국경제가 산다는 주장은 일본의 식민지배 덕분에 한국이 근대화됐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국민들도 경제성장에 공헌한 만큼 고르게 대접받고 힘이 재벌에 집중된 것을 해소하는 것이 바로 경제민주화”라고 설명했다.
문 후보 캠프의 금융 전문가인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와 조윤제 서강대 교수는 주요 공약인 가계부채 문제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총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내수 활성화를 위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과거 수출이 늘어나고 있을 때는 대기업에 대한 특혜가 필요했지만 수출이 줄어들고 있는 현재, 수출로 끌어가는 소비를 민간 소비로 바꿔야 한다는 것.
조윤제 교수 역시 중도 성향의 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세계은행 경제분석관, 국제통화기금(IMF) 경제분석관,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을 역임한 금융 전문가다. 2003년 2월부터 2005년 2월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으로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후보와 같이 노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하지만 조 교수는 공직에 나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대선 이후에는 학계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4월 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제19대 대통령선거후보자 선출대회 ‘대전·충남·충북·세종지역’ 순회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최종 선출된 후 손을 들고 있다. 박은숙 기자
안 후보는 한국에도 구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혁신적인 기업이 등장해 국가 경제를 이끄는 ‘엔진’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 이들 기업 주도로 청년 일자리가 늘어나면 저출산에 따른 생산 가능 인구 감소, 내수 축소 등 우리 사회에 내재된 여러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 후보의 경제관은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벤처회사가 주도하는 미국형 자본주의로 요약된다.
공정성장론의 연장선에서 4차 산업혁명은 안 후보의 주된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논지는 온라인 산업이 오프라인 산업을 통제할 수 있으며, 기존에 없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이용해 길을 찾고, 의식주에 필요한 상품을 클릭 한 번으로 주문하며,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재화와 서비스가 쉼없이 오간다. 이 같은 변화는 국가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 밖에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민간 주도의 경제 성장이 불가피하다고 안 후보는 믿고 있다.
그러나 생산 방식의 기계화 등 기존 산업 구조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던 지난 산업혁명과 달리 4차 산업혁명은 그 ‘확장성’과 ‘파괴력’에서 검증돼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재벌과 제조업 기반인 우리 경제체질을 중소·벤처로 바꾸겠다는 구상 역시 충분한 숙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철수 후보가 발의한 경제 관련 법안 중 국회 계류 중인 대표적인 법안은 ‘지방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법안에서 안 후보는 벤처기업의 창업자 또는 투자자가 사업에 실패할 경우 ‘2차 납세의무’를 지지 않도록 했다. 이 법의 요지는 창업자와 투자자가 사업에 실패해도 조세 부담 없이 재창업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또 안 후보는 그가 정책약속 1호로 내놓은 창업혁명 공약에서 남다른 ‘벤처사랑’을 드러냈다. 안 후보는 창업 지원 정책을 총괄할 창업중소기업부(현 중소기업청) 신설 ▲벤처 성장 주기별 맞춤형 금융 지원 ▲벤처가 보유한 특허 등록 촉진 ▲스타트업 ‘엑시트’ 시 헐값 매도 방지 ▲스타트업 특구 조성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나아가 벤처 인재 육성을 위해 공공분야 연구인력 증원(1만 8000명→4만명), 비정규직 연구인력 정규직 전환 등도 약속했다.
안 후보의 핵심 경제참모로는 캠프에서 정책실장을 맡고 있는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과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이 꼽힌다. 공인회계사 출신인 채 의원은 국회 입성 전 경제개혁연구소 등에 몸담으며 대기업 지배 구조 개선을 주창했다. 실제 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보면 안 후보가 지향하는 바를 알 수 있다.
채 의원은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자산 5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늘면 기업 자산의 상속 및 증여, 일감몰아주기 등에 대한 제재가 약화될 수 있다”며 일부 규제 관련 법안에 대해 현행 기준인 5조 원을 유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또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10조 원으로 완화되면 61개 기업이 중소기업법상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이들을 사실상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뿐만 아니라 재벌에 대한 감시·견제를 목적으로 한 법안도 눈에 띄는데 ▲계열사 간 내부거래 금액 제한 ▲지주회사의 내부거래 규제 강화 ▲해외계열사와 거래 공시 의무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사외이사 내부 인사 선임 기준 강화 ▲상장기업 외부 지정 감사제도 도입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및 조사권 강화 ▲주식양도소득세 누진제 적용 ▲배당소득증대세제 폐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도 눈여겨볼 만한 법안이다.
안 후보의 원외 ‘경제 브레인’ 가운데 단연 주목받는 인사는 정책네트워크 내일에서 활동한 박원암 홍익대 교수다. 중도 성향의 경제학자로 알려진 박 교수는 분배보다 성장에 초점을 두고 안 후보의 경제정책을 설계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청년의 중소기업 취업을 장려하기 위해 매달 2년간 50만 원씩 지원하겠다는 정책은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다만 박 교수는 은산분리 완화 등 진보진영에서 반대하는 거시정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고, 직무형 정규직제 도입 등 비정규직 문제 해법에서 진보 성향 지지자들과 충돌할 수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