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펑리위안 부부가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멜라니아 부부와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AP/연합
시진핑 역시 ‘집권 2기’를 알리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대)를 앞두고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이 시험무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당 대회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을 관리하라”는 것이 시진핑 주석에게 주어진 임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나 시진핑 모두에게 이번 정상회담은 정치적 고비이자 기회인 셈이다.
둘은 무역 불균형, 한반도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북핵, 남중국해 문제 등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사실상 향후 국제질서의 기틀을 마련하는 회담이 될 것이란 평가다. 대한민국 입장에서도 두 정상이 어떤 결과물을 내놓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세기의 정상회담’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시진핑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은 4월 6일 오후 5시 10분(현지시간) 정상회담 장소인 플로리다 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가 만찬장 건물 앞에서 시 주석 내외를 직접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악수하며 인사를 건넸고, 양국 정상 내외는 만찬장 계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실내로 들어갔다.
이날 양국 정상의 드레스 코드가 단연 눈길을 끌었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각각 빨간색과 파란색 넥타이를 맸다. ‘은둔의 퍼스트레이디’로 불리는 멜라니아는 붉은색 드레스를, ‘패셔니스타’ 펑리위안은 파란색 계열에 무늬가 있는 중국 전통 의상을 입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가 중국인이 좋아하는 붉은색을 착용한 것을 두고 시 주석을 배려한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만찬은 양국 정상 내외와 공식 수행원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만찬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언급했던 햄버거가 아닌 스테이크와 생선, 와인 등 고급 음식들이 제공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당시 중국 등 해외 지도자가 방문했을 때 값비싼 음식이 아니라 63년 전통의 ‘빅맥 햄버거’를 대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 주석을 예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현지 언론에서는 관련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제일황금신문사>는 미중 수교 38년째(1979년)인 중국과 미국의 경제무역관계는 ‘네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네가 있는’ 이익관계로 발전했다고 했다. 중국은 미국을 벗어날 수 없고, 미국은 중국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양국의 무역액은 1979년 25억 달러에서 2016년 5196억 달러로 급증했다. 최근 10년간 미국의 대중수출액은 매년 11%씩 증가하고 있으며, 같은 기간 중국의 대미수출액은 6.6%씩 늘어났다. 서로에게 중요한 무역 파트너인 셈이다.
<환구시보>는 트럼프 외교의 불확실성과 발언을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미국 정부와 경제적인 면에서 상호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왔으나, 동시에 미국은 중국을 억제하는 정책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이 필리핀과의 남중국해 분쟁에 관여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의 동맹이 끊겼으며, 동중국해의 댜오위다오 문제와 관련하여 중-일 관계를 악화시켰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미국은 한반도에서 군사훈련을 강화해 북한과 한국의 사이를 이간질시켰고, 최근엔 사드 배치로 중국의 안보를 위협했다고도 했다.
이처럼 회담을 앞두고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던 중국 언론들은 시 주석 방문 후 일제히 청사진을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새 시대에 양자 관계의 방향을 만들고자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으로 만나기 위해 플로리다에 왔다”고 했다. <환구시보>도 “이번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전 세계가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이는 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및 전 세계에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을 푸는 데 대립하지 않고 협력을 강화하게 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양국은 북핵 문제를 놓고 회담 전부터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을 불과 3시간여 앞두고 플로리다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중국이 (대북) 압박을 강화하지 않으면 독자적으로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전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통화에선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며 군사적 행동 가능성까지 열어뒀었다. 이는 북한의 변화를 위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시 주석이 기본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북한 문제 해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회담에선 트럼프의 ‘창’과 시진핑의 ‘방패’가 맞붙게 됐다.
<환구시보>는 5일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잘못된 방향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해 미국이 대북제재를 강화할수록 실제 거둘 수 있는 효과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며 북한과의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동북아 정세 난국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미국에 있다. 미국이 동북아에 전략적 불신의 씨를 뿌려놓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현재 그 누구도 믿지 않고 오로지 핵탄두가 있어야 안전하다고 믿고 있다”며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 그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반드시 수호해야 할 한 가지 마지노선은 동북아 안보와 안정”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사설은 “미국이 북한에 군사적 타격을 가한다면 중국·러시아는 둘째 치고라도 한국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배경화 해외정보작가
시진핑 역대 미중 회담 주요 발언 “비바람 불어도 우린 항상 전진” 중국 주요언론은 4월 6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진핑 미중관계 점검: 20대 주요발언’을 일제히 보도했다. 여기엔 이번 회담에 임하는 시진핑과 중국정부의 입장이 잘 드러나 있다. 그중 일부를 발췌했다. #강은 푸른 산에게 막힐 수 없고, 필히 동쪽으로 흘러간다. 지난해 6월 시진핑 주석은 베이징에서 열린 ‘제8차 미중 전략과 경제대화’ 및 ‘제 7차 미중 인문교류 고위층 협상연합회의’ 개막식에서 중국 송나라 시인 신치지(辛弃疾)의 “강은 푸른 산에게 가로막힐 수 없고, 필히 동쪽으로 흘러간다(青山遮不住, 毕竟东流去)”라는 구절을 인용했다. 중국이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면, 미국과 중국이 ‘신형대국관계’의 기틀을 마련함과 동시에 세계가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서로 마주보고 걸으며,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2015년 11월 시진핑 주석은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양자 단독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은 미중 네트워크 문제를 언급하며, 서로 마주보고(소통문제) 진정성 있는 대화를 이어나가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중관계는 비바람이 불었지만, 항상 앞으로 나아갔다. 2015년 9월 시진핑 주석 방미 당시 워싱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은 미중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주목 받는 관계라고 밝혔다. 또한, 미중 수교 36년간 양국의 관계는 비바람이 불 때도 있었지만, 항상 역사적인 발전을 이뤄왔다고 전했다. #미중 양국은 뭉치면 서로에게 이익이 되고, 싸우면 양쪽 모두에게 피해만 남는다. 2014년 7월 시진핑 주석은 ‘제6차 미중 전략과 경제대화’ 및 ‘제5차 중미인문교류 고위급 협상’ 공동개막식 축사에서 역사와 현실에서 모두 증명되었듯이 미중 양국은 함께하면 서로에게 이익이 되고 싸우면 양쪽 모두에게 피해를 남긴다고 했다. 중국과 미국의 협력은 세계 주요현안을 해결하지만, 양국의 대치는 양국과 세계에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 밝혔다. #꽃은 많이 심되 가시는 적게 심자 2014년 7월 헨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과의 회동에서 중미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본인과 오바마 대통령이 중미 신형대국관계 구축에 관해 달성한 중요한 공감대에 따라 상호신뢰 증진, 이익 일치점 확대, 협력 강화를 견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꽃은 많이 심되 가시는 적게 심고 간섭을 배제하며 시기질투와 대립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큰 것에 착안하고 작은 것부터 손을 대야 한다. 2013년 4월 시진핑 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국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의 회견에서 미국과 중국은 대국적인 견지에서 높이 올라가 멀리 바라볼 줄 알아야 하며, 당면한 시대상황을 고도의 전략으로 인식하여 양국의 관계가 끝까지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구체적인 일부터 시작하여 미중 신형대국관계 구축을 위해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넓은 태평양은 미중 양대국을 포용하기에 충분하다 2013년 4월 시진핑 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국 존 케리 국무장관과의 회견에서 드넓은 태평양은 미중 양대국을 포용하기에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양국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상호 협력을 위해 힘써야 하며, 지역과 국제 문제의 소통 협력을 강화하고, 아태 지역의 발전과 평화, 번영을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