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 전세계 정보기술(IT) 회사들과 자동차 회사들이 뛰어들었다. 수십km를 운전자의 조작 없이 주행했다든가, 주변 보행자 정보까지 인식한다는 식의 기술 진보를 선전하는 글과 영상도 홍수를 이룬다. 자율주행차는 과연 인류의 새로운 미래상이 될 수 있을까. 근본적인 문제로 되돌아가 보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오른쪽)가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전시장에서 열린 2017 서울 모터쇼를 찾아 현대자동차 부스에서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과 자율주행차를 시승해 창밖으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간은 실수를 범한다. 기본적인 판단에 있어서도 잘못을 저지르는 불완전한 존재다.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은 이런 불완전성을 보완하기 위해 태어났다. 자율주행 역시 인간의 판단 실수나 졸음운전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다. 그렇지만 아직 자율주행이 안전성을 향상시킨다는 과학적 근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개발사들이 현 단계에서 자율주행이 운전자를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위험하며 도발적인 홍보 행위다.
현재까지 가장 긴 테스트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회사는 구글이다. 구글은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1년에 걸쳐 진행된 주행 시험 결과 많은 데이터를 축적했다. 그러나 이 데이터만으로 자율주행의 표준 요건을 마련했다고 보기 어렵다.
구글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개발 자회사인 웨이모는 지난해 테스트 결과 스티어링휠 조작 없이 5127마일(약 8200km)을 달릴 수 있었다. 전년보다도 50% 가까이 향상됐다. 다만 테스트 주행을 한 캘리포니아의 날씨는 항상 맑다는 점은 테스트의 신뢰도를 떨어트린다. 비나 눈이 내리거나 흐린 날씨에서 자율주행시스템이 작동하는지, 어떻게 작동할지에 대한 데이터는 누적돼 있지 않아서다.
자율주행차는 도로 빗물에 비친 빛이나 눈을 차선으로 착각할 수도 있고, 흐린 날에 차선을 분명히 인식할지도 미지수다. 아직 야간 주행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도 구축되지 않았다. 지난해 5월에는 테슬라의 자율주행차가 흰색 트레일러를 하늘로 인식해 그대로 들이받아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테슬라의 기록은 구글과 비교하면 현격히 떨어진다. 지난해 테슬라는 4대의 자율주행 시험 차량을 운영했는데, 한 대당 평균 주행 거리는 137마일(약 220km)에 불과했다. 이 거리를 주행하는 동안 자동운전 모드가 45회 해제됐다. 3마일(약 4.8km)에 1회 꼴. 그만큼 사고가 있었을지 모른다는 뜻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1990년대 중반 처음 등장했을 때도 자동운전화율이 98.2%에 달했다. 차량이 변수가 없는 도로환경에서 주행한다면 큰 위험은 없다는 뜻이다. 다만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범위 내에서 발생하는 도로 위의 수많은 변수를 일일이 인식해 대응하기에는 아직까지 기술적 한계가 존재한다.
예컨대 미국 최대의 공유차 업체인 우버가 지난 3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낸 사고의 경우 차량 자체의 결함이나 과실은 없었다. 단지 사고 상대 차량의 운전자가 길을 양보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가 됐다. 모든 자동차가 시스템에 따라 운행하는 자율주행차라면 사고 확률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나 보행자, 거리를 누비는 동물 등 통제 밖의 환경과 변수에서는 한계를 여지없이 노출하고 만다.
지난 3월 30일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에서 현대자동차가 자율주행차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우종국 기자
인간과 자율주행차의 행동 알고리즘이 다르다는 점도 운전자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인간은 평시에는 차선을 지키며 운전하다가 위험이 발생하면 그에 맞춰 대응 운전을 한다. 그러나 자율주행차는 차선을 지키거나 주변 보행자를 피하는 등의 작동을 우선한다. 사고 발생 시 운전자를 보호할 수 있을까. 자율주행자동차는 운전자와 보행자 중 누굴 먼저 지킬 것인가에 대한 알고리즘을 갖추고 있지 않다.
해킹에 의한 자동차 조작이나 음주 운전 증가 등의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간단히 흉기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한 예방책도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자율주행 기술은 도로 시스템 및 환경 정비에 발맞춰 이뤄져야 한다. 도로와 신호시스템이 자동차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개발자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가의 문제도 있다. 자율주행 기술도 어디까지나 사람이 개발한다. 기술에 미처 반영하지 못한 변수가 있을 수 있고, 또 위험도를 과잉 측정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회사와 계약을 맺은 피고용인일 뿐이다.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회사들은 이들에 대한 정교한 보상과 처벌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또 사회 제도적으로도 책임의 문제를 운전자에게 둘 것인지 회사에 둘 것인지, 귀책사유가 회사에 있다면 회사와 개발자 어느 쪽에 책임을 무겁게 둘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은행이나 항공 등 인간의 부주의에 심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분야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자율운전이 인간의 운전 능력을 떨어트린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스스로 운전을 하지 않으면 안 될 때, 자율주행차의 부작용이 드러날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은 없을까. 자율주행차 개발회사들은 단지 기술 개발에만 그쳐서는 안 되며, 주변 환경과 인간의 본연을 함께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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