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는 우 전 수석. 사진=최준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8시간 40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7시간 30분)만큼은 아니었지만, ‘역대급’으로 기록될 영장실질심사 중 하나였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실질심사는 7시간 만에 끝났는데, 이는 앞선 첫 구속영장심사 때(5시간 20분)에 비해 1시간 40분가량 더 길었다.
우 전 수석 측은 법에 어긋남 없이 정상적으로 사정 업무를 수행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주어진 권한 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합법적 통치 행위를 보좌한 것일 뿐 직무를 소홀히 하거나 권력을 남용한 바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60여 명 가까운 참고인 조사를 벌인 검찰의 추가된 핵심 증거들이 있었지만 ‘법꾸라지’ 우 전 수석의 논리가 다시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사실 검찰 특수본 2기가 야심차게 수사한 부분은 세월호 사건 검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것이었다. 우병우 전 수석이 재직 시절 세월호 수사를 방해하려고 시도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은 우 전 수석의 압력이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고, 내부 검토 끝에 영장 혐의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당시 수사팀이 해양경찰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를 당초 의도대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기는 등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다. 세월호가 인양되는 등 사회적 분위기는 조성됐지만, 무리하게 다툴 여지를 줬다가는 법원이 또 다시 불구속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를 영장 혐의에 추가하지 않은 것이 악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우 전 수석은 세월호 참사일 청와대와 해경의 교신기록이 담긴 서버를 확보하기 위해 2014년 6월 5일 검찰 수사팀이 해경 압수수색을 시도하던 날 당시 윤대진 광주지검 형사2부장과 통화했다. 그리고 검찰은 변찬우 당시 광주지검장으로부터 “우 전 수석과의 통화는 외압으로 느낄 수도 있을 만한 얘기들이 오갔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검찰은 이를 영장 혐의에 넣는 대신 특검의 수사 결과를 대부분 반영했다. 특히 박영수 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8가지 항목 가운데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의 진상을 은폐하는 등 직무를 유기한 혐의 등은 그대로였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검찰이 수사에 나섰을 때 우 전 수석이 수사팀에 압력을 가했음에도 청문회에서 이를 부인한 위증 혐의를 새롭게 추가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 말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해경 쪽에서 문제를 제기하니 상황만 파악해봤고 압수수색을 하지 않도록 지시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는데, 당시 국감에 참여한 의원들은 “상황실 서버에 청와대-해경 간 통화내역 등 민감한 부분이 보관돼 있는데 꼭 거기를 압수수색하려는 이유가 뭐냐”는 발언을 했다는 증언이 있다며 의증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과 특검이 공격적으로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조계는 혐의가 워낙 ‘평면적’인 탓에 영장 발부에 회의적 전망도 적지 않았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우 전 수석에게 적용한 혐의들은 특검 수사 결과와 큰 틀에서 비슷하지 않느냐”며 “검찰은 문체부 감사담당관에 대한 인사 조처를 요구한 혐의도 직권남용으로 보고 영장에 기재했다지만 대부분의 혐의가 이미 앞선 판단에서 불구속 사안이라고 판단을 받았기 때문에 영장 발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 역시 “그나마 새롭게 추가된 것은 위증 정도인데 위증 혐의는 아무리 중죄라고 하더라고 구속 사유가 되지 못한다”며 “검찰이 얼마나 공소장을 새롭게 구성했는지를 보지 못했지만, 기존 특검에서 만든 공소장의 틀을 그대로 한다면 기각될 것으로 내다봤다”고 설명했다.
우 전 수석의 ‘사투 끝 생환’을 보는 검찰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재경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마지막까지 저렇게 버티는 걸 보면 억울한 마음을 알겠지만 홍준표 변호사도 그렇고, 검찰 선배들이 검찰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해 오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이렇게 또 검찰을 다음 정권의 개혁 대상으로 밀어 넣어버린 셈이라 참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최효정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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