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급변사태 대응부대’인 12군단이 지난 1일 북-중 접경지역에 전진배치했다는 소식이다.
필자는 최근 북한 내부 관계자를 통해 북한군의 특별한 움직임을 포착했다. 북-중 접경지역 양강도에 주둔하는 북한군 12군단 병력이 전방으로 전격 배치됐다는 첩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12군단은 지난 4월 1일 ‘준 전시상태’ 작전 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군단은 기존의 주둔 지역에서 벗어나 각 부대가 맡은 전방의 작전지역으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준 전시상태’에 따른 12군단의 전방배치는 현재 진행형이다.
우선 이 12군단의 성격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12군단은 김정은 집권 초기라 할 수 있는 2012년 12월경 기존의 9군단 산하 제4지구사령부를 새롭게 개편해 탄생했다. 그 역사만 놓고 보면 불과 4~5년 안팎의 신생부대라 할 수 있다. 그 시초로 볼 수 있는 제4지구사령부는 양강도 갑산군에 주둔했었다. 제4지구사령부는 9군단 산하 부대지만 김정은의 최고사령부가 직접 관장했던 전투부대였다.
필자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현재 12군단 사령부는 양강도 혜산시 춘동에 위치한다. 부대 후방을 담당하는 별도의 후방부는 혜산시 검산동 중국 변경지역과 가까운 야산에 위치한다. 이밖에도 12군단 지휘부에는 82고사포 포연대를 비롯해 공병대대, 유선대대, 무선대대, 전화대대, 67호 병원과 122mm포를 관장하는 934방사포여단, 3개의 교도사단 등이 전력으로 구축돼 있다.
김정은이 12군단을 창설한 목적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변화와 관계가 깊다. 특히 역사적으로 순망치한 격의 동맹을 맺어오던 중국과의 관계가 최근 급속도로 악화된 것이 가장 큰 배경이다.
현재 북핵 문제에 예민한 시진핑 정권의 등장과 친중파 장성택의 처형 이후 양국의 관계는 더욱 소원해진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은 사실상의 국제적 고립상태나 다름없다. 국제적 고립과 정권 불안으로 급변사태 발발 가능성이 과거에 비해 높아진 가운데 북한은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필자가 입수한 12군단의 주요 임무를 살펴보면 ▲개전 8시간 내 양강도 소재 혁명 사적지 및 전적지와 기념물 방어 ▲양강도 일대 침투한 적 특수부대 섬멸 ▲내부 반란 세력 진압 및 국경경비대와 협력해 집단탈북 저지 ▲마지막으로 적들에게 밀려 모든 북한군이 후퇴할 경우 최후까지 백두산 지역 내 은신하며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게릴라항전을 전개하는 것 등이다.
사실상 12군단은 북-중 접경지역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작전을 수행하는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다. 앞서 말한 ‘유사시’란 북한의 주적인 미군과 남한군은 물론 최근 관계가 악화된 중국군과의 충돌도 포함된다. 중국 입장에서 국경 넘어 상대국 인근 부대 전력이 새롭게 창설되고 개편된다는 것은 매우 꺼림칙한 일이다. 반대로 북한 입장에서 이러한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접경지역에 군사력을 강화했다는 것은 분명한 의도가 있는 셈이다.
특히 장성택 숙청 이후 12군단은 추가적인 개편을 통해 타 후방 군단보다 전투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최고사령부를 마지막까지 보위할 수 있는 정규 전투군단 수준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물론 12군단 움직임은 철저하게 중앙(호위사령부 산하 백두산 지역을 관장하는 제312여단)의 감시와 통제 속에 놓여있다.
이 같은 성격의 12군단이 지난 4월 1일 갑작스레 평시 주둔지역에서 벗어나 작전지역인 북-중 접경지역으로 전진했다는 것은 분명 유심히 지켜볼 대목이다. 무엇보다 시기적으로 6차 핵실험 가능성이 높게 제기됐던 4월의 문턱에 이 같은 군사적 행동을 감행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이 12군단을 움직였다는 것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일단 12군단의 임무가 임무이니만큼 6차 핵실험 감행 시 혹시 있을 수 있는 접경지역 급변사태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6차 핵실험의 실제 감행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것보다는 주변국에 일종의 ‘강경 태도’의 신호일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다.
특히 12군단의 전진배치 이후 상황을 놓고 보자면 더더욱 그렇다. 미국은 지난 8일(미국 현지시각 기준) 자국 항공모함 칼빈슨 호의 키를 한반도 방향으로 돌렸다. 일국 전체 전력에 맞먹는 미국의 칼빈슨호 강습단의 한반도 배치를 통해 북한의 추가 핵실험 및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막고 압박을 가하기 위해서다.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밝힌 대목이다. 특히 이 칼빈슨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과의 정상회담 시 명령을 내려 시리아를 전격적으로 미사일 공격한 미 해군 정예부대다.
이와 함께 국내외 안팎에서는 최근 중국 동북부 주둔군 일부가 북-중 접경지대로 전진 배치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북한과 중국은 접경을 두고 군을 배치하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중국 정부는 이러한 의혹을 공식 부인했다. 하지만 이러한 소문이 나도는 것 자체가 한반도 주변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이 같은 주변국의 대대적인 압박 속에서 ‘급변사태’ 대응을 목적으로 하는 북한의 군부대가 실제로 움직였다는 것은 결국 북한이 외부에 보내는 강도 높은 메시지일 가능성이 높다. 핵실험 여부와 함께 북한군의 움직임도 면밀히 살펴볼 대목이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