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2014년 말 삼성토탈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던 삼성종합화학을 삼성테크윈과 함께 한화그룹에 매각한다. 매각 조건은 지분 57.6%를 주당 3만 3166원씩 총 1조 600억 원이다. 이때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보유 중이던 삼성종합화학 지분 4.95%를 935억 9500만 원에 한화에 넘긴다.
한화토탈 이익이 급증하면서 김승연 한화 회장과 장남 김동관 전무 부자에 큰 이득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2014년 말 삼성종합화학의 순자산가치는 1조 8080억 원이다. 지분 57%의 가치가 1조 414억 원이다. 보통 순자산가치 또는 시장가격의 50~100%가 더 붙는 경영권 프리미엄도 없이 마치 회사를 청산하듯 지분을 넘겨버린 셈이다. 당시 지배주주 이익이 주당 -446억 원이었던 점이 명분이다.
그런데 한화토탈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한화종합화학 기업가치도 덩달아 좋아진다. 2016년 말 한화종합화학 자본총계는 2조 2877억 원이다. 삼성이 넘긴 57.6%의 순자산가치는 1조 3177억 원으로 크게 늘어나지 않은 듯 보이지만, 지배주주 이익이 마이너스에서 주당 무려 4332원으로 개선됐다. 국내 증시에서 시총 1조 원 이상 화학주의 주가수익비율(PER) 평균이 10배 정도다. 한화종합화학이 상장사라면 주당 4만 3000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실적 개선이 한화가 삼성보다 경영을 더 잘한 결과일까. 정답은 ‘아니다’다. 삼성토탈은 2014년까지 설비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2013년 666만t이던 유기화합물 생산능력은 2014년 906만t으로 늘었고, 2015년 1100만t까지 확장된다. 생산량도 비슷한 기울기로 우상향한다. 등기임원을 빼면 현재 삼성토탈의 실무 임원진은 거의 다 삼성토탈 출신이다.
전직 삼성토탈 관계자는 “2014년까지 적자가 난 것은 설비투자 부담 때문이고, 2015년부터 흑자로 전환해 이후 빠르게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회사는 물론 업계에서도 모두 다 알고 있었다”면서 “특히 2016년부터는 국제유가가 회복되면서 실적이 더욱 좋아졌다”고 말했다.
익명의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만약 삼성이 당시가 아니라 지금을 매도 시점으로 잡았다면 경영권 프리미엄만 감안해도 매각 가격은 최소 6만 원에서 최대 8만 원까지 가능한 셈”이라고 추정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당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왜 지분을 팔았는지 의문”이라면서 “당시 팔지 않고 보유했다면 가치가 훨씬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 지분을 굳이 팔지 않았더라도 한화가 삼성종합화학 지분 과반을 확보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심지어 삼성은 당시 삼성물산과 삼성SDI의 삼성종합화학 보유 지분 일부(현재 지분율 24.8%)를 남겼다.
삼성종합화학 매각 후 한화토탈의 이익이 급증하면서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했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아쉽게 됐다. 최준필 기자
현재 구속수감 중인 이 부회장의 경우 만약 유죄가 확정되면 경영권 승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삼성 금융부문 핵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경우 보험업법에 따라 이 부회장의 대주주 자격이 불허될 수 있다. 현행 보험업법은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법률에서 정한 금융회사 임원의 요건을 충족하도록 정하고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5조를 보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임원자격을 갖지 못한다.
현재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최대주주로서 금융부문을 지배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의 2대주주다. 만약 보험사 대주주 결격 요인에 해당되면 이 회장 지분을 물려받을 수도, 삼성물산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배하기도 어렵다. 금산분리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이 회장처럼 개인 자격으로 금융부문을 지배할 수도 없다.
이부진 사장과 전혀 반대 입장이 된 이들이 있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자녀들이다. 김 회장의 세 자녀인 김동관·동원·동선 씨는 한화S&C 지분을 각각 50%, 25%, 25%씩 보유 중이다. 이 회사는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한화종합화학 지분 39.16%를 가진 최대주주다. 한화토탈의 실적 개선이 한화종합화학→한화에너지→한화S&C를 통해 김 회장 아들 3형제에게 전달되는 셈이다. 한화에너지 역시 한화케미칼 등에 전기를 공급하는 집단에너지 사업자다. 즉 한화계열사를 상대로 한 안정적인 사업이다. 한화S&C의 순자산가치는 2014년 말 5735억 원, 2015년 말 7376억 원, 지난해 말 9475억 원으로 급팽창 중이다.
한편 한화토탈은 5395억 원을 들여 2019년 6월까지 에틸렌과 프로펠렌 설비증설에 나선다. 이번 설비증설로 경영효율과 이익이 더 높아진다면 한화토탈 및 한화종합화학 기업가치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열희 언론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특별감리 착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주장이 투자자전문소송 단체에서 제기됐다. 지난달 말 금융당국은 이 문제에 대한 특별감리에 착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최대주주인 회사다. 결과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여의도투자자권익연구소는 최근 자료를 내고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상장 특혜 및 분식회계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 이후 계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2015년에 약 1조 9000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2015년 중 지분 8.8%를 보유 중인 합작파트너 바이오젠(Biogen)이 보유 중인 콜 옵션(의결권 49.9%까지 확보할 수 있는 권리)의 행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종전에는 연결재무상태표에서 인식하고 있던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자산과 부채를 제거한다. 대신 현금흐름할인모형에 따라 산정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공정가치 5조 2700억 원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율 91.2%에 해당하는 약 4조 8000억 원을 자산으로 인식했다. 이러면서 약 4조 5436억 원의 종속기업투자이익이 발생한다. 김주영 여의도투자자권익연구소 변호사는 “91.2%에 달하는 절대지분율이 줄어든 것도 아니고, 종전부터 보유 중이던 콜옵션이 행사된 것도 아니다. 설령 콜옵션이 행사되더라도 과반 지분은 삼성이 보유한다. 매우 작위적이고 회계기준에 반하는 조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분식으로 판명되는 등의 사유로 주가가 급락해 투자자들의 손해가 발생할 경우 투자자들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에 대해 “보유 중인 파이프라인의 성공적인 임상 진행과 이로 인한 공정가치 증가로 콜옵션의 기초자산 가격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평가액이 행사가격인 투자원금과 누적이자의 합계액보다 큰 상태가 돼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경제적 효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바이오젠이 옵션을 행사하면 이사회가 동수로 변경되며 단독적인 의사결정이 불가해지고 주주의 합의가 필요해진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 당시 공시 자료를 통해 “바이오젠이 2018년 말까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회복하게 되고, 평가금액이 장부가액보다 크게 줄어들 경우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명시했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