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아들 준용 씨 취업 특혜 의혹은 애초 2007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준필 기자
문재인 민주당 후보 아들 준용 씨(35) 취업 특혜 의혹은 2007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앞서 고용정보원은 2006년 12월 공채를 통해 준용 씨를 뽑았다. 2007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준용 씨가 취업하는 과정에 특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처음 제기됐다. 권재철 당시 고용정보원장은 문 후보가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했을 때 노동비서관으로 근무한 인연이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2007년 5월 국회 요구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채용 방식에 문제는 있었지만 특정인을 특혜 채용하지는 않았다는 다소 모호한 결론을 내렸다.
문 후보가 출마한 2012년 대선 때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이 문제를 꺼내들었다. 당시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준용 씨가 입사 14개월 만에 2년 가까이 휴직했다고 꼬집었다. 또 퇴사했음에도 불구하고 휴직 기간까지 포함해 퇴직금을 받은 부분도 거론했다.
잊혔던 준용 씨 취업 특혜 의혹은 대선 과정에서 재점화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준용 씨는 신의 직장이라는 공공기관에 특혜 임용된 의혹에 이어 입사 14개월 만에 이뤄진 황제 어학연수 휴직(23개월), 휴직 중 미국 내 불법 취업, 휴직 기간을 포함한 37개월치 퇴직 급여 수령 의혹 등 많은 의심을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4월 13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신규로 채용하는 직원의 서류조차 심사하지 않고 면접 기회를 부여한 것은 규정을 위반하면서 부여한 명백한 특혜”라고 했다. 준용 씨 취업 당시 고용정보원은 일반직 응시자 중 내부 직원(계약직)의 경우 서류심사를 면제해줬다. 그런데 준용 씨는 외부 응시자였지만 서류 심사 없이 바로 면접 기회를 받았다. 39명 중 외부 응시자는 준용 씨 포함 2명이었다.
안철수 후보 측은 총공세를 펼쳤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4월 10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고용정보원 채용공고 기간이 짧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준용 씨가 취업 정보를 열람하던 중 우연히 (채용 공고를) 워크넷 사이트에서 봤다고 했다. 그런데 워크넷이 열려 있던 시간은 단 이틀에 불과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력서 접수 마감일이 12월 6일이었는데 수상 경력 기입란에는 그 이후인 12월 21일 수상으로 적혀 있다”면서 사후 이력서를 제출한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문 후보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하태경 의원 주장은 상식에 맞지 않다. 이상이 있었다면 2007년 감사 때 문제가 제기됐을 것”이라고 했다. 문 후보 또한 직접 “부산 사람은 이런 일을 보면 딱 한마디로 말한다. 마! 고마해라”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를 두고서도 “구체적으로 해명하면 될 것을 그런 식으로 피해가니 오히려 더 확산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안철수 후보가 2012년 정계에 입문한 뒤로 딸 설희 씨는 원정출산설, 이중국적설, 호화 유학설 등에 휩싸였다. 최준필 기자
문 후보가 아들 문제로 곤혹스러워하는 사이 안 후보 딸 설희 씨(28)를 둘러싼 의혹이 급속도로 퍼졌다. 안 후보가 정계에 입문한 2012년부터 설희 씨의 원정출산설, 이중국적설, 호화 유학설 등이 나돌았는데 이번에 본격적으로 검증 무대에 오른 것이다. 안 후보 측은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던 차에 불거진 것이라 비상회의를 열며 대책 마련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캠프와 달리 안 후보 측은 의혹에 대해 일일이 해명하며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섰다. 먼저 설희 씨가 원정출산과 이중국적이라는 소문에 대해 안 후보 측 손금주 수석 대변인은 “출생지는 서울시 종로구 연건동 28번지 서울대병원이다. 기본 증명서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미국 국적은 보유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아울러 영주권조차 신청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
호화 유학설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손 대변인은 “2002년 9월 미국 내 로스쿨에 진학한 어머니와 동행해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미국에서는 워싱턴주와 캘리포니아주에 소재한 공립학교에만 다녔다. 대학 및 대학원 석사과정 재학 중에는 필라델피아 소재 학교 기숙사와 학교 인근 소형 아파트(월세 1000달러 안팎)에서 살았다. 1년 6개월가량은 도무스 콘도에 거주했고 월 임대료로 2000에서 3000달러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설희 씨 재산과 관련된 각종 소문과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안 후보는 지난 2014년부터 독립 생계유지를 이유로 설희 씨 재산 고지를 거부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문재인 후보 측 전재수 의원은 “혹시 공개해선 안 되는 재산이나 돈 거래가 있는 것은 아닌가”라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손 대변인은 “2017년 4월 기준으로 설희 씨 재산은 예금과 보험을 포함해 약 1억 1200만 원이다. 미국에서 이용하고 있는 시가 2만 달러 안팎의 자동차 한 대가 있다.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그 어디에도 부동산과 주식은 전혀 없다”면서 “안 후보의 딸에 대한 학비 지원은 대학 시절과 대학원 1학기까지에 그쳤다”고 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수석 대변인은 4월 10일 “설희 씨와 관련한 인터넷상 허위사실 공표는 명백한 정보통신망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관련자들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소·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설전에 대해 정치권에선 곱지 않은 시선이 감지된다. ‘불필요한 정보 공해’라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한 보좌진은 ‘연좌제식 흑색선전’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아버지와 할아버지 ‘빨갱이’ 논쟁이 이제는 자녀들의 특혜 의혹으로 변형됐다고 본다. 대권 후보가 성인이 된 자녀의 도덕성까지 책임져야 하나”면서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통용되기 힘든 재래식 선거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자녀에 대한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과거 전직 대통령들이 자녀 문제로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더욱 그렇다. 자유한국당 한 보좌진은 “대한민국처럼 유교사상이 정서적 기반인 국가에서 자녀 문제는 곧 부모 문제로 인식된다. 유권자들에게 직접적인 심리적 효과를 미치게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캠프가 열을 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청년 표심 잡기를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민주당 보좌진은 “취업 문제가 심각하다. 매일 도서관 나가서 열 시간 넘게 공부를 해도 직장을 못 구하고 있는데 취업에 특혜를 받았다는 등의 얘기가 나온다면 청년 유권자들로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의 한 보좌진도 “지금 시점에선 정책을 내세워 표심을 잡는 게 어렵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로 투표를 하게 될 것이다.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상대방 이미지를 깎아 내리는 게 더 유리하다. 그러니 네거티브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 후보가 가졌을 만한 흠결을 모두 들춰내는 게 각 캠프의 전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앞으로 자극적인 부분이 계속 나오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문가는 이러한 네거티브 공방을 ‘후진적 정치 캠페인 구조’라고 꼬집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상대의 단점을 부각시켜서 반사이익을 보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네거티브 공방이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정치집단이 있고, 말리는 제3자가 없는 이상 네거티브는 계속될 것이다. 다만 국민들은 사실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할 것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아닌 것을 부풀려서 공격하는 쪽이 선거 결과에는 더 불리해질 수 있다”고 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
문 캠프 ‘이회창 사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데… ‘이회창 대세론’은 공고했다. 그러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아들 병역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이 전 총재는 1997년 당선이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장남이 체중 미달로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다는 점이 부각되며 패했다. 이 전 총재 지지율은 한때 50%를 넘었지만, 병역 기피 의혹이 제기된 후 20%대로 떨어졌다. 절치부심했던 이 전 총재는 2002년 다시 출사표를 던졌다. 이변이 없는 한 청와대에 입성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2002년 대선 6개월을 앞두고 전 군수사관 김대업 씨와 설훈 민주당 의원이 병역 기피 의혹을 폭로하며 이 전 총재는 또 고배를 마셨다. 2002년 당시 김대업 씨는 이 후보 두 아들이 허위 진단서를 받아 병역 면제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 부인 한인옥 씨가 이 문제에 연루됐다고도 했다. 그리고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대선 두 달 전 수사를 마친 뒤 이 후보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이 전 총재는 선거에서 졌다. 그 후 이 전 총재 아들 병역 비리는 무혐의 처리됐고, 그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 씨는 형사 처벌까지 받았다. 그러나 대선은 이미 끝난 뒤. 이 전 총재는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통해 “역사의 바퀴는 이미 굴러갔습니다. 다만 다시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번 선거에서 이런 타락선거로 대통령이 될 사람이 안 되고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울먹거리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이 전 총재 대선 패배를 대표적인 네거티브 공격 사례로 꼽는다. 특히 아들 취업 특혜 의혹에 휩싸인 문 후보 측에선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캠프의 한 전략 관계자는 “네거티브 선거가 옳고 그름을 떠나 당시 이 전 총재가 대응을 잘못했다. 아니라고 하면 된다는 식으로 안일하게 대처했다. 그러다가 대세론이 한 방에 무너졌고, 뒤늦게 해명했지만 복원되지 않았다. 지금 문 후보도 아들 의혹에 대해 떳떳하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유권자들에게 해명을 해야 한다”면서 “안 후보 측이 딸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일일이 해명한 부분은 높게 살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