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는 올해 초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중국 패션 업체 브이그라스에 의류 브랜드 ‘티니위니’를 매각했다. 티니위니 매각자금 8770억 원의 대부분과 부동산 매각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해 지난해 315%였던 부채비율을 올해 1분기 240%까지 낮췄다. 더불어 추가 부동산 매각과 비수익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차입금을 줄이고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00% 미만으로 낮춘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랜드가 올해 초 중국 업체에 매각한 의류 브랜드 ‘티니위니’는 높은 실적을 올리며 ‘알짜 사업’으로 평가됐다. 사진출처=티니위니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랜드의 연이은 매각 시도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티니위니 매각으로 일단 자금난에 숨통을 트긴 했으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매각이 오히려 캐시카우 브랜드를 잃게 해 수익창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티니위니는 2015년 매출 4215억 원, 영업이익 1120억 원의 실적을 올리는 등 알짜 사업으로 평가됐다. 때문에 당시 티니위니 매각이라는 강수를 둔 이랜드에 대해 당시 매출 공백 및 성장 타격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이랜드파크의 외식사업부는 애슐리, 자연별곡, 피자몰, 수사 등 18개 외식사업 브랜드, 전국 559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외식사업부의 매출은 이랜드파크 총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랜드파크는 외식사업부 외에도 호텔·레저사업부를 보유하고 있으나 매출과 영업이익 대부분을 외식사업부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한국기업평가는 이랜드파크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부정적)에서 투기등급인 ‘BB+’(부정적)으로 강등하면서 “외식부문 수익성 개선 여력이 제한적이며, 레저부문의 열위한 사업경쟁력으로 인한 자금 소요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때문에 외식사업부가 매각될 경우 매출 기여도가 낮은 레저사업부 또한 자연히 정리돼 이랜드파크가 공중분해 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레저사업부는 실적이 부진해 이랜드파크 전체 매출 가운데 15% 가량만 차지하고 있으며, 이랜드파크는 호텔·레저사업부에서 적자를 보고 외식사업부에서 흑자를 거두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랜드파크가 어렵다는 건 하루 이틀 사이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외식사업부 논란 이후 알바뿐만 아니라 직업들 급여, 협력사 대금까지 못 챙겨주고 있다”면서 “다만 외식부문이 메인으로 알려진 만큼 이를 매각하면 이랜드파크가 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랜드파크의 외식사업 부문은 지난해 이랜드파크 매출액 8054억 가운데 7000억 원의 매출을 창출해 주요자산으로 꼽힌다. 특히 18개 외식사업부 브랜드 가운데 ‘애슐리’는 캐시카우(수입창출원)로 불릴 만큼 ‘알짜 사업’으로 평가된다. 사진은 애슐리 매장 전경. 연합뉴스.
반면, 이랜드의 외식사업부 매각에 긍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임금 체불’ 악재를 ‘재무구조 개선’의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랜드파크는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소속 매장 360곳 4만 4360명의 아르바이트생의 임금 83억 7200만 원을 체불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 여론에 시달린 바 있다. 임금 체불액은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이랜드파크 영업이익 총액 100억 원 가운데 83%에 달하는 비중이다. 이에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임금체불로 영업이익 대부분을 채웠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의 임금체불 논란은 그룹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힘과 동시에 이랜드리테일의 상장 추진에 발목을 잡기도 했다. 이랜드그룹은 자금 확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올 상반기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공개(IPO)를 계획했으나 임금체불 이슈로 상장 관련 절차를 내년 상반기로 연기했다.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규진 이랜드그룹 재무담당 상무는 “실적이 좋지 않은 외식사업부 때문에 이랜드리테일 상장 가치가 훼손된 측면이 있다. 이랜드리테일 상장 발목을 잡은 외식사업부 이슈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속도가 나지 않아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며 이랜드파크 법인을 분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이번 매각이 성사될 경우, 매각가가 1조 원대로 추산되는 만큼 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랜드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으므로 외식 브랜드 입점해 콘텐츠를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던 것 같다. 이랜드그룹은 패션과 유통이 주력이므로 매출 90% 이상이 패션과 유통에서 나오고 나머지 10%가 외식과 호텔·레저사업에서 나온다. 그룹 전체로 봤을 때 외식사업 매출은 6~7% 정도로 주력이라 보기는 어렵다. 외식사업의 경우 트렌드에 민감하고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많다 보니 현재 가치가 높을 때 매각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이랜드그룹 ‘희귀품 수집’ 입방아 오르내리는 까닭 이랜드그룹의 희귀품 수집을 둘러싼 뒷말이 무성하다. 그룹이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고가 소장품을 매입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직원의 복리후생은 바닥에 있는데 그룹은 희귀품 소집이라는 고가의 취미를 즐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랜드그룹은 앞서 2015년 초 경매에 등장한 노벨 경제학상 메달을 약 4억 4000만 원에 낙찰받아 세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그룹 측은 30여 년 전부터 회사 내에 별도 팀을 구성해 경매에 나오는 희귀품을 구매했다. 이랜드월드는 노벨상 메달 이외에도 오스카상 트로피와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다이아몬드, 비틀즈 멤버 친필 사인, 재클린 케네디의 진주 목걸이 등 수십만 점에 달하는 희귀품을 소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랜드 측은 “30년 전부터 박물관 준비팀이 미래 성장사업으로 준비를 했던 것”이라며 “관광콘텐츠 등이 약하기 때문에 박물관 설립을 통해 해외관광객 등을 끌어들일 수 있는 아이템으로 준비를 했다. 수집품들은 호텔, 매장 등에 진열해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제주도, 서울 마곡 등 국내에 박물관을 건설할 계획이 있어 투자를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