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홍 전 본부장은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손실을 예상했음에도 찬성표를 던지도록 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위원회 부의를 생략하고, 내부 투자위원회를 열어 삼성물산 합병을 찬성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투자위원회가 열리기 3일 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났다. 삼성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해 국민연금이 힘을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고, 결과적으로 찬성을 종용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특검 수사 끝에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홍 전 본부장은 구속을 면한 뒤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기금운용을 책임지는 홍 전 본부장의 ‘일탈’은 공공성이 강한 국민연금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앞서 홍 전 본부장은 재직 당시 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공단에서 독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주무 관청의 감시에서 벗어나 ‘제2의 삼성물산 합병’을 승인시키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기금운용본부 독립을 강하게 지지했던 인사가 친박 핵심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다. 최 전 부총리는 홍 전 본부장과 대구고 동문이자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홍 전 본부장은 자신의 휴대폰을 파기하는 등 최 전 부총리와 연관성을 최대한 숨기려 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독립성을 지켜야 할 ‘자본시장 대통령’이 정권 실세와 유착했다면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최근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채무조정 방안을 놓고 산업은행과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을 주도한 인물은 강면욱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다. 대우조선해양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산업은행의 거듭된 압박 속에 채권 만기 연장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일각에선 부실이 장기화된 대우조선해양을 살리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란 지적이 나온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