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수출증가가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에 집중했다. 지난 1분기 반도체와 석유화학 수출증가율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44.7%, 38.3%를 기록했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수출이 늘어난 것도 수출물량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주로 수출단가가 올라서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수출증가의 낙수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반도체와 석유화학은 대규모 장치산업이다. 중소기업의 회생이나 고용 및 국민소득 증가와 별 관련이 없다. 따라서 경기회복을 주도하는 수출증가가 체감경기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한편 국내 소비증가도 기저효과가 커 실질적인 경기회복과 거리가 있다. 작년 우리나라 가계의 월 평균 실질 가계소득이 전년 대비 0.4%감소했다. 가계부채는 1년 동안 141조 원이나 늘어 1344조 원에 이른다. 소비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었다 이런 상태에서 소비가 반사작용으로 다소 늘자 소비증가율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경제회생과 고용창출에 절대적인 것이 투자증가이다. 지난 2월 설비투자증가율이 -8.9%이다. 기업들이 부도위기에 처하여 생존에 급급한 상황이다. 실로 큰 문제는 국제무역환경이 보호무역주의로 치닫는 것이다. 세계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근린궁핍화 정책을 폄에 따라 수출산업이 타격을 받고 기업들의 투자가 더 위축될 전망이다.
다행히 미국이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을 철회함에 따라 양국의 무역전쟁은 다소 진정세를 보일 것 같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미국과 중국은 각각 자국우선주의와 경제패권주의 실현에 사활을 걸고 있다. 따라서 언제 두 나라가 다시 충돌할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는 북한의 핵 도발, 중국의 사드보복 등의 타격을 받고 있어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서 경기회복이 살얼음판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에 시작한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여 대내외 불안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특히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할 경우 세계시장 곳곳에 존재하는 빈자리를 파고들어 전화위복의 기회를 얻는 전략을 펴야 한다.
이런 견지에서 미래산업 선점과 성장동력 창출이 절박하다. 최근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소득이 2만 7561달러로 11년째 3만 달러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기존산업이 국제경쟁력을 잃어 경제가 붕괴의 함정에 빠졌다. 4차 산업혁명 등을 서둘러 한시 바삐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의 혁신이 절실하다. 최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정부신뢰도는 34개 회원국 중 29위다. 정책 투명성은 세계 138개국 중 115위다. 기업윤리는 138개국 중 98위다. 새 정권 출범과 함께 정부와 기업들도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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