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솔 씨 페이스북
[일요신문] tvN드라마<혼술남녀> 조연출로 일하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한빛PD의 동생 이한솔 씨가 적은 글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7일 이한솔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즐거움의 ‘끝’이 없는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대기업 CJ, 그들이 사원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적었다.
이 씨는 “어느날 형이 참여하던 <혼술남녀> 제작팀은 작품의 완성도가 낮다는 이유로 첫방송 직전 계약직 다수를 정리해고 했다. 형은 손수 해지와 계약금을 받아내는 정리 임무를 수행해야만 했다”고 전했다.
이어 “더불어 드라마를 찍는 현상은 무수한 착취와 멸시가 가득했고 살아남는 방법은 구조에 편승하는 것 뿐이었다”며 “형은 현장에서 모욕과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살고 싶었던 형은 드라마 현장이 본연의 목적처럼 사람에게 따뜻하길 바라며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고 적었다.
이 씨는 “CJ라는 기업이 (사원의)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부모님의 가슴에 대못을 두 번이나 박았다. 형의 생사가 확인되기 직전 회사선임은 부모님을 찾아와 형의 근무가 얼마나 불성실했는지를 한 시간에 걸쳐 주장했다”며 “사원을 같이 살리려는 의지 하나 보이지 않고 오직 책임 회피에 대한 목적으로 극도의 불안감에 놓인 부모님께 (형에 대한) 비난으로만 일관하는 것이 이 사회의 상식일까요”라고 심경을 전했다.
이 씨의 말에 따르면 그의 부모님은 회사 직원에게 사과를 했고, 몇 시간 뒤 이한빛 PD의 죽음 소식을 듣게 됐다.
또한 이 씨는 “”CJ 직원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자 책임자들이 대화를 요청했다. 형이 겪었던 아픔을 추적해 올라가서 잘못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생각했다“며 ”형이 남긴 녹음파일, 카톡 대화 내용에는 수시로 가해지는 욕과 비난이 가득했다“고 폭로했다.
이 씨는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CJ는 학대나 모욕행위는 없었으며 문제가 있다면 형의 근태불량에 있다고 결론 지었다“고 전했다.
앞서 이한빛 PD는 지난해 10월 <혼술남녀> 마지막 촬영일이었던 10월 21일 실종된 후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유가족은 CJ 측에 문제를 제기했고 청년 유니온,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 모임 등 17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를 꾸려 이 PD 자살의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18일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갖고 CJ E&M 측의 책임 인정 및 공개 사과, 진상규명과 관련자 문책 등의 대책을 촉구했다.
주성연 기자 joofeel@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