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웹툰(왼쪽),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 게임 앱 화면 캡처 사진.
“문바라기, 힘을 합쳐 2500만 명을 모아보자.”
스마트폰으로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 게임 앱을 실행하면 화면 상단에 나오는 메시지다. 화면 하단엔 문재인 후보를 닮은 캐릭터인 ‘문캠퍼’ 모습이 등장한다. 가상 현실 공간에서 일정한 수의 지지자들을 모아 레벨업을 하는 게임이다. 이용자가 ‘유세 시작’ 버튼을 누르면 게임이 시작된다.
하늘색 정장과 안경을 낀 문캠퍼가 게임 주인공이다. 이용자는 손가락으로 문캠퍼를 조종한다. 게임은 문캠퍼가 ‘매력 게이지’를 유지하기 위해 유권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방식이다. 이용자가 거리에 흩어진 유권자 캐릭터들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면 문캠퍼가 거리 곳곳을 이동하면서 온갖 공약으로 유권자를 설득한다.
게임 속에서 문캠퍼가 유권자들을 만나면 “유권자가 위험해, 원자력 발전소 폐쇄” “파란당이라고 스머프처럼 공산주의는 아니다” 등의 문구가 말풍선에 뜬다. 문 후보가 밝혀온 공약과 유사한 메시지다. 문캠퍼가 하얀색깔의 옷을 입은 유권자들을 설득하면 이들의 옷이 하늘색으로 바뀌면서 지지자로 변한다.
조력자와 방해꾼 캐릭터도 등장한다. 열혈당원 캐릭터는 문캠퍼를 따라다니면서 함께 지지자들을 모으지만 가짜보수 캐릭터는 문캠퍼를 방해한다. 가짜보수가 “핵무장해서 북한이랑 한 판 붙자” “태극기 집회는 애국집회의 롤모델”이라며 문캠퍼와 부딪히면 매력게이지가 떨어진다. 매력 게이지가 떨어지거나 제한 시간 안에 지지자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게임은 자동으로 종료된다.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 게임 앱을 개발한 ‘stickyhands’ 김민우 대표는 “우리는 작은 개발 스튜디오다. 꽤 오래 호흡을 맞춘 동료들이라서 성향도 비슷하다. 전부 문재인 지지자다. 일주일 만에 만들어 서비스를 했지만 홍보는 전혀 하지 않았다. 오해를 받아 동료들이 공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가 활용했으면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게임을 만들었다. 문재인 지지자들도 문 후보 공약이 무엇인지 한 번이라도 더 살펴보았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게임뿐만이 아니다. 문 후보는 대세론에 걸맞게 구글 앱스토어 시장에서 가장 많은 앱을 출시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앱은 최근 문 후보 홍보앱으로 전환했다. 민주당앱은 이용자들이 간편하게 문 후보 관련 소식들을 접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민주당앱 첫 화면엔 “국민주문재인, 문재인에게 투자하세요”라는 문구가 화면을 메운다. 이용자가 배너 문구를 누르면 바로 문재인 펀드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민주당앱은 ‘문재인1번가 정책쇼핑몰’, ‘문재인의 새로운 대국민공약’, ‘문재힘위원회’ 등 직접 참여를 유도하는 홍보 문구 일색이다. 지지자 호응도도 높은 수준이다. 4월 19일 현재 약 1만 명의 이용자가 민주당앱을 설치했고 평점은 5점 만점에 4.8점을 기록했다.
문재인 지지자가 개발한 ‘문재인앱’은 문 후보 선거 유세 현황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문 후보가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 게시물을 올리면 문재인앱 이용자는 내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용자는 앱을 이용해 ‘#그래요문재인’시리즈, 문재인 TV 관련 동영상, 공식팬카페와 사이트에 간편하게 접근 가능하다.
문재인앱은 약 5000명의 이용자가 앱을 설치했고 이용자들이 매긴 평점은 4.8점이다. 문재인앱 개발자인 데이비드 정 씨는 “캠프와 무관하다. 자발적으로 만든 앱이다. 정치를 잘 모르지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애를 뒤늦게 알게 됐고 자연스레 문 후보를 접했다.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문재인앱을 개발했다”라고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앱도 이목을 끈다. 자유한국당이 제작한 홍준표앱은 자유한국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바탕으로 구성돼 있다. 앱을 실행하면 “우리는 자유한국당, 뜨거운 열정으로 하나된 최강후보 홍준표야!”라는 메시지와 함께 야구 배트를 쥐고 있는 홍 후보 사진이 등장한다. 홍 후보가 KIA 타이거즈 모자를 쓰고 호남 제주 선대위발대식에서 배트를 휘두른 모습을 각색한 사진이다.
홍준표앱 이색 콘텐츠는 ‘홍준표웹툰’이다. 웹툰 주제는 ‘검사 홍준표는 누구인가’, ‘홍준표 검사 인생의 스승 어머니를 떠올리다’ 등 다양하다. 4월 18일 게시된 모래시계 검사편은 홍 후보가 검사 시절 불법도박장을 급습하는 장면을 재미있게 그려냈다. 웹툰이 끝나고 나면 “홍준표 검사는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로 재직할 당시 드라마 모래시계 배경사진으로 유명한 ‘슬롯머신’ 사건을 담당했다”라는 설명이 뒤따라온다.
홍준표안내서도 앱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홍준표안내서는 사시합격, 청주지검 부임, 노량진 강탈사건, 경남지사 보궐 당선 등 홍 후보의 삶을 도표 형식으로 담아냈다. 안내서는 안보인지력, 생존력, 의정능력, 파워력, 강단력의 기준으로 별점을 매겨 홍 후보의 능력도 분석했다.
홍 후보 측은 다른 경쟁자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 메시지가 담긴 이미지도 앱에 담았다. 최근 홍준표앱엔 “문재인 안철수 쌍둥이”라는 내용의 이미지가 올라왔다. 이미지는 “두 사람은 주민과 대학생을 동원했다. 구태정치의 표본이자 오십보백보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홍준표앱엔 “문재인 안철수의 보수안보코스프레”, “문재인 안철수 얼굴마담”이라는 내용이 가득하다.
홍 후보 측 관계자는 “앱의 바탕 색은 당 로고와 같은 계열인 빨간색이다. 칙칙한 느낌을 빼려고 노력했다. 앱 개발 업체가 기본적인 틀을 만들었고 콘텐츠 구성은 캠프가 기획했다. 웹툰은 홍준표 지지자가 재능을 기부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심상정 지지자들이 출시한 심상정앱은 추천인 등록제를 사용한 점이 특징이다. 심상정앱은 가입과 동시에 이용자의 이름과 지역, 추천인 이름과 전화번호를 등록할 수 있다. 심상정앱 이용자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부와 앱을 연동시키는 방법으로 지인들에게 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지지자들도 ‘유승민앱’을 출시했다. 하늘색 바탕의 유승민앱 첫 화면은 “정의로운 보수, 용감한 개혁”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문 후보와 홍 후보에 비해 유승민앱은 아직 정비가 되지 않은 모습이다. ‘화면속유승민’ 코너에선 2월 27일 열린 관훈토론회 풀영상 외에는 다른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언론속유승민’ 코너도 바른정당 경선 당시 자료만이 나올 뿐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관련 앱 개발도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 E 업체가 안철수앱을 샘플용으로 출시했지만 최근 앱 개발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관계자는 “국민의당 녹색 로고를 기반으로 안 후보 이미지를 만들었지만 추가 계약이 진행되지 않아서 중단했다”라고 밝혔다.
한 앱 개발 대행업체 관계자는 “정치인을 홍보하는 내용의 앱은 과거엔 주목받지 못했다. 유권자들에게 보낼 수 있는 문자 메시지가 훨씬 효율적인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20대 총선부터 후보자 정보를 앱에 담아 홍보하는 방식이 인기를 끌었다. 개인에게 보낼 수 있는 지지 호소 문자 메시지 횟수에 제한이 생겼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장미 대선을 겨냥한 게임 앱도 이목을 끌고 있다. ‘내가 대통령, 픽미업’ 앱은 캐릭터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게임이다. 캐릭터는 M군과 J양으로 게임 이용자가 캐릭터를 선택하면 정당을 고를 수 있다. 정당은 빨강당(안보 없인 성장 없다), 파랑당(혼자 말고 같이 살자), 노랑당(노동은 신성한 것), 초록당(지구는 빌려쓰는 것) 등 네 가지 종류다. 정당 선택 창으로 들어가면 정당의 강령을 상징하는 메시지가 함께 나온다.
정당을 선택한 뒤 이용자는 ‘동네 의원’이라는 후보자 자격증을 받는다. 동네 의원 캐릭터는 전국을 돌면서 지지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 이용자가 거리에 흩어진 유권자 캐릭터들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면서 설득하는 방식이다. 제한된 유세 시간 안에 상대당 후보에 맞서 유권자를 끌어 모으면 가상 머니인 골드를 얻는 방식이다.
캐릭터 레벨이 오를수록 오함마, 트럼펫, 힐러 등 고용 가능한 선거 도우미들이 늘어난다는 점도 특징이다. “결혼만 하면 평생 무상임대 아파트”, “의료비 전액 무상제공 서비스” 등 제시할 수 있는 공약도 많아진다. 도우미와 공약이 많을수록 이용자는 많은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다. 지지자들이 많아지면 골드를 많이 얻는다. 이용자는 쌓인 골드로 일정반경 안에 모든 상대방을 지지자들로 만드는 ‘확성기’ 등 다양한 기술도 사용 가능하다. 픽미업앱의 누적 이용자수는 약 10만 명이 넘었고 평점은 4.5점이다.
픽미업앱을 개발한 ‘stickyhands’ 김민우 대표는 “선거 때만 되면 출몰해서 지지자를 만들어 가는 정치인들이 마치 좀비 같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처음으로 앱을 개발했다. 공약을 만들 때 뉴스와 SNS로 회자하는 내용들을 참고했다. 너무 진지한 방식이 아닌 게임 같은 유쾌하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하고 싶은 얘기를 전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