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멤버들과 소속사는 최대한 열애설을 부인하려는 경향을 보여왔다. 팬클럽 내부에서 일부 멤버의 연애 의혹이 제기돼도 소속사는 이를 적극 부인하고 열애설이 보도될지라도 이를 부인하는 공식 입장으로 버텨왔다. 데이트 현장이 포착되는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공식 인정하곤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이돌 멤버들이 자신의 SNS를 통해 ‘연애 티내기’를 하다가 팬들에게 걸려 열애를 인정하는 경우도 부쩍 늘고 있다.
# “사진 찍혀서”…반강제 인정한 ‘공개 연애’
아이돌 공개 연애의 포문을 연 것은 2010년 10월 불거졌던 남성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종현과 배우 신세경의 연애였다. 그전까지는 루머로 치부했던 SM엔터테인먼트가 이들의 연애를 인정한 것은 한 매체에 찍힌 이들의 데이트 사진 때문이었다. 도저히 사이좋은 친구라고는 포장할 수 없을 정도로 애정이 묻어나는 사진에 소속사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연애사실이 공식화된 당일, 샤이니 종현의 한 팬페이지는 사실상 폐쇄에 들어갔다. 팬페이지 운영자는 메인 화면에 “한번 아이돌로 포장된 이상 자유연애? 그런 게 어딨나요”라며 “자유연애와 공개연애를 표방하는 뮤지션 스피릿이 넘치시면 아이돌로 데뷔를 하지 말았어야죠”라며 종현의 연애에 날선 비난을 쏟아냈다. 실제로 종현의 공개 연애 이후 그를 지지했던 개인 팬페이지 여러 곳이 폐쇄하거나 휴면 상태에 들어가는 등 거센 후폭풍을 낳기도 했다.
신세경 역시 싸이월드에 팬들의 악플이 쇄도하면서 결국 자진 탈퇴를 하게 됐다. 이들의 공개 연애는 8개월 만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이후 아이돌들의 연애 방식과 이에 대한 팬들의 대응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어진 아이돌 공개 연애의 바통은 2011년 전 비스트 멤버 용준형과 카라의 멤버 구하라에게 넘어갔다. 종현이 아이돌-배우의 공개 연애의 첫 포문을 열었다면, 용준형과 카라는 아이돌 간의 첫 연애로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들 역시 데이트 현장 사진이 공개되면서 연애 사실이 드러났는데 “사귀는 게 맞으니까 인정한 것”이라는 명언까지 남겼다. 정식으로 사귄 지는 한 달, 데이트는 세 번밖에 하지 않았지만 연애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공식적인 커플이 된 셈이다.
팬덤에서의 향후 대처는 종현-신세경 커플과 비슷했지만 특히 팬들을 크게 반발하게 만든 일이 있었다. 당시 <디스패치>에 찍힌 이들의 데이트 현장 사진에서 용준형이 입고 있던 옷은 팬클럽이 유명 브랜드 크리스마스 에디션을 직접 구입해 전달한 선물이었던 것. 이를 본 팬덤 내에서는 “팬이 직접 골라서 사준 옷을 입고 마음 편하게 연애를 하고 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팬덤 내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것을 인식했는지 용준형과 구하라는 2년간 사귀면서 별다른 잡음 없이 2013년 조용히 열애를 마무리했다.
# 너무 티를 냈나…SNS는 인생의 낭비
앞선 두 커플이 매스컴을 통해 ‘어쩔 수 없이’ 연애를 인정하게 된 것이라면, 굳이 보도되지 않더라도 자신들이 ‘티를 내서’ 연애 사실이 발각된 경우도 있다. 팬덤 내에서 먼저 열애 사실을 눈치 채고 쉬쉬하거나, 반대로 아예 대놓고 비난하면서 결국 매스컴에서 이를 보도하게 된 것. 특히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가 발달하면서 이 같은 케이스는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2013년 11월 불거졌던 그룹 인피니트의 엘과 tvN 예능프로그램 <화성인 바이러스>에서 ‘초콜릿녀’로 출연했던 김도연의 연애가 그 실례다. 당시 인피니트 팬덤은 열애설이 공식 인정된 지 몇 달 전부터 이들의 열애를 눈치채고 있었다. 엘과 김도연이 싸이월드 미니홈피, 트위터 등을 통해 친한 친구 이상의 친분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증거에도 소속사인 울림엔터테인먼트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잡아떼면서 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아예 이들이 SNS상에서 연애 티를 냈던 모든 게시물을 모아 소속사의 앞에 들이밀기까지 했다. 연애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고 알음알음 공개했다는 이유로 김도연의 SNS가 순식간에 팬들의 폭격을 받기도 했다.
네티즌이 찾아낸 인피니트 엘과 김도연의 SNS 연애 증거. 김도연의 트위터 글 앞머리만 읽으면 ‘너 보고파 명수(엘의 본명)야’가 된다. 사진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이 때문에 결국 김도연이 “사귀는 것이 맞다”고 자신의 SNS를 통해 밝히면서 소속사와 엘 역시 마지못해 열애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그러나 인정하면서도 아티스트 보호를 위해 열애 사실을 공개하지 않으려 했다는 소속사의 해명은 팬덤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낳았다. 이제까지 엘이 자신의 SNS에서 팬들에게 보내는 멘트라고 생각했던 글들이 모두 연인을 향한 것이었다는 점을 두고 팬들이 엄청난 배신감을 느낀 것. 더욱이 ‘아티스트’를 보호하기 위해 열애 상대인 김도연을 악플 세례에 그대로 노출되게 한 소속사의 대처 역시 아쉬움을 남겼다.
이처럼 팬들에게 쉽게 열애 사실이 들킬 수 있는 만큼 SNS 이용에 신중을 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를 자랑하고 싶어하는 아이돌 멤버들도 있다.
2014년 소녀시대 태연과 엑소 백현의 열애는 <디스패치>의 현장 사진에 의해서 공개됐다. 그런데 이들이 열애설을 인정하기 전부터 자신들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서로의 애칭을 부르거나 서로와 비슷한 포즈로 찍은 사진을 연달아 올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연애를 했으면 했지 굳이 팬들과의 소통을 위한 SNS에 자신들만 아는 애칭과 사랑 이야기를 쓸 필요가 있느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결국 태연이 자신의 SNS를 통해 “인스타그램에 티나게 사진 올리면서 즐겼다, 팬들을 조롱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꼭 말씀드리고 싶었다. 절대 그런 의도가 아니었고 그런 목적이 아니었다”라며 팬클럽에 장문의 사과글을 올렸지만 팬덤의 반응은 생각보다 싸늘했다. 이처럼 팬들과의 소통이 좋아 개설했다는 SNS를 통해서까지 보여주고 싶었던 이들의 연애는 1년 만에 끝났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아이돌 연애 사실이 매스컴의 데이트 현장 포착보다 SNS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 먼저 알려지는 경우도 많다”라며 “그러다 보니 소속사는 연애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다가 보도되고 나서야 뒤늦게 허둥지둥하게 된다. 선배들의 부정적인 선례가 있는 만큼 아이돌들이 더 조심하길 바라지만 SNS까지 전부 관리할 수 없어 소속사로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여친 애칭을 팬 사인에…‘이건 아니잖아~’ 최근 삼촌팬, 이모팬들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아이돌을 향한 팬덤의 기조는 ‘양육’보다는 ‘유사 연애’다. “내 돈으로 내가 키우는 내 새끼”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상대방에게 애정을 쏟는 것”으로 아이돌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돌의 연애는 팬들에게 큰 배신감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연애를 하더라도 본업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팬들이 비난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본업보다 자신의 연애를 우선시하는 아이돌은 ‘직무태만’을 이유로 비난의 집중 사격 대상이 되기도 한다. 팬사인회에서 팬의 질문에 자신의 여자친구 애칭을 적은 블락비의 유권. 사진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슈퍼주니어의 성민 역시 연애와 결혼으로 팬들을 기만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14년 12월 13일 뮤지컬 배우 김사은과 결혼한 성민의 연애 사실은 팬덤 내에서 먼저 알려져 있었다. 당시 성민의 SNS에 “2014년은 입대를 앞둔 슈퍼주니어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인 만큼 (열애를) 티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글을 쓴 팬이 성민에 의해 SNS 접속을 차단당하기도 했다. 여기에 자신의 열애설이 공개적으로 불거지자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아라”는 글에 ‘좋아요’를 눌러 팬들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 팬들이 “중요한 시기인데 제발 연애 티는 그만 내고 결혼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으나 이때는 이미 자신의 블로그에 ‘한국 팬’이라는 단어를 금지어로 설정한 뒤였다. 이에 더해 결혼 공식 발표 전에 있던 팬 사인회에서는 팬에게 주는 사인에 자신의 여자친구 애칭인 ‘미미’를 뜻하는 ‘mi’를 적어 넣어 팬들을 더욱 분노하게 했다. 결혼 이후까지 이 같은 논란이 이어지자 슈퍼주니어 팬덤 내에서는 “자기 연애와 결혼에 눈이 멀어 본업을 무시하고 팬들을 기만했다”며 성민을 보이콧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본업을 잠시 망각했다가 논란에 휩싸인 경우도 있다. 최근 자신의 전 여자친구에게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락했다가 그 남자친구와 공개적으로 시비가 붙었던 비투비 민혁의 경우다. 지난 14일 새벽 민혁은 이와 관련해 자신의 팬카페에 장문의 해명글을 남겼다. 그의 주장은 “전 여자친구와 닮은 여성을 보고 안부가 궁금해 연락을 하게 됐을 뿐, 전 여자친구가 새로운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는 것이었다. 사건이 크게 불거지자 소속사인 큐브엔터테인먼트에서 “둘은 4개월 정도 교제를 했고 결별 후에도 가끔 안부를 물어왔다”고 공식입장을 내놓기까지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열애설이 아닌 전 여자친구에게 연락을 했다는 다소 민망한 이유로 소속사가 직접 공식입장을 내놓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전 여자친구 측은 “5년 전에 연락하다 몇 번 만났을 뿐 사귄다고 할 정도의 사이도 아니었다. 일반인인 저의 입장은 생각도 않은 채 옛 여친이라는 표현을 써서 저와 제 남친은 너무 어이없고 당황스럽다”라며 소속사의 공식 입장을 반박했다. 팬들로서는 좋아하는 아이돌이 현재 남자친구까지 있는 여성에게 연락을 했다는 이유로 망신을 당한 사실이 공개적으로 드러났고, 소속사가 거짓 해명을 한 것에 대해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이 여성의 반박에 대해서는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