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선 상황을 보도한 니혼게이자이신문.
5월 9일 대선이 코앞으로 바싹 다가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이웃나라 일본 역시 이 상황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국의 이익에 우호적인 후보가 누구인지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일본 매체들은 이번 선거가 “진보계의 문재인 후보와 중도성향의 안철수 후보가 벌이는 사실상의 맞대결”이라면서 “긴박한 한반도 정세 대응과 외교안보 정책, 청년들의 심각한 취업난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 매체 <산케이신문>은 최근,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대결을 ‘변호사 vs 기업가 인연의 대결’이란 제목으로 비중 있게 다뤘다. 먼저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1970년대 중반 경희대 재학 시절 박정희 정권에 반발하는 민주화운동으로 체포됐다. 1982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법률사무소를 설립해 인권변호사로서 전두환 정권에 반대하는 민주화운동에 나서기도 했다”면서 “좌파 성향인 문재인 후보의 원점은 이 같은 반권력(反権力)에 있다”고 덧붙였다.
문 후보의 선거운동 키워드는 적폐청산. 공정사회를 목표로 권력기관의 정상화 및 재벌개혁, 행정개혁 등을 호소한다. 이에 대해 <산케이신문>은 “문 후보는 친일과 독재로 이어져 내려온 가짜 보수 및 불공정한 구조와 관행을 싫어한다”며 “실현가능성이야 어찌됐든 새로운 대중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지향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선을 거의 이어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대외적으로 민감한 문제와 관련해 표현을 미묘하게 바꿔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반면,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2012년 ‘한국의 빌 게이츠’라 불리며 젊은층의 높은 지지를 받아 대선 출마를 표명했지만, 문재인과 야당 후보 단일화로 막판에 출마를 철회했다”고 소개하고 이로 인해 ‘우유부단하고 유약한 이미지’가 생겨났다”고 전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졌을 때 문 후보가 탄핵을 지지해 여론을 등에 업은 것과 달리, 안 후보는 탄핵시위와 거리를 둬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면서 “그런 와중에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선 출마를 포기할 것이다. 이번 대선은 나와 문재인 양자대결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산케이신문>은 “실제로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면서 ‘안스트라다무스(노스트라다무스+안철수)’라는 별명이 붙은 일화에 주목하기도 했다.
진보 성향의 <아사히신문>은 ‘격동의 한국 5·9대선’이라는 주제로 분석 기사를 실고 있다. 특히 4월 19일자 사설에서는 “한국은 지금 정치, 경제, 서민들의 삶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기로에 서 있다”고 전하며 “새로운 정치 지도자의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함”을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은 “주요 정책에서는 두 후보가 큰 차이가 없으나 지지기반이 문 후보는 젊은 층, 안 후보는 50대 이상으로 확연히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의 핵미사일과 관련해 미국-북한 간에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치러지는 대선이다. 한국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만큼 군사적 충돌 회피를 최우선시하고, 어떻게 북한의 폭동을 막을 것인지 두 후보가 확실한 구상을 밝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향후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아사히신문>은 “북한 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 현안 해소에는 일본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두 후보 모두 위안부 합의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두 나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나눈 약속이므로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상회담도 없이 끝난 박근혜 정권의 전반기와 같은 관계를 반복해선 안 된다”며, 자국 입장에서 바라본 의견을 내비쳤다.
비교적 보수적인 성향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연일 한국 대선 관련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먼저, 문 후보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성실하고 온화한 인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나치게 성실해 재미가 부족하다.” 덧붙여 “문 후보가 위안부 문제의 경우 2015년 말 한일양국 합의를 인정하지 않고 새로운 협상을 요구하는 반면, 북한에 대해선 유화 노선을 취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수와의 연계를 거부하는 문 후보의 강경 노선은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혁신 세력으로부터 기대를 모으는 원동력이 되나 지지발판을 확대할 수 없는 양날의 검이 될 우려도 있다”고 적었다.
안 후보에 대한 평가는 어땠을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안 후보를 “의사, 기업가 등 다채로운 얼굴의 소유자”로 언급하며 “정치적으로는 중도 성향이지만, 재벌개혁 등 경제정책에선 혁신에 가까운 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북 제재 강화를 주장한다. 사드배치도 한미 합의를 존중하는 입장이며, 한일 관계는 우호협력의지가 담긴 1998년 한일공동선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등 외교안보 정책에 있어 현실적인 노선을 내비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매체는 “안 후보 역시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합의에 부정적인 것”을 염려했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한일관계는 긴장상태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제적인 약속을 파기할 경우 신뢰관계가 구축되기 어렵다. 합의이행을 통해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첫걸음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TV <뉴스24>는 “이번 대선의 열쇠가 보수층의 선택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숨은 트럼프’ 유권자가 많았던 것을 예로 들며 “한국에서는 샤이 보수(여론조사에서 성향을 숨기는 보수 성향의 유권자)로 불린다. 보수 진영의 유력 후보가 부재인 가운데 보수층의 표가 선거전의 행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혁신과 중도 대결이라는 초유의 구도 속에서 결전의 막이 올랐다. 승부는 5월 9일 판가름 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고이케가 떠오르네” ‘안철수 포스터 전략’ 일본서도 화제 지난해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녹색바람을 일으킨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사진출처=고이케 홈페이지 16일 각 후보들의 선거 포스터가 공개됐다. 일본 매체들은 특히 안철수 후보 포스터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하버비즈니스>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안 후보는 두 팔을 번쩍 치켜든 채 허리 위부터 사진을 찍었다”면서 “안 후보의 포스터 전략이 눈에 띈다”고 보도했다. 또 “포스터 색상으로 전면 녹색을 차용. 기호와 이름을 위로 배치한 점도 파격적”이라고 덧붙였다. <하버비즈니스>는 “안 후보의 포스터를 보고 있자니, 지난해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녹색바람’을 일으켰던 고이케 유리코가 떠오른다”고 했다. 고이케 유리코는 선거전 당시 녹색을 자신의 상징 색깔로 삼아 이미지화는 전략을 펼친 것으로 유명하다. 유세 공보물을 온통 녹색으로 만들었고, 녹색 띠를 두르고 선거 구호를 외치는 등 이른바 녹색바람을 일으켜 일본에서 처음으로 여성 도쿄도지사가 됐다.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