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머티즘 관절염이나 아토피 피부염 등 이런 저런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단 하루만이라도 통증에서 해방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제아무리 유명한 치료약을 복용해보거나 민간요법을 동원해봤는 데도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더더욱 애가 탈 터. 최근 독일 시사주간 <슈테른>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 곳곳에서 주목받고 있는 획기적인 통증 치료법을 하나 소개했다. 이른바 ‘전신냉동치료법(GKKT)’이다. 이는 어마무시한 온도로 설정된 영하 100~150도의 냉동방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일종의 충격 요법에 해당된다. 생각만 해도 온몸이 얼어붙을 것 같은 이 냉동방에서는 그야말로 모든 것이 순간 정지된다. 심지어 통증까지 얼어붙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치료 목적으로 일부 병원에서 실시되던 이 냉동요법은 최근 들어서는 운동 선수의 피로 회복이나 실력 향상을 위해서, 혹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효과는 얼마나 있을까. <슈테른>이 보도한 냉동요법을 소개해본다.
유럽에서 획기적인 통증 치료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전신냉동치료법. 영하 110도의 치료실에서 3분간 견뎌야 한다.
독일 뮌헨에 위치한 노이텔스바흐 병원의 물리치료실. 마르틴 빌름스(42)는 오늘도 자전거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다. 일주일에 두 번 병원을 찾고 있는 그의 목적은 단 하나, 바로 영하 110도의 냉동치료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물론 북극 체험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래도록 시달려왔던 류머티즘 관절염에서 조금이나마 해방되기 위해서다.
특히 왼쪽 무릎의 고질적인 통증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그는 이미 손상된 연골을 대체하는 부분 보철물로 어느 정도 통증을 완화시켰다. 하지만 이대로 뒀다간 수술을 피할 수 없다는 담당의사의 말을 듣고 가능한 다른 해법을 찾고자 노력했다. 장기간 복용해온 진통제가 물론 해법은 아니었다. 대신 그가 선택한 것은 전신냉동치료법, 더 정확히 말하면 냉동충격요법이었다.
냉동치료실에 들어가기 전에는 먼저 사전 준비를 꼼꼼히 해야 한다. 이에 가장 먼저 빌름스는 결혼반지를 뺐다. 극한의 냉동치료실 안에서는 반지의 금속 물질이 손가락에 달라붙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운동화를 신은 다음 양털 장갑과 털모자를 쓰고는 양털 숄로 몸을 감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우스피스를 착용한 후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면 모든 준비가 완료된다.
냉동치료실에 들어가는 인원은 한 번에 서너 명 정도. 준비를 마친 환자들은 먼저 ‘좀 더 따뜻한 방’인 영하 60도의 방부터 시작한다. 그런 다음 20초가 지나면 다음 방인 영하 110도의 방으로 옮긴다. 물리치료사가 확성기를 통해 30초마다 경과 시간을 알려주고, 환자들은 이 상태로 냉동치료실 안에서 최대 3분을 버텨야 한다.
냉동치료실 안에서는 환자들의 인내심을 북돋기 위한 퀸의 ‘돈 스탑 미 나우(Don’t stop me now)’가 흘러나온다. 빌름스는 뿌연 증기로 가득찬 살인적인 추위가 느껴지는 방안에서 손가락을 움직여 무릎을 주물렀다. 또한 목뼈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일제 루프라는 여성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몸을 움직였고, 원인 불명의 자가면역질화인 ‘쇼그렌 증후군’을 앓고 있는 베른홀트 베일이라는 남성은 그 자리에 서서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럼 과연 효과는 있을까. 냉동치료실에서 나온 사람들은 저마다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까지 100번 넘게 냉동치료요법을 받았다고 말하는 베일은 냉동치료실에서 나온 직후에는 몸을 훨씬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만성적으로 목, 팔, 손가락, 발가락 등의 관절통을 앓고 있는 베일은 “냉동치료실에 들어가는 것을 내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추위가 종아리뼈와 근육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방에서 뛰쳐나갈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목뼈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루프는 냉동치료를 받은 지 며칠 되지 않은 까닭에 아직은 냉동치료실이 오싹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으시시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들어갈 때마다 점점 더 추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신냉동치료법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것이 사실. 단, 통증을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질병을 완전히 치료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노이텔스바흐 병원의 류머티즘내과 및 물리치료학과장인 헤르베르트 켈너 교수는 “장기간에 걸쳐서 꾸준히 치료를 받을 경우, 지속적으로 통증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어떤 환자의 경우에는 복용하는 진통제의 양을 줄였으며, 이런 효과가 몇 개월 동안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빌름스 역시 1회 치료 후 지속적인 효과를 본 덕분에 외래 환자로 켈너 교수를 찾고 있다.
또한 켈너 교수는 냉동치료의 원리에 대해서 “극단적인 추위를 통해 이른바 변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켈너 교수는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만일 두통이 심한 상태에서 망치로 손가락을 내리칠 경우, 추가 통증을 유발하는 셈이 된다. 따라서 팔, 다리, 목의 피부와 근육에서는 부분적으로 통증을 못 느끼게 된다. 통증을 처리하는 뇌의 부위에 두 가지 통증 자극이 동시에 전달되면서 부분적으로 서로 통증이 차단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노이텔스바흐 병원의 치료비는 1회에 약 10유로(약 1만 2000원). 효과에 대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특히 류머티즘 관절염 외에도 만성적으로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환자들도 많이 찾고 있다. 이를테면 다발성 경화증 환자나 마른 버짐이나 아토피 환자들도 병원을 찾아 기꺼이 냉혹한 추위에 몸을 맡기고 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이런 극한의 치료법은 80년대 초반 일본에서 시작됐다고 <슈테른>은 말했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에 몸을 담갔다가 뜨거운 온천물로 목욕을 하는 식의 치료법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는 신체를 극도의 온도 변화에 노출시킴으로써 자가치료를 촉진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가운데서도 전신냉동치료법처럼 만큼 극단적인 것은 없다. 지구상에서 아무리 겨울이 추운 지방이라고 해도 영하 100도인 곳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꼭 질병 치료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가령 운동선수들이 그렇다. 강도 높은 훈련 후에 근육 손상을 막기 위해서, 혹은 경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혹한 속에서 몸이 충격을 받으면 아드레날린과 같은 호르몬 분비가 촉진되는데, 이것이 마치 흥분제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FC 바이에른 소속이자 독일 축구국가대표팀 골키퍼인 마누엘 노이어도 한때 냉동치료실을 이용했었다. 노이텔스바흐 병원의 물리치료실 벽에는 병원 의료진들과 노이어가 함께 촬영한 기념사진이 걸려 있다.
뮌헨의 ‘크라이오사이저 스튜디오’는 냉동치료법을 이용한 건강센터로 ‘3분 만에 건강하게 살이 빠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냉동치료법을 이용한 건강센터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이곳에서는 처방전이 없어도 누구나 돈만 내면 냉동치료실을 이용할 수 있다. 단, 심장질환, 폐질환, 혈관질환이 없는 경우에 한해서며, 고혈압 환자의 경우에도 이용할 수 없다.
가령 뮌헨의 ‘크라이오사이저(CRYOSIZER) 스튜디오’가 그런 곳이다. 이곳은 특히 ‘3분 만에 건강하게 살이 빠진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요컨대 3분 동안 영하 150도에서 몸을 얼리면 두 시간 동안의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별히 운동을 하지 않고도 살을 뺄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곳은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다. 몸매를 탄탄하게 하기 위해서, 허리살을 빼기 위해서, 빠른 시간 안에 원기를 되찾기 위해서, 심신을 단련하거나 건강해지기 위해서 등등 이유는 다양하다.
대부분의 회원들의 경우 일주일에 1~2회 방문하며, 나무통처럼 생긴 작은 방에 들어가서 머리만 내민 채 영하 150를 체험한다. 온도는 -42도, -84도, -119, -144도를 거쳐 최대 -150도까지 순차적으로 내려간다.
이곳을 주기적으로 찾고 있는 미하엘라 후믈(32)은 “영하 120도까지는 못 견딜 정도로 춥다. 하지만 그 후로는 오히려 편안해진다. 얼어죽을 것 같은 기분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통 안에서 나오면 온몸이 따끔거릴 정도로 얼얼하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 마치 매서운 겨울날 외출했다가 따뜻한 집에 들어왔을 때처럼 말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스튜디오를 찾았다고 말하는 후믈은 허리 사이즈가 2~3cm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또한 근육통과 경련이 줄어들었으며, 기분도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후믈은 “살을 빼는 데 있어서는 냉동방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스포츠센터에 가서 운동을 하거나 조깅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는 운동을 같이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엄밀히 말하면 3분 동안 몸이 얼어버리는 과정에서 칼로리가 소모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밖에 나왔을 때, 즉 ‘해동’이 될 때 칼로리가 더 많이 소모된다. 이때는 체온을 올리기 위해서 대사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중 감량 효과에 대해서도 아직은 명확하게 입증된 바는 없다. 켈너 교수는 “과체중 환자들이 주기적으로 많이 찾아오긴 하지만 뚜렷한 체중 감량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어쩌면 이 모든 것은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 효과가 있든 없든 환자 본인이 그렇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최근 냉동방을 이용했던 빌름스는 “2~3주 동안 냉동방에 들어가지 않으면 무릎에 통증이 느껴진다. 냉동치료를 받았으니 이제 당분간 통증 없이 지낼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그런가 하면 루프는 처음 냉동방에서 나왔을 때의 놀라운 느낌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목에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