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경도해양관광단지 조성사업 조감도.
여수 경도의 연륙교 설치를 둘러싼 혈세 논란은 지난해 10월 이낙연 전남지사가 도정 질의 답변에서 연륙교 건설 사업비를 여수시와 전남도, 중앙정부가 분담하는 방안을 조만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러자 이는 경도의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편입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자칫 정부 지원을 못 받을 수 있는 데다 전액 민간사업자의 부담으로 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남도, 전남개발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미래에셋 금융그룹 컨소시엄을 경도 해양관광단지 조성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후 본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미래에셋 측은 연륙교 건설과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편입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620억 원 정도가 투입되는 편도 2차선, 총연장 1.9㎞의 연륙교 및 접속도로 건설이다. 연륙교 및 접속도로가 국도, 지방도 등이 아닌 여수시가 관리하는 도로여서 국비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재정 형편이 열악한 여수시, 전남도가 시민이나 도민에게 써야 할 예산을 민간사업 대상지의 기반시설에 쏟아 붓는 것에 대한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사업을 통해 수혜를 보는 민간사업자가 사업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수시와 전남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비를 받으려면 경제자유구역 내에 편입시켜야 한다. 조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라도 편입은 불가피하다. 다행히도 경도의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편입 문제는 최근 정부가 규제 완화 등 측면 지원에 나서기로 하면서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14일 전남도 요청에 따라 개발지를 포함한 경도 일대(212만 7000㎡)를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으로 새로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에 지정되면 외국인 투자기업은 취득세 전액 면제, 개발 부담금 감면, 경도~내륙 간 연륙교 건설 같은 기반시설 국비 지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이를 둘러싼 논란이 완전히 불식된 것은 아니다. 전남도와 여수시는 경도와 돌산을 연결하는 연륙교 건설에 필요한 620억 원 중 상당 액수를 도비, 시비로 충당할 계획이어서 특혜시비 소지는 여전히 남는다. 계약당사자들은 협상과정에서 경도의 경제자유구역 편입을 전제로 연륙교 예상 건설비 620억 원 가운데 50%를 국가가, 30%를 전남도와 여수시가, 20%를 미래에셋이 부담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경도해양관광단지 투자협약식 모습.
이낙연 지사도 이를 뒷받침하는 분위기다. 이 지사는 지난해 10월 6일 도정 질의 답변에서 여수 경도사업과 관련 “연륙교 건설은 미래에셋이 원하고 있는데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며 “주변 주민 접근 편의, 안전 대피로 확보, (투자자의) 리조트 고급화 등에 다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620억 원에 대한) 예산 확충계획을 수립해 여수시, 전남도가 중앙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지방비가 투입되는 연륙교 건설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이다.
이에 민자유치도 좋지만 혈세를 들여 다리까지 놔줘야 하냐는 비판이 나온다. 경도가 경제구역에 편입돼 국비 지원을 받더라도 30%에 해당하는 금액은 전남도와 여수시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물가상승분 등을 제외한 것으로 부담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지방비 부담분 전액을 민자사업자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남도의회는 “연륙교 설치비가 증가할 수 있는데다 미래에셋이 연륙교로 인한 지가 상승과 접근성 증가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과 지역 경제계는 전남도의 연륙교 건설 지원 방침을 두고 일어난 특혜논란을 반박했다. 미래에셋 측은 “연륙교 건설사업은 미래에셋 컨소시엄이 경도 개발 입찰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입찰제안서에 반영한 내용으로 우선 협상대상자 지정 후 별도의 특혜를 요구한 사안이 아니다”고 연륙교 특혜 주장에 선을 그었다. 연륙교 건설 지원이 있으면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내용을 제안서에 반영했으며 매각자인 전남개발공사에서 이를 수용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박용하 여수상공회의소 회장도 지난 4일 광주전남연구원에서 열린 ‘전라남도 경제단체 대선공약 공동 기자회견’ 자리에서 “일반적으로 18홀 골프장에 1500억 원 이상 투자되면 사업성이 없는 데 전남개발공사가 경도 골프장 등을 과잉투자하는 바람에, 팔려고 해도 매수자가 없어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다행히 미래에셋이 긴 안목을 내다보고 인수해서 1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며 “특혜라는 지적이 나올 수 없는 성격의 사업”이라고 작심 발언했다.
여수시 경도 전경 항공촬영. 사진제공=여수시
여수 경도 ‘투자협약 계약서’ 공개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계약서’ 완전 공개에서 한발짝 물러나서 열람을 주장한 전남도의회 요구를 전남도와 전남개발공사가 전격 수용했지만 시민단체가 여전히 ‘계약서 전면 공개’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도의회는 지난 2월 22일 협약 당사자인 전남도와 전남개발공사, 미래에셋이 작성한 1조 원 규모의 경도 개발안내서, 기업제안서, 계약서 등을 의장단 입회 아래 열람했다. 도의회는 당초 계약서 전면 공개를 요구했으나 계약당사자들이 ‘비밀유지 조항’을 내세워 공개를 꺼리자 ‘의장단 입회 아래 열람’을 수용했다. 도의회는 열람을 통해 그동안 논란이 됐던 여수~경도 연륙교 지원 조항, 투자기간 등을 꼼꼼히 살폈다.
이날 열람에 참여했던 김연일(더민주·영암2) 도의회 경제관광문화위원장은 “석연치 않고 아쉬운 점이 많지만 이미 계약이 이뤄져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면서 “도비가 추가 투입되거나 손실이 있을 경우 전남도와 전남개발공사에서 민·형사상 책임을 지기로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여전히 계약서 전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1조 원대 투자유치는 환영하지만 아직도 계약내용이 비밀로 묻혀있는 F1국제자동차경주대회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반드시 계약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대희 전남시민단체연석회의 운영위원장은 “전남개발공사 적자 때문에 노른자위 경도를 매각했다”면서 “도민 혈세가 들어가기 때문에 계약서를 전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계약서 공개에 필요한 행정정보공개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전남개발공사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별도 대응방안을 고민해 봐야겠다”고 설명했다.
여수 경도는 애초 전남개발공사가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3576억 원을 들여 216만 8894.5㎡의 면적에 골프장(25홀)과 콘도(100실), 기업연수부지, 상업용지 등을 조성했다. 이를 미래에셋이 3423억 원에 일괄 매입하는 등 5년간 최소 1조 883억 원에서 1조 2000억 원을 투자해 아시아 최고의 명품 복합리조트를 건설할 방침이다. 중국자본도 투자 의향을 밝혔지만 전남도가 개발 지연이나 난개발, 또는 정치적 리스크 등을 우려해 미래에셋을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한 바 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