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원인이 있다. 인터페이스 측면에서는 ‘터치’가 마우스와 키보드의 생산성을 따라잡지 못하고, 10인치 미만의 작은 화면도 장시간 업무를 하기에는 눈이 아프다.
노트북을 쓰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덱스만을 활용해 기사를 작성하고 송고해봤다. 사진=이세윤 디자이너
이러한 한계를 극복한 액세서리가 바로 삼성 ‘덱스’다. 덱스는 ‘갤럭시S8’에 화면이 큰 모니터와 마우스, 키보드를 연결할 수 있도록 해주는 보조장치다. 여기에 유선 인터넷 케이블(이더넷) 연결이 가능해 데이터 걱정까지 덜어냈다.
일부에서는 덱스가 보급형 사무용 PC를 대체할 만한 잠재력을 가졌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과연 이러한 평가는 사실일까. 덱스를 사용해 지금 독자들이 보고 있는 이 기사를 작성한 다음 송고해봤다.
# 텍스트 작성
온라인 미디어에서 기사를 만드는 큰 요소는 텍스트 작성과 이미지 편집이다. 직접 기자가 텍스트와 이미지를 적절하게 배열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추천하는 텍스트 작성 프로그램은 역시 MS워드다. 지난해부터 오피스365는 안드로이드OS에서 부분유료화로 제공되고 있다. 기본적인 텍스트 작성이나 편집은 무료고, 고급 편집 기능 및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돈을 지불하도록 돼 있다.
MS 오피스는 안드로이드OS에서 기본 기능에 한해 무료로 쓸 수 있지만, 덱스에서는 예외다. 사진=덱스 스크린샷
그런데 덱스에서 워드를 실행해보니 매월 8900원(퍼스널 기준)을 내는 멤버십에 무조건 가입해야 했다. 결제하지 않으면 간단한 글쓰기도 불가능하고, 읽기 전용으로만 작동한다. 덱스와 연결을 해제하고 갤럭시S8에서 앱을 실행하면 다시 기능이 살아난다.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역시 동일하다.
유료 결제가 부담스러운 사용자를 위해 워드를 대체할 다른 글쓰기 앱을 찾아봤다. 한컴오피스, 폴라리스오피스도 좋은 앱이지만 단순 텍스트 작업을 하기에는 좀 무겁게 느껴졌고, 기능 역시 제한적이었다. 온전히 기사 작성에 집중할 수 있었던 앱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에버노트’, 다른 하나는 ‘구글 문서(Google Docs)’다. 두 앱 모두 타이핑 시 지연현상 없이 빠르게 따라오는 가벼움을 보였다. 그 중 최종적으로 낙점한 앱은 맞춤법 검사 기능이 있는 구글 문서다.
간단한 텍스트 입력만 요구하는 기사 쓰기에 있어서는 구글 문서나 에버노트로 충분하지만, 실제 각종 양식을 필요로 하는 업무용으로는 결국 MS오피스 이외에는 사실상 대안이 없다. 그럼에도 덱스에서는 기본 기능에서조차 무조건 결제를 요구하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 이미지 편집
텍스트를 모두 쓰고 나면 그 다음은 이미지를 찾아 편집해야 한다. 이 기사에는 덱스 화면이 필요했다. 우측 하단에 스크린샷 찍는 버튼이 있어 매우 손쉽게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앱마다 기능과 장단점이 조금씩 다르다보니 여러 개를 조합하면 포토샵 못지않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사진=덱스 스크린샷
이렇게 얻은 이미지를 기사에 맞게 크기를 조절해야 한다. 역시 몇 가지 앱이 있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앱은 ‘포토에디터MG(Photo Editor MG)’다. 사진을 자르고 보정하고 원하는 크기로 줄이는 모든 작업을 매우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이 앱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세로화면밖에 지원하지 않고 화면 창의 크기가 고정돼 있다는 점이다. 즉, 사진을 크게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었다. 이 부분은 덱스 전체를 관통하는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반면 ‘어도비 포토샵 라이트룸’은 화면을 크게 만들거나 전체 화면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사진 작업자가 필요한 정확한 크기의 픽셀 수를 입력할 수 없다. 기사를 작성할 때는 사전에 약속된 사진 크기를 써야 하는데, 그걸 도저히 맞출 수 없었다. 다행히 안드로이드OS에는 수많은 사진 앱이 있다. 보다 완벽한 이미지 편집을 위해서는 사용자의 목적과 용도에 맞게 조합해서 사용하는 방법 밖에는 없어 보인다.
# 인터넷 & 쇼핑 & 뱅킹
기사를 작성하고 이미지를 준비하고 나면 이제 기사 입력기를 통해 송고하는 일만 남는다. ‘비즈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언론사들은 웹 기반의 온라인 송고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에 크롬과 호환되는 웹브라우저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기사를 보낼 수 있다. 기사 송고 시스템 자체가 보통 크롬에 최적화되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크롬과 갤럭시S8 기본 브라우저인 ‘삼성 인터넷’ 모두 무리 없이 기사를 송고할 수 있었다.
그런데 기사 작성 전 자료 검색을 위해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일부 웹사이트는 덱스에서 접속한 화면을 PC화면이 아닌 모바일 화면으로 먼저 인식한다는 사실이다. 접속한 기기가 갤럭시S8이니까 당연한 결과지만, 의외로 불편했다. 특히 PC화면 보기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웹사이트는 큰 모니터로 계속 모바일 화면을 볼 수밖에 없었다.
이 점만 빼면 인터넷 서핑은 PC와 거의 비슷한 느낌으로 즐길 수 있었다. 물론 익스플로러가 아닌 만큼 액티브X도 사용 불가능하고 정부 및 공공기관 웹사이트 접속도 제약이 많다. 그렇지만 웹 세상이 빠르게 모바일 환경으로 변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 할 앱도 많아서 큰 불편함은 없어 보인다.
특히 온라인 쇼핑이나 은행 업무 등은 앱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간편하다. 단, 앱을 사용할 경우 보안 문제로 인해 대부분 단계에서 키보드를 사용할 수 없다. 화면을 터치하는 느낌으로 마우스 커서를 사용해 하나씩 클릭해야 한다. 국세청과 같은 공공기관과 은행 웹사이트에 자주 방문해 업무를 보는 사람이라면 PC보다 좀 더 불편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 총평
덱스는 안드로이드OS지만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마치 새로운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느낌을 준다. 특히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단 한번의 오류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반응속도 역시 PC처럼 ‘빠릿’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사용하는데 느리거나 답답한 느낌도 없었다.
과연 덱스를 통해 갤럭시S8이 PC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부족한 점은 많지만 잠재력은 충분해 보인다. 일단 최적화된 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인터페이스에 대한 연구도 좀 더 필요하다. 그럼에도 마우스와 키보드 인터페이스를 바탕으로 안드로이드OS가 가진 풍부한 앱 생태계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가 꾸준히 덱스를 발전시켜 나갔으면 하는 가장 큰 이유다.
봉성창 비즈한국 기자 bong@bizhankook.com
※이 기사는 축약본으로, 비즈한국 홈페이지(PC 대체? 갤럭시S8 ‘덱스’ 실전 업무 활용기)에 가시면 더욱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