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모양의 자연호수 릭 호수. 인도 국경과 가까운 곳이다.
이곳을 가려면 양곤에서 중부 평야를 거쳐 우선 친주(Chin State)의 관문인 깔리까지 가야 합니다. 다시 차를 바꾸고 길을 떠나 띠딤을 거쳐 릭 마을로 가야 합니다. 가파른 북부 산길을 오르내리는 여행입니다. 릭 호수는 둘레가 4.8km, 깊은 곳이 약 18m가 되는 고요하고 어여쁜 호수입니다. 하지만 전설은 한 계모가 어린 자매를 잔인하게 죽이며 시작됩니다. 이 어린 영혼들이 안전한 곳을 찾고 찾아 호수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인지 인도 미조람(Mizoram)의 조상들은 ‘모든 영혼은 이 호수를 통과해야만 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국경이 갈라지고 말았습니다.
이 지역은 미얀마와 인도를 사이에 두고 티아우짜우 강(Tiau Zaw River)이 흐릅니다. 호수마을에서 20분 거리에 국경 검문소가 있습니다. 다리를 건너면 인도 미조람 마을입니다. 미얀마 상인들이 트럭이나 오토바이로 건너갑니다. 인도 구역에서 10루피, 우리 돈 150원 정도의 통행세를 내고 통과합니다. 공식적인 무역지대는 아니지만 수십 년 전부터 오가던 관행입니다. 미얀마 상인들은 농산물, 과일, 옥을 팔아서 금과 옷과 신발 등을 사가지고 옵니다. 물물교환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북쪽의 척박한 오지 부족들은 인도를 오가며 그들만의 삶을 살았습니다.
미얀마 북쪽 친 주의 국경 검문소. 상인들이 다리를 건너 10루피를 내고 인도로 들어간다.
그들이 만든 독특한 문화는 아직도 오지 구석구석에 남아 있습니다. 아내의 얼굴에 문신을 하는 부족도 있습니다. 결혼을 하고 나서 다른 이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칼로 저미듯 얼굴을 흉칙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강을 두고 갈라진 인도 미조람 사람들은 강 건너 미얀마 사람들과 비슷한 생김새입니다. 언어와 생활풍습이 비슷한 마을도 있습니다. 그들은 같은 조상일 거라고 서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경 아닌 국경을 오가며 인정을 베풀며 산 것입니다. 미얀마 왕국과 식민시대와 독립과 군부정치의 파노라마 속에서도 산중에 칩거하며 또 다른 삶을 살았습니다. 가깝게 사는 부족끼리도 말과 표기도 완전히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척박하고 시간이 멈춘 땅. 이 지역에 한때 유태인들이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1차대전이 한창이던 시기, 세계 곳곳의 ‘유태인 학살’을 피해 이곳까지 온 사람들입니다. 릭 호수의 전설처럼 안전한 곳을 찾고 찾다 이곳으로 온 것일까요. 인도를 거쳐 험난한 골짜기로 온 유럽인들의 이야기는 그 후의 소식을 알진 못합니다. 그들의 짧은 삶의 기록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이곳에 100년 전에 미국과 유럽 선교사들이 들어오면서 많은 변화가 찾아들었습니다. 골짜기마다 교회, 성당이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군부정치의 그늘에서 인종탄압과 종교의 박해가 이어졌습니다. 가장 많은 난민이 발생한 지역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이 지역에서 이 나라의 부통령도 나왔습니다. 학교와 병원도 곳곳에 세워지고 있습니다. 공항도 만들 계획입니다. 오늘 릭 호수에는 끔찍한 옛 전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곳 청년들이 데이트를 나왔습니다. 그들이 바라보는 하트 모양의 호수. 이젠 잔잔하고 깊은 사랑을 꿈꾸는 호수로 남게 될 것입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