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측이 제공한 사고 당시 유세 차량 사진. 차체보다 길게 제작된 선거 유세 구조물때문에 방향지시등이 보이지 않는다.
공개 영상에는 사건 담당 경찰이 유세 차량 블랙박스 기록을 유족에게 설명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영상에서 경찰은 유세 차량이 무리한 차선변경으로 사고를 일으켰다고 설명하고 있다. 영상엔 언덕을 올라와 우합류도로에서 2차로로 진입한 유세차가 곧바로 1차로까지 진입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1차로를 달리던 오토바이가 유세차 뒷부분과 충돌해 사고가 발생했다. 통상 2차로로 진입한 차량은 속도를 내다 1차로로 진입해야 하지만 느린 속도로 한 번에 1차로까지 차선변경을 하다 사고가 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족이 공개한 유세 차량 사진에는 방향지시등이 보이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유세를 위한 구조물이 차체보다 길게 제작돼 방향지시등을 가린 것이다. 유족들은 유세 차량이 다소 무리하게 차선 변경을 한 데다 방향지시등마저 보이지 않아 오토바이 운전자가 대처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캠프 측 관계자는 “업체에서는 저렇게 제작해도 방향지시등이 보인다고 캠프에 보고했다”면서 “당에서는 유세 차량을 제작할 때 도로교통법상 문제가 없도록 해달라고 분명하게 요구했다. 차량 계약서에도 납품한 차량이 자동차 관리법 등 관계법령에 저촉될 경우 전적으로 제작회사에 책임이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고 말했다.
유세 차량 제작사 측은 “유세 차량 제작과 관련해 따로 규정이 없다. 이 유세 차량은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는 차량”이라고 해명했다. 방향지시등이 따로 달려 있는 유세차량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제작사 측은 “유세 차량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방향지시등이 따로 달려 있는 유세 차량도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문재인 후보 캠프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 캠프에도 동일한 차량이 납품됐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경찰의 수사 의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경찰이 사망한 운전자 오토바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해야 한다면서 보존을 결정했지만 유세 차량 해체는 허가했기 때문이다. 경찰 측은 “유력 대선 주자와 관련된 사건이라고 해서 편파적인 수사를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면서 “똑같이 개조된 다른 유세 차량이 있기 때문에 수사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유족 측은 강제조문 논란에 대해서도 억울한 점이 많다고 했다. 유족 측 관계자는 “문재인 캠프에서 조문 가능 여부를 타진해와 분명하게 거절했다. 그런데 문 후보가 막무가내로 빈소로 찾아왔다. 문 후보 측은 아버지가 허락했다고 해명했지만 사실이 아니다. 아버지가 일단 찾아왔으니 만나보자고 해 만남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 측은 당시 조문 요청을 거절한 통화 녹취록도 최초로 공개했다. 유족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문 후보 조문을 원하지 않으며 개인정보도 보호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유족 측 관계자는 “당시 아버지가 허락했는데 일부 유족이 반발한 것이라는 문 후보 측 주장만 보도되면서 유족들은 손님을 불러놓고 문전박대한 사람들로 왜곡됐다. 조문을 허락해놓고 찾아온 문 후보에게 그렇게 화를 냈으면 우리가 이상한 사람이다. 조문을 거절했는데도 강제로 찾아와 화가 났던 것이다. 너무나 억울했는데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면서 “문 후보가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조문 이후에는 연락 한 번 없었다. 결국 유족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 문 후보 조문으로 유족들의 상처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또 유족 측은 문 후보 지지자들 악성댓글로 정신적인 고통까지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유족 측 관계자는 “우리는 정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다. 다만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밝히자는 것뿐”이라며 “우리가 자꾸 문제제기를 하니까 세월호처럼 보상금 많이 받으려고 그러느냐는 댓글까지 있더라. 너무 괴롭다. 무조건 문 후보 편을 들며 집요하게 악성댓글을 다는 지지자들 때문에 아주 지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사고 차량은 선대위에 납품되기 전 이동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캠프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선거 때라고 해서 법적으로 책임이 없는 부분까지 책임질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강제조문 논란과 관련해서는 “유족 측이 어떤 주장을 하든 대응을 안 하려고 한다. 유족과 진실공방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다만 당시 문 후보가 유족들과 만나 40분 정도 대화를 나누면서 진심으로 위로한 것만큼은 사실이다”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전직 의원은 “유세차는 후보의 얼굴이다. 나도 선거를 할 때 유세차 운전자에게 안전운전과 양보운전을 수십 번씩 부탁했다”면서 “당시에는 책임을 다하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는 법적으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문 후보 측의 태도는 이중적”이라고 비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