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관세청이 롯데면세점 감싸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 회장의 뇌물죄가 확정되면 잠실면세점의 특허권에 대한 취소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26일 밝혔다. 다만, 법원의 최종 판결만으로는 특허 취소를 결정할 수는 없으며, 뇌물죄가 성립되더라도 관세법 위반 유무에 따라 특허권 취소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과 특검 수사 결과 신동빈 회장은 지난 17일 박 전 대통령에 ‘잠실면세점 특허’를 바라고 뇌물 70억 원을 공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신 회장에 대한 공소장에는 지난해 3월 11일 신 회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만나 잠실면세점 특허 탈락(2015년 11월)을 언급하며, 서울 면세점 신규 특허를 추진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후 3일 뒤에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해 ‘서울 면세점 추가 특허 발급’이 결정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한, 신 회장은 안 전 수석에게 월드타워 면세점 영업 연장 및 신규 특허 부여, 법률 개정을 통해 특허제에서 신청제로 면세점 제도 개선을 요청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관세청은 서울면세점 입찰을 잠정 중단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요구를 무시하고 입찰을 강행한 바 있다.
당시 관세청은 의혹을 받는 업체가 심사에서 사업자로 선정되더라도 관세법 상 특허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거짓·부정한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판정되면 특허를 취소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 면세점 입찰 롯데면세점이 면세사업권자로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알려지자 관세청의 롯데 감싸기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관세청은 4월 29일 특허심사위원회를 열어 오후 5~6시 경 사업자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천공항공사가 사업권별로 복수사업자를 선정한 결과, DF1(향수·화장품 판매구역)과 DF2(주류·담배·포장식품) 구역 두 곳 모두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DF1 구역 입찰에서는 신라와 롯데 순으로 많은 임대료를 적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DF2 구역에서는 롯데에 이어 신세계가 많은 금액을 제시했다.
관세청은 공항공사의 업체 선정 반영률을 50%로 이미 양 기관이 협의했기 때문에 결격 사유가 없는 한 롯데가 최종 계약자로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 업체가 여러 구역을 동시에 낙찰 받지 못함에도 두 구역을 신청한 롯데에 대한 관세청의 봐주기 심사가 아니냐는 의심마저 제기되는 분위기다.
한편, 관세청은 면세점 특허권을 둘러싸고 국회 국정감사에 단골로 오르내리는 등 각종 특혜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3월 정부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공정거래법」에 따른 부당한 지위 남용행위를 하는 경우 5년간 신규 추가특허에 대한 신청을 배제시킨다는 내용의 ‘면세점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막상 5월 8개 면세점이 공정위 시정명령을 받아 6월 면세점 신청 공고에 신청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관세청은 부랴부랴 이들 업체들에 대한 면죄부를 만들어 비난을 받았다.
롯데 면세점 사업장 모습. 연합뉴스
관세청은 면세점 특허신청 공고의 심사기준 등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면세점 제도개선 방안」 중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신청배제’와 관련된 내용 자체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또한, 관세청은 시행령에 시장지배적 사업자 관련 조항을 추가하고 그에 근거하여 평가기준을 만들어 정부가 3월에 발표한 「면세점 제도 개선방안」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관세청은 「면세점 제도 개선방안」내용을 충분히 시행하기도 전에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 발급을 결정하고 공고까지 ‘속전속결’식으로 강행했다.
관세청 등 정부기관이 나서 대기업 면세점 특혜에 관련되었다는 의혹 속에 환율을 담합 등 위법을 저지른 8개 면세점은 서울 등에 추가 면세점을 신청할 수 있고, 또 선정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급기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로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도 면세점 특혜 관련 뇌물죄에 직접 연루된 신동빈 롯데 회장에 대한 관세청의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해 면세점 특혜 의혹에 대한 잡음은 끊이질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과 롯데를 바라보는 의심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은 형국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