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스타는 중국 타이어시장에서 자국 기업이라는 강점을 안고 소비자 친화정책에 나서고 있으며 금호타이어에도 똑같은 서비스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더블스타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중국 시장에서 인정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더블스타의 서비스인 24시간 무료 콜센터나 즉시 출동 서비스를 금호타이어에 도입하면 소비자의 불만을 해소해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금호타이어의 명성을 빠른 속도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더블스타는 대대적인 투자도 예고했다. 앞의 더블스타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인수 후 중국에서 차지하고 있는 더블스타의 위상과 업계 영향력, 강점 등을 최대 활용하고 기업 구조전환과 스마트제조 시스템에 대한 경험을 금호타이어와 공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더블스타 인더스트리4.0 공장 전경. 사진제공=더블스타
한편 중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타이어업체들은 최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긴장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3월 4일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산업별 영향 검토>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면세, 호텔, 타이어 등은 중국 내 매출 비중이 큰 소비재 산업으로 금번 사태가 확대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현대자동차의 판매 감소 및 중국 로컬업체와의 거래 안정성 하락 등이 타이어업체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현대자동차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조 2508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6.8% 하락했다.
더블스타의 청사진대로 금호타이어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사드 문제가 장기화되면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 등 우리나라 타이어업체들의 중국 시장 점유율 하락은 불가피하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사드나 금호타이어에 대한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면서도 “매출에서 중국의 비중이 크게 높지 않아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책이 나온 건 없다”고 전했다. 넥센타이어에 따르면 2016년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 수준이다.
한국타이어의 사정은 다르다. 한국타이어 매출의 중국 비중은 12.9%에 이른다. 사드 문제로 고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은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금호타이어의 신차용타이어(OE) 매출 중 현대차 납품 의존도는 40%에 달하지만 한국타이어는 10% 내외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영향이 없을 것 같지는 않지만 폴크스바겐 등 중국 문제와 관계없는 업체들과 계약이 많아 미미한 수준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교체형타이어(RE)의 매출은 줄어들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국타이어 본사. 박정훈 기자 onepark@ilyo.co.kr
한국타이어 입장에선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듯하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한다면 금호타이어의 중국 내 점유율이 크게 상승할 것은 뻔한 일이다. 가뜩이나 사드 배치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한국타이어로서는 중국 내에서 금호타이어 비중이 높아지면 그만큼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그룹 내에서 형제간 경쟁구도를 보이는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과 조현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경영기획본부장으로서는 민감한 문제일 수 있다.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사장은 현재 지주사 사장으로서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조 회장의 차남인 조현범 본부장은 주로 신사업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조현식·현범 형제가 각각 겸직하던 한국타이어 마케팅본부장과 경영운영본부장에서 물러나면서 재계에서는 한국타이어의 후계승계작업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비록 두 사람이 맡은 분야가 서로 다르긴 하지만 관심은 타이어사업에 있다. 재계 관계자는 “타이어사업이 핵심이니만큼 조 회장이 높게 평가한 사람에게 타이어사업을 물려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국타이어의 실적이 부진하면 그룹 경영을 맡고 있는 조현식 사장의 평가에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조현범 본부장 역시 한국타이어 사장을 맡고 있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혼란한 상황 속에서 조현식 사장과 조현범 본부장은 각기 자기 분야에서 수익 창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조현식 사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미국 테네시 공장의 조기 안정화에 나서겠다”며 미국 시장 확장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조 사장이 변수가 많은 중국보다 미국·유럽 지역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중국 현지 업체들의 저가 공세 경쟁이 심화돼 국내 타이어업체들이 중국 시장 비중을 줄이고 미국과 유럽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기업인수합병(M&A)을 총괄하는 조현범 본부장은 지난 2월 호주 타이어 유통회사 ‘작스타이어즈’를 인수했다. 추가로 독일이나 프랑스의 타이어 유통업체를 인수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현식·현범 형제는 모두 중국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어느 한 쪽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면 그에 대한 평가가 올라갈 수 있지만 둘 다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 경영승계를 앞둔 조양래 회장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