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1년 가까이 쓰던 폰을, 파손됐다고 어떻게 새 폰으로 바꿔 드려요?” “현대자동차는 바꿔 주던데요?”
“고객님, 노트북 할부금 내기 어렵다고 그냥 반납하신다니요, 그런 걸 누가 해줘요?” “현대자동차는 해 주던데요?”
현대자동차는 4월부터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사진은 이 프로그램의 TV광고 모습.
최근 전파를 타고 있는 ‘현대자동차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의 TV광고에 나오는 얘기들이다. 광고만 보면 차종교환이나 신차교환이 쉬운 듯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하려면 제약 조건이 많다.
# ‘제네시스’ 브랜드는 제외…차종에 제약이 있다
현대차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에 적용되는 차종은 ‘현대자동차’ 브랜드만 해당된다. ‘현대자동차에서 하는 거니까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당연히 ‘기아자동차’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대차에서 생산하는 ‘제네시스’ 브랜드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이후 ‘현대자동차’와 ‘제네시스’를 별도의 브랜드로 운영하고 있다. 즉 고가의 제네시스 G80 및 EQ900는 이 프로그램 적용 대상이 아니다.
# 순수 개인고객만…사업자등록 있으면 제외
현대차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은 순수 개인고객에게만 적용된다. 법인고객은 당연히 안 되며, 개인도 사업자등록이 있으면 제외된다. 혹시 가족에게 사업자 명의를 빌려줬거나, 과거 사업자등록 후 해지하지 않고 휴업 상태여도 제외된다. 출고 시 개인명의여도 반납 시 사업자등록이 있으면 적용 제외다.
현대자동차의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은 차종교환, 신차교환, 안심할부의 세 가지로 이뤄진다. 사진출처=현대자동차 홈페이지
# 차종교환-‘신차’로 바꿔준다는 표현 왜 못하나
차종교환은 차량 출고 후 30일 이내 마음이 바뀌면 차종을 교환해 주는 것이다. 기준은 출고 후 30일 이내(차량 등록 필수), 주행거리 3000km 이내, 사고 시 수리비와 원상복구비용 합계 30만 원 미만이다.
차종교환으로 받는 차는 신차일까.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홈페이지 어느 곳에도 ‘신차’라는 말은 없다. ‘당연히 신차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신차교환’ 프로그램에서 ‘신차’로 명시한 것과 달리 ‘차종교환’에는 ‘신차’로 교환해 준다고 명시되지 않았다. 차종교환 신청이 쇄도하면 마치 애플의 ‘리퍼폰’처럼 접수된 차종끼리 교차 지급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당연히 신차다. 국내 소비자 정서상 타던 차를 준다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신차’ 명시를 왜 안 했는가라고 지적하자 이 관계자는 “차종교환 시 재고가 없거나 출고가 늦어질 경우 ‘긴급출고’로 최대한 소비자에게 빨리 신차가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프로그램 안내에 ‘신차’라는 말이 적시되지 않은 점은 찜찜함으로 남는다.
# 신차교환-로또 당첨만큼 어려운 조건
신차교환은 차량 출고 후 1년 이내 ‘차대차’ 사고 발생 시 신차로 교환해 주는 것이다. 기준은 출고 후 1년 이내 반납신청(차량 등록 필수), 사고 시 신차 구입가의 30% 이상 수리비가 나와야 하며, 차대차 사고인 경우로 한정되며 본인과실 50% 미만인 경우다.
지난해 배우 오달수가 출연한 현대차 어드밴티지 프로그램 초기 광고에서는 배우가 말하는 동안 자신이 세워둔 차를 뒤에서 다른 차량이 추돌해 범퍼가 손상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신차교환’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실제로는 그 정도의 사고는 신차교환 대상이 될 수 없다.
신차교환 조건은 수리비가 신차 가격의 30% 이상 큰 사고에만 해당된다. 3000만 원짜리 차라면 수리비로 900만 원 넘는 사고가 나야 신차교환 대상이다.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큰 사고라야 가능하다.
사고는 반드시 차대차 사고여야 한다. 가로수, 전봇대 등을 홀로 충돌한 사고는 적용되지 않는다. 고의 사고를 낼 수도 있어 일반적인 자동차보험 가입 시에도 ‘나홀로’ 사고는 보험금 지급이 최대한 제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추가로 운전자 본인 과실이 50% 미만이어야 한다. 차를 바꾸고 싶더라도 멈춰 있는 앞차를 고의로 추돌해서는 인정받기 어렵다.
TV 광고와 달리 ‘신차교환’은 신차 구입가의 30%가 넘는 수리비가 나올 정도의 큰 사고에만 적용된다. 현대차 측은 “광고에선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하려다 보니 모든 내용을 다 담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TV 광고 캡처.
# 안심할부-손해 볼 것 없는 장사
안심할부는 할부기간 내 차량 반납 시 할부잔액 상환면제 및 중고차 매각금액과 할부잔액의 차액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조건은 표준형 선수율 10% 이상과 할부기간 최대 36개월 이내(할부 연체 시 불가), 주행거리 연 2만km 이내인 경우다.
이는 소비자가 직접 타던 차를 중고로 매각하고, 그 돈으로 남은 할부금을 갚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소비자가 직접 중고로 매각해서 갚는 것에 비해 수고로움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소비자친화적 프로그램이지만, 현대차로서도 손해 볼 것 없는 장사다.
#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시행 건수는 두 자릿수에 그쳐
현대차 어드밴티지 프로그램 조건 중 가장 성가신 것을 꼽으라면 반납하는 차량의 할부금을 전액 상환해야 하는 것이다. ‘유의사항’을 보면 ‘반납차량에 적용된 할부금은 교환 시 중고차 매각을 위해 전액 상환해야 함’이라고 씌어 있다. 소비자로선 여유자금이 없어 할부판매를 선택한 것인데, 이를 완납하려면 또다시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할부금 일시 상환에 따른 중도상환수수료도 내야 한다.
또한 차량교환 후 취득세와 등록세도 소비자가 다시 내야 한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차종교환’ ‘신차교환’ 조건에 ‘차량등록 필수’라고 명시하고 있다. 동일한 차종의 색상만 변경하는 경우 차량가액은 변하지 않지만, 소비자는 취등록세만큼의 비용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
까다로운 적용 조건 때문인지 현대차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을 실제로 이용한 소비자는 많지 않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해 이 프로그램을 실시한 9월부터 12월까지 ‘차종교환’ 실적은 “30대를 넘는 정도”다. ‘신차교환’은 그보다 적은 “10대 미만”이다. ‘안심할부’는 “극히 미미”하다. 올해 1~3월 실적은 ‘차종교환’의 경우 “20대 언저리”로 전년보다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신차교환’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 현대차는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을 TV광고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험을 통해 실제로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그리 많지 않다는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면 이 광고는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의 실적 증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현대차 이미지 제고에 가깝다.
우종국 비즈한국 기자 xyz@bizhankook.com
※이 기사는 축약본으로, 비즈한국 홈페이지(현대차 신차교환 서비스, 꼼꼼히 따져보니 ‘광고처럼 안 되던데?’)에 가시면 더욱 자세한 스토리를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