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낭만포차 전경. 사진제공=여수시
[일요신문] 전남 여수시의 최고 관광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여수밤바다 ‘낭만포차’가 운영자 교체를 둘러싸고 여수시와 상인들이 법적 분쟁을 벌이면서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5월 개장한 ‘여수 낭만포차’는 주철현 여수시장이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공약으로, 시행 첫해인 지난해 여수 관광객 선호도 1위에 선정될 만큼 인기 장소로 자리 잡았다.
낭만포차는 여수 종포해양공원의 화려한 야경을 배경으로 지난해 5월 문을 연 뒤 8개월간 포장마차 1곳당 평균 9700여 만 원, 모두 16억 6000여 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같은 낭만포차의 호황 탓일까. 2기 낭만포차 운영자 선정을 놓고 불협화음을 낳았다. 낭만포차 운영자는 차상위 계층·장애인·다문화 등 사회적 약자 3명, 낭만포차 인근 중앙동과 동문동 단체 1명씩, 일반 5명, 청년 7명으로 구성됐다. 1년 단위로 계약하되 최대 4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여수시는 지난 3월 기존 운영자 17명 가운데 5명을 탈락시키고 여유 부지에 1개를 추가 선발했다. 내·외부 평가와 면접으로 진행된 심사에서 사회적 약자 2명, 인근 단체 1명, 일반 2명이 탈락했다. 탈락자들은 5월 3일 1년 계약 기간을 채운 뒤 새로 선정된 영업자에게 운영권을 넘겨야 한다.
그러자 이들은 투명하지 않은 평가지표로 탈락됐다면서 반발하고 나섰다. 여수시는 평가항목 중 청결도의 만점은 5점인데 8점과 6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문제를 제기하고 상인과 시의원 등이 평가표 공개를 요구했지만 여수시는 끝내 거부했다. 특히 이번 심사에서 차상위계층 등을 아무런 대안 없이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수시는 공정한 평가와 공모를 통해 운영자를 교체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100인 시민위원회, 시의회 의장단, 낭만포차 운영자협의회 등을 통해 평가 기준 등을 정하고, 기존 운영자에 대해서 내부평가와 외부 위탁을 통한 평가, 면접 등 3단계 평가를 통해 5명을 교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지난 20일 낭만포차 탈락상인 5명이 제기한 운영권 부여 계약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여수시가 구성한 평가위가 운영 8개월이 흐른 지난 2월 뒤늦게 구성되고 운영자 17명 가운데 30%를 일률적으로 탈락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며 “애초 평가기준에 없던 ‘매출액’을 갑자기 평가지표로 추가해 심사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낭만포차 신규 계약 시점은 다음달 4일이지만, 이번 법원 판결로 제동이 걸렸다. 시는 지난 3월 18일 신규 운영자 6명을 선정하고 계약을 체결할 방침이었지만 이번 법원 판결로 무한정 연기했다. 졸속 행정으로 애꿎은 피해자만 양산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여수시는 기존 탈락자 5명과 신규자 6명을 모두 배제한 채 우선 12개 업소만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조일수 여수시 건설교통국장은 “탈락자들과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처분 판결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수시는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려고 객관적인 심사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상대적으로 아이디어 등이 부족할 수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없는 ‘기계적 공평’으로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