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는 아이돌그룹 에프엑스 출신의 20대 스타다. 10대 시절 아역 연기자로 출발해 인지도를 쌓았고 이후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그룹 멤버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연예계를 통틀어 가장 요란하다고 평가받았던 공개연애를 거쳤고, 일상의 모습을 과감하면서도 파격적으로 공개하는 도발적인 행보를 보였다. 연예계를 대표하는 이슈메이커로도 꼽힌다.
SNS에 공개한 사진 한 장만으로도 온라인 포털사이트의 주요 페이지를 장악할 만큼 화제성 면에서는 단연 우위에 있는 설리는 연기나 음반활동 등 ‘일’을 한동안 멀리했다. 공개 연애에 한창 빠져있던 2014년 중반 돌연 소속 그룹에서 탈퇴한 이후 이렇다 할 공식 활동은 하지 않았다. 패션잡지 화보 촬영을 위해 해외로 출국하거나 패션 브랜드 론칭 행사 등에 참여해 포토월에 서는 일이 활동의 전부이다시피 했다. 때문에 지금 설리는 그저 ‘SNS 스타’로 익숙하게 자리 잡은 상황. 그런 설리가 내놓는 <리얼>은 새로운 출발을 알림과 동시에 향후 발전 가능성을 내보일 첫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영화 <리얼> 홍보 스틸 컷
# 김수현과 호흡…논란 딛고 성장 주목
<리얼>은 한류스타 김수현이 원톱 주연인 액션 누아르 장르의 작품이다. 설리가 참여하긴 했지만 그보다 김수현의 출연 영화로 제작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고, 중국의 대형 영화사 알리바바픽쳐스가 투자해 관심을 더했다. 더욱이 중국에서 한류 열기가 달아오른 시기에 제작이 추진되면서 한국은 물론 중국 개봉까지 염두에 두고 시작된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설리 역시 활동의 무대를 넓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을 얻었다.
하지만 예상만큼 작업은 ‘순항’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을 진행하던 도중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여파로 중국에서 한한령이 내려진 탓이다. 그 여파가 <리얼>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에서 추진하려던 개봉 계획은 현재 진행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후반작업 과정에서 연출자가 교체되기까지 했다. 당초 연출을 맡은 이정섭 감독이 메가폰을 내려놓고, 대신 영화 제작자인 이사랑 감독이 연출자가 됐다. 이사랑 감독은 영화 주인공 김수현의 사촌형으로, 연출 경험은 없지만 <리얼> 편집을 책임지면서 감독 타이틀을 가졌다. 이런 과정은 그만큼 설리가 연기자로 돌아오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사실을 엿보게 한다.
<리얼>은 설리가 연기자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일단 과제는 SNS로 쌓인 이미지를 털어내고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일. 최근 2~3년 동안 설리의 주된 활동이 SNS에서 이뤄지면서 대중의 기대치는 하락할 대로 하락한 상황이다. 공개 연애 상대였던 가수 최자와 거침없이 애정을 표현해왔고, 내밀한 사진들 역시 SNS를 통해 중계하다시피하면서 정작 설리의 본연의 활동에 대한 아쉬움의 시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를 극복하는 일 역시 설리 앞에 놓인 과제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설리는 연예계를 대표할 만한 이슈메이커임에 분명하지만 연기나 음반 활동이 아닌 SNS로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아직 대중에 신뢰를 주기 어렵다”며 “때문에 <리얼>은 설리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진출처=설리 인스타그램
# 파격 베드신 예고…표현 수위에도 관심
<리얼>은 어둠의 세계를 지배하는 야심가가 또 다른 세력에 맞서는 이야기다. 김수현이 극을 이끄는 중심 역할이다. 설리는 영화에서 김수현이 다니는 병원의 재활치료사 역할을 맡았다.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가진 인물로 상당히 도발적인 면모도 갖추고 있다.
<리얼> 속 설리를 향한 관심 가운데 한 가지는 촬영 전부터 예고된 김수현과의 베드신이다. 시나리오에는 설리의 과감한 노출은 물론 상대역인 김수현과 수위 높은 베드신도 포함돼 있다. 때문에 설리가 <리얼>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영화 관계자들마저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이돌 스타의 선택치고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과감했기 때문이다.
설리가 어느 정도 수위로 노출 연기를 소화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최종 편집 과정에서 제작진이 진행한 내부 시사회에서 확인된 설리의 표현 수위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져 관심을 끌고 있다. 설리의 파격적인 모습은 그간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한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더 큰 관심을 얻고 있다.
영화계 또 다른 관계자는 “연기에 대한 설리의 도전정신은 상당한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며 “기성 여배우들이라고 해도 조심스러울 법한 연기에도 비교적 부담을 덜 느끼면서 도전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리얼>에 대한 평가에 따라 설리는 향후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흥행 여부를 떠나 연기자로서 실력을 증명한다면 스크린 활동은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본인이 연기 활동에 갖는 의욕이 상당한 만큼 더욱 다양한 행보를 걸을 수도 있다. 물론 변수도 있다. 화제성과 실력이 반비례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대중의 ‘반감’이다. 설리는 여러 시선 속에 <리얼>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