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신한금융과 KB금융의 격차는 더 줄어든다. KB금융은 지난 1분기 카자흐스탄 BCC은행을 매각해 1580억 원을 받았다. 하지만 신한카드에서 발생한 신한금융의 1회성 요인은 더 크다. 이전까지 신한카드는 고객의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동일한 손실률을 적용했지만 올해부터는 고객의 신용등급에 따라 고신용자에게는 더 적은 충당금을 적용한다. 새로운 손실률을 적용하면서 신한카드는 3800억 원(세후 2800억 원)의 충당금이 환입됐다. 1회성 요인을 제거하면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순이익은 각각 7171억 원, 7121억 원으로 50억 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 부문에서는 KB국민은행이 6635억 원의 순이익을 거둬 신한은행(5346억 원)을 제쳤다. 최근 몇 년 간 1위 자리를 지켜온 신한은행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일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신한은행(6623억 원)이 국민은행(6347억 원)을 앞섰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
지난 3월 취임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금융지주사 1위 자리를 위협당하고 있다. 조 회장이 취임하면서 경영 목표로 내세운 것 중 하나는 ‘조화로운 성장전략’이다. 신한금융의 모든 계열사를 업계 1위권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것. 그 일환으로 조 회장은 최근 12개 계열사에 2020년까지 중장기 사업계획과 목표실적 등을 담은 ‘2020 프로젝트’를 지시했다. 지난 3월 신한금융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 회장은 “국내 12개 자회사 중 은행과 카드는 1위지만 나머지는 중위권이나 그 이하”라며 “1등 하는 곳은 격차를 벌리고 못하는 곳은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신한금융의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는 KB금융 증권사인 KB증권에 비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 KB금융이 지난해 3월 현대증권을 인수해 증권사 강화에 나선 영향이 크다. 신한금융투자의 1분기 순이익은 460억 원으로 KB증권(638억 원)에 밀린다.
신한금융이 증권사 강화에 힘을 쓰지 않는 건 아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9월 신한금융으로부터 5000억 원의 증자를 받아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렇지만 추가 인수합병(M&A) 또는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의 초대형투자은행(IB)으로 키울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는 신한은행과 협업해 기업투자금융(CIB) 업무를 하고 있어 일반 증권사보다 더 좋은 조건에 있다”며 “KB금융이 증권사를 인수했다고 신한금융이 무조건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보험시장과 관련한 고민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생명의 1분기 순이익은 308억 원으로 KB생명(129억 원)을 앞선다. 하지만 2015년 6월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인수한 KB금융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포함한 전체 보험시장에서는 앞선다. KB금융은 KB손해보험만으로 1분기 999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다만 손보사가 없는 신한금융이 신한생명만으로 전체 보험시장에서 KB금융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신한생명은 “디지털 기반의 혁신상품과 대표사업을 발굴해 업무 프로세스의 디지털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미래역량에 자원과 역량을 재배분해 보험 본연의 이익 기반을 강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도 이뤄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KB금융이 최근 적극적인 M&A에 나서 덩치를 키운 것과 달리 신한금융은 2007년 LG카드(현 신한카드) 인수를 마지막으로 M&A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 회장이 M&A에 관심 있다는 뜻을 몇 차례 밝혀 향후 행보는 다를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내 금융사보다 해외 금융사 M&A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다른 금융지주사가 M&A에 나서서 따라 나서는 게 아니다”라며 “이미 2007년부터 해외 진출을 모색해왔고 국내에서는 사업 라인이 다 갖춰져 있기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주 타깃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들이 너도나도 동남아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한금융지주 본사.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최근 신한은행이 해외 근무 연한을 없앤 것도 해외 실적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다. 기존에 신한은행의 해외 근무자들은 3년간 해외에서 근무하고 복귀했지만 이제는 실적에 따라 해외 근무 기간이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이는 조 회장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해외 근무라는 게 국내에서 근무한 것에 대한 포상 개념으로 생각한 사람이 일부 있었다”며 “이제는 해외 지점도 철저한 성과주의를 도입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주 타깃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들이 너도나도 동남아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우리는 2007년부터 동남아 진출을 추진해 베트남에서는 성공을 거두고 있고 미얀마에서도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은행과 카드사가 동시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며 “다른 금융사에 비해 먼저 진출해 그 선점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신한금융이 1위를 수성할 것이라고 낙관할 수는 없다. 금융권 일부에서는 비은행 계열사 강화, 해외 진출 가속화 등은 다른 금융지주사도 시행하고 있는 전략일 뿐 신한금융만의 ‘파격’이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신한금융은 1분기마다 실적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다시 반복되기 어려운 일회적 요인의 기여가 매우 크다”며 “기존의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이제는 뭔가 파격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