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플랜텍은 지난 2012년 태국 사뭇 사콘시(市) 생활폐기물 재활용시설 건설 프로젝트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2014년 6월까지 이 공장을 완공하고 26년간 시설을 운영해 투자금 및 일정 이익을 회수한 뒤 사뭇 사콘시에 시설을 기부하는 BOT(Build-Operate-Transfer) 방식의 프로젝트라고 홍보했다. 공장으로 모인 1일 700t의 생활폐기물을 분류한 뒤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상품으로 재가공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겠다는 계획이었다.
금융업계와 생활폐기물업계는 이 사업의 실현가능성을 높게 봤다. 신한금융투자가 투자자를 모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이 사업비를 굴리는 운용사로 지정됐다. 교보생명과 라이프온(옛 부산상조), 성담, 해창 등이 총 사업비 450억 원 가운데 430억 원을 투자했다.
문제는 시설 공사 단계부터 사업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애초에 포스코플랜텍은 2014년 6월까지 공사를 마무리하기로 돼있었다. 하지만 공사 과정에서 공장 바닥 일부가 푹 꺼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보수 공사로 완공일은 계속 늘어져 2016년 6월까지 2년이나 연기됐다.
바닥 한쪽이 아래로 푹 꺼졌다. 제보 사진
지반 꺼짐 현상이 발생한 원인으로 충분치 않은 자재 사용이 꼽혔다. 사뭇 사콘시는 땅이 물러 공장 지대 전체에 거대한 쇠막대 파일을 촘촘히 박아야 안정적인 시설 기반을 닦을 수 있다. 실제 인근 건축물은 2~3m 간격의 파일 시공을 기초로 한다고 알려졌다. 포스코플랜텍은 원가절감과 공기단축을 내세우며 애초 사업비 책정 때 예상된 필요 자재를 실제 공사에서는 대폭 줄였다.
이 프로젝트는 정상적이라면 길이 25m 이상 철근 콘크리트 파일이 1500~1800개 들어가야 한다고 전해졌다. 사업 전체 예산도 1차로 이 수량을 기준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익명을 원한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포스코플랜텍은 실제 공사에서 처음 예상 수량의 4분의 1인 400여 개만 사용해 지반 침하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한다. 파일 1100~1400개 분량의 자재비용과 시공비용을 자신들의 이익으로 챙긴 셈이다.
“공장 내외 부동 침하에 대해서는 포스코플랜텍 태국법인이 모든 책임을 진다”는 내용이 기재된 합의서.
더 큰 문제는 이 프로젝트의 위험 시그널이 공사 전 이미 수차례 있었다는 점이다. 한 하청업체는 “공사가 이렇게 적은 자재로 강행되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장을 지난 2015년 초 포스코 그룹 정도경영실과 포스코플랜텍,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금융투자 등에 쉴 새 없이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모두가 이 경고를 무시했고 사고는 터졌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고 ‘대리인의 저주’가 내렸다. 게다가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신탁운용, 투자사 몇 군데는 현장 실사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운용을 맡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투자금 전부를 고스란히 물어줘야 할 위기에 처했다. 포스코플랜텍은 이 가운데 300억 원 내외를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배상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차액이 1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돼 막대한 손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파다하다. 이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지난해 영업이익의 3분의 1 수준이다. <일요신문>은 한국투자신탁운용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회신은 오지 않았다.
이 시설은 현재 운영조차 되지 않고 있다. 포스코플랜텍 관계자는 “사업성 평가보고서를 재확인한 결과 판매처 확보 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당초 폐기물 수급량은 1일 700t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140t밖에 되지 않았다. 공장 운영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결국 포스코플랜텍은 이 사업의 핵심인 폐기물 수급량조차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26년 운영권을 획득했다며 450억 원 투자를 이끌어 낸 뒤 투자금을 허공에 날려 버렸다.
이 사업은 태국 정부에서도 관심 있게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포스코플랜텍의 부실 공사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직무유기 등으로 한국 기업은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 사뭇 사콘시는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사뭇 사콘시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문제로 계속 내부적인 대응 방안 협의에 골몰하고 있다. 아직 대응 방식을 결정하진 않았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