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는 ‘1분 1초라도 빨리 일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방법’을, 집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가장 효율적으로 아이와 노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대한민국 일하는 엄마들이다.
14년째 한 언론사에서 일하고 있는 다자매 엄마 적자 최은경도 매일매일 그런 고민을 했다. 가끔은 혼자 있는 ‘나’만의 시간이 절실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쳐가던 어느 날, 해답은 의외의 장소에서 찾아왔다.
아이를 따라나선 도서관, 저자는 딸이 읽는 책을 따라 읽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여러 날을 그랬다. 그림책을 읽는 동안 “엄마, 왜 울어?”를 들으며 울고, “엄마, 왜 웃어?”를 들으며 웃었다.
그때부터다, 저자가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것은. 그러자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아이들은 꽁꽁 감춰두고 있던 속마음을 그림책의 등장인물과 그림에 빗대 엄마 앞에 꺼내놓기 시작했다.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시간은 아이들 나이만큼 쌓여 저자에게로 돌아왔다. ‘엄마, 아내, 직장인, 딸’이 아닌 저자 자신을 찾고,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 그림책이 좋은 친구가 되어준 것이다.
하루 11분이면 충분하다. 이 책에 담긴 40여 편의 그림책 이야기는 저자 자신이 그림책으로 위로 받고, 아이를 키우는 지혜를 얻은 귀중한 시간에 대한 기록이며, 아이들과 나눈 깊은 공감의 기록이다. 아이가 고르고 저자가 읽은 그림책 속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가슴 찡한 감동에 눈물 짓고 엉뚱한 상상력에 웃음지으며, 저자와 두 딸아이의 깨달음과 해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렇게 아이와 그림책 한 권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길어야 단 11분. 그야말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직장맘이 짬짬이 시간을 활용한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 있게 말한다. “그래도 충분했다”고, “짧아서 더 귀한 시간이었다”고. 늘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이를 잘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고.
저자가 다섯 살, 아홉 살 두 아이와 함께 읽은 책들은 ‘그림책계의 명작’이라고 불리는 베스트셀러(틀려도 괜찮아, 달님 안녕, 고릴라, 우리 아빠가 최고야>부터 대중에게 덜 알려졌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 같은 책(노란 우산, 대추 한 알, 우리 딸은 어디 있을까), 그리고 최근 동화책(두더지의 고민, 깔끔쟁이 빅터 아저씨, 테푸 할아버지의 요술 테이프, 가나다는 맛있다)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그 책과 연관된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언제 어떤 책을 아이와 함께 읽으면 좋을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를테면, 아이에게 큰소리를 내고 마음이 불편할 때는 <고함쟁이 엄마>를, 밤마다 이불에 실례하는 아이를 위로해주고 싶을 때는 <요 이불 베개에게>를 읽으면 좋다. 각 장에는 ‘쿨한 엄마가 되는 법’, ‘물건에 집착하는 아이를 대하는 법’ 등, 육아선배의 지혜를 담은 팁이 함께한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