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변호사시험 사진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연합뉴스
강 아무개 씨는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에 다니면서 알게 된 여성 A 씨와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그러나 사귄 지 열 달 만인 2014년 사건이 일어났다. 강 씨가 A 씨를 한 시간 동안 감금하고 폭행을 했던 것. A 씨는 강 씨를 폭행죄로 고소하지만 강 씨는 A 씨가 허위사실을 고소한 것이라며 무고죄로 맞고소했다. 그러나 A 씨가 아닌 강 씨의 무고가 드러나면서 지난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이번 사건 외에는 아무런 전과가 없지만 자신에 대한 처벌을 면하기 위해 그 사건의 피해자를 무고했으며 수사단계에서 범행을 부인해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 또한 피해자가 처벌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피해자 A 씨는 강 씨로부터 폭행을 당한 이후 무고죄로 피소되고 소송을 진행하면서 정신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학전문대학원에 다녔던 A 씨는 지난해 1월 변호사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낙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이후 또 다시 항소했다. 그러나 2심에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었던 위험에 빠뜨렸기 때문에 죄질이 좋지 않다”며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법조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자로서 고도의 윤리의식 및 준법의식이 요구됨에도 잘못을 저질렀으므로 더욱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강 씨의 무고 혐의를 그대로 인정했다.
강 씨는 이에 또 불복했고, 상고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형이 확정되는 것을 미루기 위해서였다. 변호사시험법 제6조 응시결격사유 가운데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만료하고 2년이 지나지 않았을 경우도 포함된다. 강 씨가 2심 선고 결과대로라면 이 조항에 해당돼 2019년까지는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강 씨가 상고장을 지난해 6월 법원에 제출하며 3심 준비가 시작되면서 형 집행이 되지 않았고, 문제없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다. 강 씨가 변호사시험에 응시한 이후나 합격하고 나서 형 집행이 되더라도 아무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형 집행이 되더라도 변호사시험 응시결격사유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변호사가 된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변호사시험법이 범죄자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강 씨의 변호사시험 합격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 강 씨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제7회 변호사시험은 지난 1월에 끝났고 지난달 합격자 발표가 있었지만 변호사시험은 사법고시와 달리 합격자 명단에 수험번호만 나와 본인이나 가족이 아니면 결과를 확인하기 힘들다. 강 씨가 다녔던 법학전문대학원에서도 “아직 합격자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 연락이 오지 않은 경우에는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고, 강 씨의 지인들도 들은 것이 없다고 전해왔다.
또 강 씨는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받는 주소를 캐나다 호텔의 한 객실로 옮겨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재판이 미뤄져 강 씨는 문제 없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해외로 주소지를 지정하면 국내보다 통지서가 송달되는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제6회 변호사시험 접수는 지난해 10월에 있었다.
대법원은 강 씨가 상고장을 낸 뒤인 지난해 12월 사건을 접수해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발송했지만 캐나다에서 강 씨가 통지서를 받지 못했다. 결국 여러 번 발송했지만 당사자가 받지를 못해 재판이 진행되지 못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외로 통지서를 보낼 때는 번역과 발송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송달이 이뤄진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송달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시송달은 송달이 되지 않을 경우에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쓰는 최후의 방법이다. 법원사무관 등이 송달할 서류를 보관하고 그 사유를 법원 게시판에 게시하게 되며 공시한 날로부터 2주일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 공시송달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어디에 거주하는지 알 수 없다는 소명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강 씨는 상고심에서 어떤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상고까지 진행하면서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은 것은 재판에서 승소하려고 상소를 했다기보다는 재판을 지연하려는 의도가 크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보통 피고인들은 주소지를 바꿀 때 증빙서류를 제출하는데 이를 증명하는 절차는 따로 없으며, 피고인들은 재판부 판결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굳이 밉보이려고 허위 주소를 기재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 의무적으로 지방변호사회에 변호사자격 등록 및 개업신고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변호사법 제7조와 8조에 따르면 변호사로서 개업을 하려면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을 해야 하며 지방변호사회를 통해 등록신청을 할 수 있다. 지방변호사회가 등록신청을 받으면 해당 변호사의 자격 유무에 관한 의견서를 첨부할 수도 있다. 또 통지서 공시송달 이후 재판이 시작되면 강 씨의 거취를 조만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