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드라마는 월화, 수목, 주말 단위로 편성됐다. 월화, 수목에는 톱스타들이 출연하는 트렌디 드라마가 주류를 이루고, 주말에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볼 수 있는 연속극 느낌의 드라마가 배치됐다. 이 구도에 끼지 못한 금요일에는 주로 예능을 편성했다.
하지만 tvN과 JTBC가 금토극을 정립한 데 이어 KBS가 지상파 최초로 금토극 시장에 뛰어들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BS의 성공 여부에 따라서 MBC, SBS 역시 ‘참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토극을 처음 도입한 채널은 tvN이다. 이미 성공사례로 남은 <응답하라 1997>의 후속작인 <응답하라 1994>를 2013년 10월, 금토극으로 편성했다. 간혹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드라마를 내보낸 적은 있지만, ‘금토’를 하나로 묶인 편성은 이때가 최초다.
금토극을 처음 도입한 채널은 tvN이다. ‘응답하라 1994’를 2013년 10월 금토극으로 편성했다.
일종의 ‘변칙’이라 할 수 있지만 성공사례가 나오며 업계의 시선은 달라졌다. 유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미생>을 비롯해 2015년 연말 방송된 <응답하라 1988>이 2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며 지상파를 포함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이 바통을 넘겨받은 <도깨비>는 케이블 드라마 최초로 전국 시청률 20% 고지를 밟았다. 드라마 시장의 신기원이 열린 셈이다. 언론 매체들도 ‘tvN 시대’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JTBC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tvN과 동시간대 금토극을 편성해 번번이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절치부심하던 JTBC는 결국 지난 2월 금토극 편성 시간대를 오후 11시로 바꾸며 tvN과의 맞대결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그러면서 편성한 <힘쎈여자 도봉순>은 ‘신의 한수’였다. 기존 JTBC 드라마 최고 시청률은 개국 기념 드라마였던 김수현 작가의 <무자식 상팔자>였다. 하지만 <힘쎈여자 도봉순>은 이 기록을 깨고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거뒀다.
한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tvN과 JTBC 금토극의 잇단 성공은 지상파 방송국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시청률뿐만 아니라 SNS 상에서 젊은 시청자들의 지지가 높아지며 광고주들도 호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KBS가 먼저 움직였다. 공영방송인 KBS는 가장 안정적인 조직인 동시에 가장 보수적인 행보를 펼치는 방송사로 손꼽힌다. 하지만 KBS는 오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금토극을 가동한다. KBS와 KBS드라마가 만든 종합 콘텐츠 제작사인 몬스터유니온에서 제작하는 드라마 <최고의 한방>이 편성되고, KBS 드라마 <조선 총잡이>를 쓴 이정우 작가의 신작은 <최강 배달꾼>이 뒤를 받친다.
KBS가 지상파 중 금토극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들 수 있었던 이유는 성공사례를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KBS는 2015년 배우 김수현, 공효진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 <프로듀사>를 금토극으로 편성해 재미를 톡톡히 봤다. <별에서 온 그대>를 집필한 박지은 작가가 쓰고 <개그 콘서트>의 황금기를 이끈 서수민 PD가 기획한 <프로듀사>는 첫 금토극 편성 임에도 17%가 넘는 시청률을 거두며 ‘성공’에 방점을 찍었다. 당시 <프로듀사>를 진두지휘했던 서수민 PD가 차기작이 바로 <최고의 한방>이다.
KBS가 ‘최고의 한방’으로 금토극 출사표를 냈다. ‘최고의 한방’ 포스터 촬영 현장. 사진출처=사진작가 조선희 인스타그램
tvN과 JTBC가 성공작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KBS가 금토극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은 설명이 부족하다. 그 배경에는 ‘경제적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방송사의 주된 수입원인 광고를 사는 광고주들이 금토극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tvN 금토극의 경우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고, 특히 젊은층의 지지가 높다는 소문이 돌며 광고주의 관심이 급격히 상승했다. 실제로 금토극은 드라마를 본 뒤 관련 상품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여는 2049(20~49세 시청자) 시청률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그러니 해당 작품의 광고를 사겠다는 광고주들의 러브콜도 많다.
<도깨비>의 경우 앞뒤에 붙는 광고 1개당 단가가 약 1380만 원이었다. 케이블채널은 중간광고도 허용되기 때문에 가장 노출도가 높은 이 광고의 가격은 개당 3000만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드라마 외주제작사 대표는 “톱스타가 출연하는 tvN 금토극 광고 단가는 이미 웬만한 지상파 드라마의 광고 단가를 뛰어 넘었다. 시청자와 광고주의 지지가 높은 방송 시간대라는 것이 알려지며 그동안 케이블 드라마를 기피하던 톱스타들도 출연에 순순히 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