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제6회 일요신문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대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고성준 기자
[일요신문] 전국 어린이 바둑 고수들이 모여 실력을 겨루는 일요신문배 어린이 바둑대회가 돌아왔다. 회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는 대회는 올해로 6회째를 맞았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1250여 명의 어린이들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프로기사를 꿈꾸는 어린이부터, 정규경기엔 나서지 않았지만 언니오빠를 따라 이벤트전에 참가한 어린이까지 바둑 열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가정의 달 5월의 큰 축제로 자리 잡은 일요신문배 어린이 바둑대회 현장 속으로 들어가 봤다.
지난 3일 오전 10시 서울 올림픽공원 내 SK 핸드볼경기장에서 ‘제6회 일요신문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가 열렸다. <일요신문>이 주최하고 대한바둑협회, 한국초등바둑연맹이 주관하며 국민체육진흥공단, 케이토토, 상상코칭, 교원이 후원한 이번 대회에는 참가 어린이와 가족, 지도자들이 모여 축제의 장을 이뤘다.
이날 대회에는 대한바둑협회장인 신상철 <일요신문> 사장, 강준열 한국초등바둑연맹 회장, 김종택 서울시바둑협회장 등 많은 바둑계 인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대회 심판위원장은 프로기사 9단 박상돈 사범이, 심판위원은 유재성, 이현호, 김신영, 하성봉, 김혜영, 김단비 사범이 맡았다.
대회를 주최한 신상철 사장은 개회사에서 “일요신문배 어린이 바둑대회가 올해로 6회째다. 1학년 때 처음 이 대회에 참가했던 학생이 6학년이 됐다. 올해도 대회에 참석한 어린이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바둑을 두면 집중력이 향상되고 차분해지며 바른 예절까지 배울 수 있다. 열심히 하고 좋은 성적 거두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축사를 마친 신상철 사장은 힘차게 징을 치며 대국개시를 선언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1250여 명의 학생이 총 18부로 나뉘어 한판 승부를 벌였다. 기존의 최강부, 유단자부, 고급부, 중급부, 샛별부, 새싹부, 일반부 외에 여학생부가 신설됐다.
경기를 앞둔 어린이들은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긴장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어린이가 있는가 하면, 축제 분위기를 한껏 즐기는 어린이도 있었다.
전남 여수에서 올라온 유단자부 이민성 군은 “3학년 여동생도 함께 대회에 나오려고 부모님과 같이 올라왔다. 꼭 우승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자 예선에서 탈락하는 선수들이 속속 드러났다. 일부는 탈락의 아쉬움에 굵은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특히 유단자부에 참가한 양종윤 군은 오전 대국이 마무리됐지만 자리를 떠나지 못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양 군은 “처음엔 이기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역전을 당해서 졌다”며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는데 져서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양 군은 이후로도 한참을 울었고 도장 사범의 위로를 받으며 자리를 떠났다.
본선이 이어진 오후에는 각 부문 우승자가 차례로 결정됐다. 고급부 우승은 최승철 군(군포 신기초)이 차지했다. 최 군은 열 살의 어린 나이에도 형들을 차례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지난해 우승자 김예흠 군보다도 한 살이 어린 나이다.
중급부 1~3학년 우승은 박종빈 군(군포초)이 차지했다. 박 군은 “앞으로 더 높은 부문에도 출전해 우승을 노리겠다”고 말했다. 중급부 4~6학년은 이수환 군(당정초)이 결승에서 권세훈 군(잠동초)을 누르고 우승했다.
올해 신설된 여학생부 최초 우승의 주인공은 1~3학년 부문 박송현(안곡초), 4~6학년 부문 송주연(능내초) 양이었다. 내년에는 4~6학년 부문에 참가하게 될 박 양은 “내년에 언니들이랑 붙어도 이길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송 양도 4학년으로 경쟁자 중 막내였지만 우승 과정에서 6학년 언니를 꺾었다. 송 양은 “자신은 있었지만 우승까지 할 줄은 몰랐다. 결승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이겨서 기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샛별부 2학년에선 허재혁 군(월촌초)이 우승했다. 허 군은 “우승을 예상하지 못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상을 받게 됐다”며 “바둑대회에 몇번 나간 적 있지만 우승은 처음이라 너무 기쁘다. 앞으로도 열심히 연습해서 또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새싹부 3학년 우승은 김영재 군(금정초)이었다. 김 군은 “지하철 타고 오는 길에 연습게임을 했을 때는 초급에게도 졌다. 걱정이 됐지만 막상 대회에 와서 우승을 해 기분이 좋다”며 “초반에 진 바둑이었는데 막판에 여섯 집 차이로 역전승을 거뒀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바둑기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제6회 일요신문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대국을 하고 있다.
기력이 가장 높은 최강부와 유단자부에서는 유창주(중원초), 최경서(무학초) 군이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두 부문은 가장 오랜 시간 동안 경기가 펼쳐져 더욱 우승의 주인공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최강부, 유단자부 우승·준우승자에게는 ‘제6회 아시아학생바둑대회’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최강부 우승자 유창주 군은 “원래 체력이 약했는데 오랜 시간 대회를 치르다 보니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체력 부담을 극복하고 우승해서 기쁘다”며 “이전에도 일요신문배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그땐 초반에 탈락했는데 이번에 우승해서 기분이 좋다. 앞으로 프로기사가 돼서 알파고를 이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가장 늦은 시간까지 치러진 유단자부에서 우승한 최경서 군은 “체력에 자신 있어 힘들지는 않았다. 꾸준히 바둑을 공부해서 얻은 결과라 기쁘다”며 담담하게 우승 소감을 전했다.
최 군과 결승에서 맞붙은 정준우 군(장기초)은 서로 라이벌 관계로 알려져 더욱 흥미를 자아냈다. 정 군은 라이벌에 패한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대회장을 빠져나갔다. 눈물이 눈가에 고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제6회 일요신문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에 참가한 유단자부 우승자 최경서, 최강부 우승자 유창주, 준우승 최은규 군이 신상철 사장 등과 기념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심판위원장으로 나서 이날 경기를 끝까지 지켜본 박상돈 9단은 “결승전인 만큼 수준 높은 경기였다. 시간이 좀 부족했지만 좋은 내용의 경기를 해줬다”며 “결승전에 오른 선수들 외에도 연습한다면 프로가 가능해 보이는 학생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신상철 사장이 바둑에 관심이 많아 일요신문 대회가 남다른 듯하다. 바둑계 새싹들이 좋은 경험을 했으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부모·형제·자매와 ‘페어 바둑’ 이벤트 ‘이기지 못해도 괜찮아’ 온가족 추억이 차곡차곡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제6회 일요신문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페이스 페인팅은 주로 언니, 오빠의 대회에 함께 온 어린 동생들이 참여했다. 어린이들은 뺨이나 손등에 하트, 꽃 등 귀여운 그림을 그리고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회에 참가한 어린이와 동행한 가족이 짝을 이뤄 바둑을 두는 페어 바둑에는 16개 팀이 참가했다. 페어 바둑에 나선 참가자들은 이벤트 경기임에도 상대와의 경쟁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페어 바둑에서는 자매팀과 남매팀의 대결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강부에 참가한 장진아 양(12)과 언니를 따라 대회장에 온 장윤서 양(10)은 오빠와 동생이 함께 나선 상대를 물리치고 이벤트전 8강에 올랐다. 장진아 양은 “오전에 2패로 탈락했는데 동생과 함께 바둑을 또 둘 수 있어 재밌었다. 동생이 생각보다 잘해서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동생 장윤서 양은 “올해는 언니만 대회에 참가했는데 내년에는 나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제6회 일요신문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팀을 이뤄 대국을 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마찬가지로 페어 바둑에 나선 정민효(46)-정환철(10) 부자도 “1승을 했다”며 웃었다. 정민효 씨는 “올해가 세 번째 대회다. 페어 바둑은 두 번째다”라며 “아들이 매번 예선만 통과하고 본선에선 성적을 못 냈지만 그래도 즐겁다. 좋은 추억이 됐다. 내년에도 참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번 대회에서는 참가자 전원이 기념품을 받았고 행운권 추첨을 통해 100명의 참가자에게는 상품이 주어지기도 했다. 심판위원으로 대회에 나선 김신영 사범은 “1학년에서 3학년 사이 어린 친구들 경기를 맡았다. 다들 너무 예쁘다. 올해는 특히 여학생부를 따로 마련했는데, 어린 소녀들의 바둑 두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예쁘다”며 소감을 말했다. 매년 빠지지 않고 대회에 참석해온 김 사범은 “앞으로도 대회가 꾸준히 지속됐으면 한다. 매년 1000명이 넘게 참가하는 큰 대회를 치르는 게 쉽지 않다. 대회를 주최한 <일요신문>의 아이 사랑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상] |
수상자 명단 △새싹부 1학년 우승 안정후(강일초), 준우승 김준우(정자초), 공동 3위 박해준(동신초), 김정연(내정초) 2학년 우승 유준영(장평초), 준우승 김민찬(덕장초), 공동 3위 임도현(중일초), 김민성(덕장초) 3학년 우승 김영재(금정초), 준우승 이준우(창현초), 공동 3위 최현준(동호초), 전효진(부천초) 4학년 우승 김현우(송죽초), 준우승 김연호(관문초), 공동 3위 박찬휘(부천초), 황수하(부천초) 5~6학년 우승 김상현(용인초당초), 준우승 서명원(상록초), 공동 3위 박정우(당수초), 박민서(당수초) △샛별부 1학년 우승 이기석(영통초), 준우승 엄정현(영월초), 공동 3위 조건희(둔전초), 조유준(궁내초) 2학년 우승 허재혁(월촌초), 준우승 김미르 (대구봉무초), 공동 3위 권나호(구암초), 박주환(한얼초) 3학년 우승 안성찬(초당초), 준우승 김대원(구암초), 공동 3위 함석희(반곡초), 이지한(원천초) 4학년 우승 유선호(경인초), 준우승 정도영(신목초), 공동 3위 윤지선(평촌초), 고정원(영도초) 5~6학년 우승 박재윤(불곡초), 준우승 윤예성(부림초), 공동 3위 김민섭(원천초), 지승원(부림초) △여학생부 1~3학년 우승 박송현(안곡초), 준우승 신다빈(봉은초), 공동 3위 염서윤(잠원초), 김나윤(광문초) 4~6학년 우승 송주연(능내초), 준우승 안다현(해양초), 공동 3위 추이레(은빛초), 송별이(보라매초) △일반부 우승 김은총(장곡초), 준우승 김두현(영본초), 공동 3위 고영훈(마포초), 김상우(개화초) △중급부 1~3학년 우승 박종빈(군포초), 준우승 백승주(KIBA), 공동 3위 최수겸(구암초), 진태민(동자초) 4~6학년 우승 이수환(당정초), 준우승 권세훈(잠동초), 공동 3위 이수환(성안초), 박정훈(구룡초) △고급부 우승 김예흠(다솜초), 준우승 박성환(한얼초), 공동 3위 김우진(여문초), 최은서(신기초) △유단자부 우승 최경서(무학초), 준우승 정준우(장기초), 공동 3위 최준영(목현초), 이세형(능내초) △최강부 우승 유창주(중원초), 준우승 최은규(홈스쿨), 공동 3위 강현재(범계초), 박동주(수완초) |